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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 모음, 오월 애창 시, 5월 아름다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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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8.

 

오월이 돌아오면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신석정·시인, 1907-1974, 1939년 작품) 

 

 

 

 

 

 

 

 

 



 오월의 신록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천상병·시인, 1930-1993) 

 

 



 5월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있네요 

저,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난 개구쟁이처럼 
강물에서 미끄럼 타고있네요 

저, 능청스런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저, 사랑스런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지르네요 
 

(김태인·시인, 1962-)

 

 

 5월이 오거든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홍해리·시인. 1942-) 

 

 



 5월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김상현·시인)

 



 5월의 초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5월 

여기 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월.


(최금녀·시인, 1941-)

 

 

 五月 

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仙鄕도 부럽지 않으이.

 


(김동리·소설가, 1913-1995)
* <문학사상> 1998년 7월호에 공개된 미발표 유작시

 

 


 5월의 노래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황금찬·시인, 1918-)

 

 


 

 

 감나무 있는 동네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이오덕·아동문학가, 1925-2003)

 

 

 5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오세영·시인, 1942-)

 

 


 오월 찬가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오순화·시인)

 

 



 5월 

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 
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곳으로 
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 
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 
겨울 함박눈처럼 
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아기 손처럼 귀엽고 보드라운, 
막 자라나는 메타세쿼이아의 잎을 
가만히 바라보거나 만져보노라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응결되어 있던 
피멍 하나 터져 
그곳에서 새순이라도 쑤욱 돋아나는 
느낌이 든다 

5월엔,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여전히 그때의 그 싱그러운 
당신의 얼굴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언제나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 
따사로운 햇살에 
오랫동안 잠겨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집먼지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어디에선가 꼭꼭 숨어 
유서라도 준비할 것만 같은 
그런 사람아

 

(안재동·시인, 1958-)

 

 


 5월을 드립니다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오광수·시인, 1953-)

 

 



 5월의 아침

모두들 가고 있구나
5월 나뭇잎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초록의 터널을 지나
저마다 한 뭉치의 희망
넘치는 꾸러미 한아름 안고
사과씨 뿌려진 아스팔트 위를
나도 가고 있구나
삶은 이런 것이려니
늘 스치고 지나는 일도
문득 뜨겁게 다가서는 것
어둠의 황량한 거리 초록불 켜지면
저 당당한 어깨 한 치의 오차 없는
발맞춤을 보라
사과씨는 움이 트고 다시 태양은 뜨리니
저려오는 다리 아린 팔뚝도 잊고
5월의 새 아침, 가로수 아래
빛나는 이마
참 아름답구나

 

(윤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5월의 시

토끼풀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속에 들어가
빛 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꽃 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이문희·시인)

 

 



  5월의 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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