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브라질 이야기

20년 전부터 브라질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울러 유튜브도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굶은 사람은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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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야기

2020. 1. 15.




20여 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식당 하던 때. 가스 배달원이 수금하러 왔다. 딱 봐도 피곤한 얼굴. 수금해주며 시간도 됐으니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했다. 밥 먹자는 소리에 잠시 당황하길래 어차피 우리 식당은 뷔페로 음식이 많으니 퍼서 먹으라 했다. 황당해하다 잘 먹었다. 일하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사람. 나가면서 내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세상 살다 자기 보고 끼니때 밥 먹으라고 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나갔다.


당황한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 시간 되어 있는 것 나눠 먹었을 뿐. 사람은 밥을 꼭 먹어야 한다. 내가 배불리 먹는다고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조금이나마 주위에 밥 굶는 사람 있으면 같이 먹도록 해야 한다. 원래부터 먹성 좋았지만, 특히 20대 후반 막 성인이 되기 전 엄청나게 배고픈 적이 있었다. 한때 3일간 굶다 딱딱한 빵 한 쪼가리 남았는데 어떻게 먹을까 고민했다. 대접에 물 받아 빵을 주먹으로 움켜쥐고 한참 불려 한 번에 꿀떡 한 적도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부모님과 잘 살며 여러 가지 음식을 맛있게 먹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한탄스러웠다. 그때 충격이 컸다. 평소 다른 사람의 두 배를 먹는 왕성한 식성. 트라우마로 남아 끼니를 꼭 챙겨 먹었다. 덕분에 혼자 살던 내내 엥겔 지수는 당연히 높았고 모든 일은 꼭  먹는 것과 연결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슈퍼마켓을 들려 새로 나온 음식과 재료를 사서 집에서 몇 시간 만들어 혼자 먹는 것이었다.


혼자 살고 친구가 좋고 술을 많이 먹던 20대.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일 년 사이 55kg 몸이 70 kg를 훌쩍 넘었다. 이 모든 게  불안하여 끊임없이 먹어댄 것이다. 신혼 초 저녁을 6시에 먹고 초콜릿 한 통, 라면 2개, 빵,  또 아이스크림을 밤 11시까지 계속 먹는 일이 반복됐다. 그때는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아내는 내게 정성 들여 먹거리를 다 챙겨 줬다.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의사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이렇게 먹고 있다 했더니 깜짝 놀라며 아무래도 불안 증세가 왔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 뭔 소린지도 몰랐지만, 그때부터 내 삶을 돌아보니 정말 먹는 것에 집착이 컸다. 먼저 문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치료하기 위한 노력 했다. 약을 처방받아 제때 먹었고 많은 의지로 불안증세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차츰 극복했고 이제는 불혹 넘으며 자연스럽게 식욕도 줄었다.


아팠던 사람만이 다른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 곪아 봤던 시절 그 상처가 항상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최소한 내 주위에 굶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한참 어려웠던 사회 초년 시절. 문도 열지 않은 회사 옆에서 빵을 먹고 있는데  서성이며 구걸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불러 먹고 싶은 빵을 잔뜩 고르게 하여 돈을 내고 부리나케 나왔다. 덕분에 그날 점심은 부실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첫 나눔이었다.


나도 어려웠지만,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있었다.  문제 일으키고 힘들어하던 친구. 나도 돈이 없었지만, 이것저것 돈을 모아 불러내어 밥 사 주고 힘내라며 갈 때 담배 한 보루 사줬다. 한참 후 그 친구는 평소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렇게 먹여주고 담배까지 사줘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한다. 그런 칭찬을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없는 사람에게는 조그만 도움이라도 크게 느껴진다.


굶으면 누구나 참 비참해진다. 건강한 사람도 굶으면 힘이 빠진다. 요즘같이 불안한 시대에 스트레스받아 굶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배가 되어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청량음료와 초콜릿 등 고칼로리 음식으로 몸을 망친다. 살을 빼라 운동해라 여러 말을 해 주는데 그것보다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대화가 필요하다. 한때 어떻게 내 형제를 도울까 고민했다. 돈을 주는 것보다 함께 밥을 먹으며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을 잃고 헤매는 친구도 있지만 살면서 왜 돈을 버는지 왜 쓰는지 왜 욕먹고 사는지 모른 채 달리는 사람을 보듬어 주고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에서 요리하여 나눠 먹으며 소통했는데 먹기만 하고 그냥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화하고 깨달음 얻어 사랑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한 끼 밥이라도 제대로 먹으며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맛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주위에 배고픈 사람이 없는지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