Culture/Beaux arts

空手잠빌 2008. 2. 27. 10:51

추사(秋史) '세한도'에 숨겨진 수학 비밀을 풀다

중앙박물관 이수미 연구관
"처음부터 그림 비례 염두하고 치밀한 구도 속에서 그린 듯"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입력시간 : 2008.02.27 00:22 / 수정시간 : 2008.02.27 06:32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대표작 '세한도'(歲寒圖·국보 180호)'는 소나무 두 그루, 잣나무 두 그루와 초가집으로 구성된 담백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범접하기 어려운 듯한 존재감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신비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수미(李秀美)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미술사 전공)은 최근 출간된 학술지 '미술자료' 제76호에 기고한 논문 '세한도에 내재된 조형 의식과 장황(표구) 구성의 변화'를 통해 "'세한도'는 수적(數的) 관계(numeric relationship)에 따라 정연하게 구상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즉흥적으로 그려진 작품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치밀한 구도를 통해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관은 '세한도'의 화면을 분석한 결과 "그림의 비례와 발문의 배치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작품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세한도'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탄탄한 균형감과 변화,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격조는 이와 같은 수적 관계가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세한도'의 구성에 대한 연구로는 경물과 낙관 등의 배치에 대한 분석(오주석 '추운 시절의 그림, 김정희의 세한도')과 화면의 구성 요소 분석(강관식 '추사 그림의 법고창신의 묘경) 등이 있었지만, 수적 관계에 대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사학자인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장은 "보편적인 기준을 통해 미술 작품의 양식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 '세한도' 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①'전체 그림'과 '안쪽 그림'의 이중 구조 〈그림1〉

    '세한도'는 종이 세 장을 이어 붙여 그린 작품이다. 세 장의 종이를 A(8.3㎝), B(45.6㎝), C(16.6㎝)라고 했을 때 A와 C의 비율은 정확하게 1대2가 된다. A를 두 배로 늘였을 때 차지하는 부분을 C′라 하고, B에서 C′와 겹치는 부분을 뺀 나머지를 D라고 하면, 가운데에 해당하는 37.3㎝ 길이의 D는 낙관이 끝나는 지점에서 맨 왼쪽 잣나무의 줄기 가운데까지다. 이로써 D에는 '세한도'의 중요한 회화적 요소가 거의 다 담기게 됐으며, '세한도'는 ▲전체를 포괄하는 화면(A+B+C)과 ▲더욱 핵심적인 내적 화면(D·굵은 사각형 안)이라는 이중 구조가 됐다.



    ②소나무의 기묘한 균형감각 〈그림2〉

    '세한도'의 중심축은 양끝에서 35㎝ 떨어진 지점, 가운데에 곧게 선 소나무 밑동의 왼쪽 끝인 (가)다. 이곳을 중심으로 그림을 좌우로 나눌 때 오른쪽에는 제목과 낙관, 굵은 둥치의 노송까지 있어 왼쪽보다 무거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노송이 화면의 중심축인 소나무를 향해 기울어 있어 오른쪽의 무게감을 덜어 주게 되는 조형적 균형의 의도가 보인다. 또한 그림과 왼쪽의 발문(跋文·작품에 관련된 사항을 적은 글)을 합한 전체 길이는 108.3㎝인데, 양쪽에서 54.1㎝ 떨어진 가운데 선은 맨 왼쪽의 잣나무와 일치하는 (나)가 된다.



    ③발문의 높이까지도 철저히 계산 <그림2의 점선>

    발문이 적힌 부분의 맨 위에 선을 그으면 왼쪽 낙관의 아래 선과 일치하며, 발문 맨 끝의 낙관 아래 선은 그림에서의 지면 높이와 맞춰지게 된다. 

    •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면밀한 수적 원리에 의해 구상된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해설, 촬영=유석재 기자



    • 계속되는 이수미 학예연구관의 세한도 분석 해설. /
    • 해설, 촬영=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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