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미소 2020. 12. 25. 09:14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팀 우즈(타이거 우즈, 찰리 우즈)가 최종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고진영 프로와 김세영 프로가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열리던 지난 주,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하나의 대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PNC 챔피언십 2020이 그것인데요. 이 대회는 특이하게 PGA 4대 메이저대회 및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역대 챔피언 20명이 가족과 함께 2인1조를 이루어 이틀간 36홀 스크램블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는 이벤트 대회입니다.

지난해까지는 공식타이틀이 'Father Son Challenge'였는데 반드시 선수의 아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올해부터는 아예 타이틀이 새롭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올해 이 대회가 유독 큰 관심을 끈 것은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아들인 찰리와 조를 이루어 참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찰리가 범상치 않은 자질을 뽐내고 있다는 증언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던 터라 과연 이 부자가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찰리는 마치 아버지 무파사를 따라 처음 사냥을 나온 어린 심바와도 같은 용맹함을 보여주었는데요. 특히 첫날 파5 3번홀에서 찰리는 마치 아버지의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대담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골프팬들의 눈길을 한 눈에 사로잡았습니다.

세컨샷 지점 전방에 나무숲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찰리가 그린을 곧바로 공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 용맹한 새끼호랑이는 놀랍게도 완벽한 드로우를 만들어내며 핀을 공략했고, 공은 핀 1미터 앞에 멈췄습니다. 이 멋진 샷 뒤에 보여준 어퍼컷 세리모니는 마치 아버지의 포효를 빼다박은 듯 했습니다. 이후 찰리는 침착하게 이글 퍼트까지 마무리 지으며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경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타이거는 이미 다른 골프선수들이 범접하지 못할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샘 스니드의 PGA 최다승 기록인 82승과는 타이를 이루었고,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인 18승에는 2승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기록들을 경신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타이거는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유산을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대회를 지켜보며 타이거의 진정한 유산은 어쩌면 그의 아들인 찰리와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팀 우즈(타이거 우즈, 찰리 우즈)가 1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타이거는 언제나 아버지인 얼 우즈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곤 했었고,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을 때도 "찰리를 끌어안으며, 22년 전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한 뒤 나를 안아주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언론은 이 장면을 두고 "(22년 전) 아들과 아버지였다면, 지금은 아버지와 아들이다(It was son and father. And now father and s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타이거라면, 자신이 이룬 그 모든 업적보다도 아버지 얼 우즈, 자신, 그리고 찰리로 이어지는 그 역사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지 않을까요?

골프라는 스포츠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골퍼 중에서 페인 스튜어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메이저 3승을 포함 PGA 11승을 거두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이 위대한 선수는 훌륭한 실력뿐만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매너와 스타일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습니다.

1999년 US오픈에서 필 미컬슨과의 역대급 명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비운의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이 선수의 정신을 기리는 페인 스튜어트상이 제정되어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기리고 있기도 합니다.

페인 스튜어트와 1999년 US오픈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했던 필 미컬슨은 대회를 앞두고 딸이 태어나는 경사를 맞이했었는데요. 페인 스튜어트는 18번홀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다음, 필 미컬슨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부여잡고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과 함께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골프의 승부보다 더욱 뜻깊고 소중한 것은 우리의 인생과 가족이며, 우리는 그 평범한 진리를 골프를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야말로 아름다운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이거가 찰리와 함께 라운드하며 건넨 대화와 미소, 페인 스튜어트가 필 미컬슨에게 보낸 진심어린 축하와 조언, 이런 것들이야말로 다른 스포츠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골프의 진정한 미덕 아닐까요?

여러분의 골프는 경쟁심과 스코어로 가득차 있나요, 아니면 소중한 대화와 인생의 은유로 빛나고 있나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나의 골프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