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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교육 시화전 어르신들이 세상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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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1.

한글날 더욱 특별한 전시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가난과 차별 등으로 배움의 때를 놓쳐 '말'로만 
살아야 했던 어르신들이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지나 서울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글을 
배우며 새 삶을 시작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지난 지난 9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21 서울지역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을 전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이 노래 가사 읽을 수 있어요.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중략)
- 박영자 님(80세), 作 어머니 전상서 -

글 모르는 날 대신해 모든 일 앞장 서 주며
남편 기 살려준다고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하던
천사같은 내 집사람 (중략)
- 김종원 님(70세), 作 하늘나라 집사람에게 -

뒤늦게 한글을 배우신 어르신들의 서툴지만 
정성이 담긴 글과 그림은 세계 어떤 명작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데요, 

문해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와 
세상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보세요!

출처 : 서울씨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순댓국 / 김복순(72세)
이 순자 / 이순자(66세)
친구야!! 같이 가자 / 창동초안학교 2단계 전정자(72세)
나의 인생 / 서울동명초등학교 문해교실 이순자(73세)
바다 / 송영이(60세)
학교는 보물섬 / 마포평생학습관 계속1반 홍순례(74세)
거짓말 / 은평구 평생학습관 늘배움학교 이옥순(62세)
꿈을 찾은 소녀 / 김윤순(76세)
내 동생 / 조옥자(77세)
기역 니은 걸음마 / 최금주(76세)
금자와의 대화 / 최금자(73세)
애기 같은 한글 / 전봉심(7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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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김복순(72)

 

백신 주사 맞고 오는 길에

순댓국 한 그릇 사 먹는데

김이 모락모락

 

순대 모양은 이응이요

머릿고기 모양은 미음이라

자음 모음 찾아서 글자 만드니

순댓국 그릇에 글자가 한가득

 

아따! 이 글을 돈 주고 사뿌리면 좋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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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자

이순자(66)

 

나는 학교 가고 싶다

8살 순자와 같이

 

나는 학교에 가고 같다

14살 순자와 싶이

 

나는 학교에 가고 싶다

17살 순자와 같이

 

나도 학교에서 만났다

드디어 65살 순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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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같이 가자.

창동초안학교 2단계 전정자(72)

 

나는 누구인가

땅 끝 마을에서

이름 없이 살아 왔다

잡초 같은 인생길 험하고도 험했다

가시도 없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글자가 가시처럼 나를 찌른다.

부끄럽다고, 어렵다고, 너무 늦었다고,

돌아서면 물거품 되는 글자를 어쩌라고,

아프게도 콕,,, 찌른다.

 

늦지 않았다고 선생님이 알려 준다.

잘했다, 최고다, 한 마디에

꼭꼭 묶여있던 내 마음이 열린다.

그래 그래 알겠어.

한번 해볼란다.

글자랑 사이좋게 놀아 볼란다.

나랑 친구되어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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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서울동명초등학교 문해교실 이순자(73)

 

나는 나이가 들어

공부 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모를 때는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지금은 하늘을 보고 걷습니다

글을 알게 되니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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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송영이(60)

 

학교는 아름답고 넓디넓은 바다다

참으로 멀리 돌고 돌아 찾아왔다

태평양보다 넓어서 그랬나 보다

세상을 배우고

이것저것 담을 것 준비하느라

늦어도 한참 너무 늦어 버렸다

 

소녀 가장 이름의 도랑물 되어

사회라는 냇물에 휩쓸렸고

결혼하여 세 아이의 엄마로

험한 강물에 휘말려 허덕였다

이제 아름답고 넓은 바다로 들어섰으니

후회 없이 마음껏 헤쳐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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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보물섬

마포평생학습관 계속1반 홍순례(74)

 

배움에 목말라 찾아온

보물섬 학교

이 보물섬에서

나는 빈 곳간 채워보리라.

 

선생님들께서

날마다 담아 주시는 보물들.

