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95세가 된 노병 참전용사가 거의 75년 만에 동성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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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훈장

2019. 10. 1.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클래런스 시모이어(왼쪽)가 미 육군 관계자로부터 동성훈장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 . 2019-09-19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사소한 규정 위반 탓에 아쉽게 수훈 대상에서 제외됐던 참전용사가 거의 75년 만에 훈장을 받았다. 이제 95세가 된 노병은 “그저 영광스러울 뿐”이라며 감격을 토로했다.

 

19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육군은 수도 워싱턴에 있는 2차 대전 기념관에서 참전용사 클래런스 시모이어를 초청한 가운데 훈장 수여식을 가졌다.

 

시모이어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3월 미 육군 기갑부대가 독일 육군 기갑부대와 싸워 이겨 독일의 주요 도시들 중 하나인 퀼른을 점령하는 데 혁혁히 기여한 공로로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을 받았다.

 

2차 대전 당시 ‘판처’와 ‘티거’라는 두 탱크를 앞세운 독일군의 기갑 전력은 미군 등 연합군에 의해 ‘무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미군의 주력 탱크인 ‘셔먼’은 판처나 티거 앞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시모이어는 미 육군이 셔먼 탱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급하게 개발한 신제품인 ‘퍼싱’ 탱크의 포수(gunner)였다. 그가 속한 기갑부대가 퀼른에서 독일군과 마주친 1945년 3월 당시 미군은 유럽 전선에 퍼싱 탱크를 단 20대만 보유하고 있었다.

 

퀼른의 랜드마크인 대성당 앞에서 독일군 판처 탱크와 조우한 미군의 셔먼 탱크는 역시나 패배를 면치 못했다. 판처 탱크가 쏜 포를 정면으로 맞은 셔먼 탱크 한 대는 곧 화염에 휩싸였고 전차장을 비롯한 승무원 대부분이 숨졌다.

 

그러자 시모이어가 포수로 탑승한 퍼싱 탱크가 판처 탱크 앞으로 돌진했다. 판처 탱크도 퍼싱 탱크를 발견하고 조준을 위해 좀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하려는 찰나 퍼싱 탱크의 포가 먼저 불을 뿜었다.

 

명포수 시모이어의 솜씨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첫 발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발도 판처 탱크에 명중했고 그 육중한 전차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안에 타고 있던 독일군 병사들은 불길을 피해 탈출했다가 모두 미군의 포로가 됐다.

 

퀼른 점령 후 시모이어는 미군의 동성훈장 수여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만 제외되고 말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전투가 완전히 끝나고 전우들과 퀼른 시가지를 걷고 있었죠. 꼬마 두 명이 우리한테 달려오더니 독일어로 ‘풍선껌(Kaugummi) 주세요’ 하더군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던 저는 호주머니를 뒤집어 텅비었음을 보여준 다음 아이 손을 잡고 그 어머니한테 데려갔어요. 그런데 잠시 후 근처에 있던 헌병이 다가오더니 제 이름과 계급을 묻고선 수첩에 적었죠. ‘독일인에게 말을 거는 것은 금지된 행동이야’ 하면서요.”

 

75년 가까이 지나 ‘풍선껌’에서 비롯한 사소한 규정 위반은 중요치 않다고 여긴 미 육군은 뒤늦게나마 시모이어에게 동성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옛 전우와 그 가족들이 함께한 성대한 기념식 후 미 육군 관계자가 시모이어의 양복 상의 옷깃에 번쩍번쩍 빛나는 동성훈장을 달아줬다.

 

“참으로 영광스럽군요. 영광스러워요. 죽는 날까지 늘 이 영예를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그때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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