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 자연을 벗하여 이곳저곳 떠돌며 보고 들은 것들

23 2021년 09월

23

문학의 향기 장한라 디카시 '뜨거운 기도' 외 5편

♧ 뜨거운 기도 소한 대한에도 북녘 땅, 꽁꽁 얼지 않기를 새별오름 들불이여 저들에게도 따뜻한 날이 오기를 --- ♧ 솔라니 오일장 댕기당 봐신디 메께라 게무로사 고장이우까 고라줍서 무사마씨 고장 닮안 곱들락호니 게문 조끄드레 왕 봅서게 (표준어 역) 오일장 다니다 보았는데 어마나 설마 꽃입니까 말씀해 주세요 왜 그러세요 꽃같이 곱상스러우니 그러면 가까이 와 보세요 --- ♧ 뻔지리 예비군 바람과 공기 받기 하다가 편들어주는 올래꾼도 없어 심심해지면 수평선과 공중제비 줄넘기 여. 유. 만. 만. 강심장 오징어 --- ♧ 새해 생각 겨울 햇살 속 바닷바람 맞으며 계절을 당겨온 곳 주목 받기 위해서는 유채처럼 뻔뻔해지거나 철이 덜 들어도 당당해질 것 --- ♧ 시절 잘못 만났으니 실컷 키워 놓은 무청은 제 ..

2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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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정군칠 시 '광명사의 새벽' 외 4편

♧ 광명사의 새벽 낡을 대로 낡아 더욱 가벼워지는 법당의 계단, 몸을 기댄다 간밤 별들을 가슴으로 안은 망초꽃들이 더러 마음 주어 나를 쳐다본다 나도 이슬로나 피어 어머니의 가리마에 내려앉고 싶다 볼을 어루만지는 바람결 따라 적막 속 영단으로 걸음을 옮길 때 홀연한 나비 한 마리, 어머니 하얀 치마가 펄럭인다 나 어린 배꼽의 때를 씻어내던 유백색 흔적 없는 자리 인간의 새벽뿐인 그 자리로 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 눈의 사막 눈 덮인 산길 걷다보면 안다 누가 나보다 먼저 걸어갔는지 초승달 모양의 사구들이 발자국으로 남아 있다 사막, 수많은 사구의 그림자 안에 알몸인 내가 웅크려 있다 잔물결을 이루며 깊이 잠든 나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 달콤한 잠을 깨울 수 없어 한 발자국 더 내딛지 못할 때 아득해진 정신..

21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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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추석을

넉넉잡아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는 아직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듯이 큰소리치던 인간들은 여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모든 게 정체된 가운데 다시 추석을 맞습니다.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때를 만나 이전투구를 하며 상대방의 흠집 내기에 골몰하고, 옆에서 떼거지로 대적하며, 제대로 된 계획서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서로 존중하지도 않고 상대의 의견이라면 모두 짓뭉개 자신이 가장 적격자임을 자처하면서 용빼는 재주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낼 듯이 선전합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

20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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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홍해리 시집 '정곡론'의 시들(2)

♧ 한 줌의 비애 때 씻어낼 두 말의 물과 마음 닦을 비누 일곱 개의 지방과 글 쓸 연필 아홉 자루의 연과 정신의 방 한 칸을 바를 석회와 불 밝힐 성냥개비 2,200개의 인과 방 소독할 DDT를 만들 유황과 뼈 흔들리지 않게 칠 못 한 개의 철로 평생을 수리하며 사는, 무한임대로 빌려 살고 있는 집과 빨아 널지 못하고 입고 사는 옷과 남은 향으로 싸목싸목 지는 꽃과 쓰다 말고 놓아둔 미완성의 시와 길 없어 길 찾아 홀로 가는 길인, 오, 나의 몸이라는 한 줌의 비애여! ♧ 연필로 쓰는 詩 이슥한 밤 정성스레 연필 깎을 때 창밖에 눈 내리는 소리 연필을 꼭꼭 눌러 글씨를 쓰면 눈길을 밟고 다가오는 정갈한 영혼 하나 하늘이 뿌리는 사리 같은 눈 발바닥으로 문신을 박듯 사각사각 사각사각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19 2021년 09월

19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들(3)

♧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점묘-4 - 호월 어두움, 나이 타령, 거드름, 노욕, 불평, 비관적 찌푸린 얼굴, 꾀죄죄, 고집, 본능형, 과거 회귀 컴맹, 운동 부족, 배움 기피, 무취미, 반말, 무례 정신까지 늙은 사람, 늙다리 밝음, 미소, 말쑥, 미래 지향적, 베품, 낙천적 다양한 취미, 배움, 예의, 겸손, 사유형, 협조 봉사, 나눔, 경청, 유머 감각, 존대, 인품, 독립 정신은 젊은 사람, 노신사 선택은 우리 ..

18 2021년 09월

18

아름다운 세상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5)

♧ 인디언 기도문 - 노란 종달새(수우족)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