흘리고 잊어버리고

돌아 갈 때에는 도로 빈 바구니.

 

아낌없이 주시는

보석들이 어두운 곳간을

환하게 밝히는

보물이 되어 빛을 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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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은평구 평생학습관 늘배움학교 이옥순(62)

 

결혼식 전날 밤 신랑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지

학교 못 다닌 거 말하지 말자고

단지 잠깐만 거짓말을 하면 결혼생활 편해진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지

 

시댁 어르신들이 새댁 보려고 모두 모이셨지

점잖은 작은아버님이 제일 먼저 물으셨지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느냐?

 

내 등에선 식은땀이 줄줄

내 눈은 멀뚱멀뚱 내 입은 꿀 먹은 벙어리

시집살이 내내 학교 못 다닌 것이 발목을 잡았지

 

지금의 마음이었다면

대충 얼버무리며 거짓말을 했을텐데

거짓말도 배워야 잘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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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은 소녀

김윤순(76)

 

대나무 병풍을 하고

간장 된장 장독대 정겨운 내고향

섬돌위 고무신 두짝 아직도 선하다

마중물 힘을 받아 콸콸 샘솟던

펌프물 시원하기도 했지

 

꿈많은 소녀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줄줄이 동생들 발목을 잡았네

결혼 후 살림에 자식들 건사하느라

잠시 접었던 꿈

 

내 나이 70이 넘어 이제야 계단을 오르네

김 윤 순 자서전 출판기념회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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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조옥자(77)

 

전쟁 때문에 동생은 남의 집에 살고

나는 외갓집에서 살게 되면서

우리 형제는 헤어져야만 해다

그 후 동생의 소식은 알 수 없었고

25년 동안 서로 소식도 모른 채 살아갔다

 

글을 몰라 찾을 방법도 몰랐다

글을 배우고 나서 제일 먼저 동생을 찾아 헤맸고

드디어 그토록 그리워하던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우리는 껴안고 울었다.

 

글은 하나뿐인 가족을 이어준

내 유일한 삶의 희망이다.

25년을 그리워하다 만난 소중한 내 동생을 보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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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 니은 걸음마

최금주(76)

 

아장아장

걷던 아기

’!

괜찮아

넘어지면서 걷게 되는 거야.

 

삐뚤삐뚤

쓰는 글씨

또 틀렸네!’

괜찮아

틀리다가 잘 쓰게 되는 거야

 

걸음마 아기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닐

그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연필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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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와의 대화

최금자(73)

 

금자야 너는 왜 그렇게 자신이 없니?

나는 글을 모르니까

 

금자야 너는 왜 뒤로만 가 움츠리고 있니?

나는 산수도 못하니까

 

금자야 너는 왜 마이크 안 잡아 노래는 잘 하지 않니?

글을 몰라 못 누르니까

 

금자야 너는 왜 모르는 것이 많니?

묻지 마 나도 속상하니까

 

금자야 가방 메고 어디 가니?

평생학습관 간다 읽고 쓰고 계산도 하고 노래도 해

 

금자야 신났네!

~ 앞으로 내 이야기 속에는

우리 선생님 우리 반이란 단어가 들어갈 거야

못 배운 한은 배움으로 밀어내고

용기와 자신감으로 살려고 해

 

금자야 잘한다! 박수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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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같은 한글

전봉심(76)

 

친구들은 보자기에 책을 싸서

허리에 묶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밭에서 풀매고 밥하고 빨래하며

혼자서 엄청 울었다

 

아들 셋을 키우느라 야채장사 했는데

한글과 숫자계산을 못해서

돈도 떼이고 무시당하고 서러웠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한글교실에 왔다

머릿속에 한글은 애기였다

차분하게 천천히

하나하나 써 내려 가다보니

이제는 간판도 보이고 책도 읽고

공부하러 가는 날이 너무 좋다

 

내 머릿속에 애기 한글이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돼가고 있어

마음이 흡족하고 든든하여

자신감에 힘이 많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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