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상자

권요셉 2012. 4. 21. 16:23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승강장에 앉아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부스에 기대어 어깨 들썩이며 흐느끼는 30대 여인

핏기없는 초라한 얼굴, 

소박한 짧은 파머머리

그리고  갈색 면티에 베이지색 바지 

다른 사람들의 눈빛은 그녀의 기억에 없다는 듯

차오르는 울음을 연신 삼켜대며  

맥없이 눈물을 흘려대고 있었다 

 

주위에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멀리서 나를 태울 전동차가 달려 오고 있었지만 

걸음을 뗄 수 없었던 것은

그냥 가슴이 아파왔다

자석에 이끌리듯 승강장  긴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일면식도 없는 그녀를 위해 

내가 할일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바보같은 생각으로....

 

그러나 막상 그녀에게 다가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근사한 말을 건내야 할 것만 같은데

아무 말도 떠오르질 않았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귀찮게 무슨 할 말있냐는 듯이

아니 나를 도와 달라는 듯이...


나는  멋적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핸드백을 열고 작은 여행용 티슈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티슈를 빼어 눈물을 닦더니 

남은 티슈를 돌려주면서 

희미한 미소로 '고맙습니다' 라는 것이 아닌가

 

내가 타고 가야 할 전동차가 다시 도착했다 

기운을 차렸다는 듯 따뜻한 눈인사를 남기고

돌아서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전동차에 몸을 실었다


그때였다

같이 탄 승객 몇몇이 걱정스레 내게 말을 건낸 것은

무슨일이래요?

누가 죽었대요? 

아니면 실연이라도.....

 

나는 그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모두들 무관심듯 보였는데 사실은 그들도 나처럼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구나

혹시 잘못 말을 건넸다가 봉변이라도 당하거나 

괜히 관심보였다가 원치 않는 그녀의 

지루한 신세타령을 듣게 되지나 않을까

다가갔다가 그녀가 쓰러져 병원까지 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들을 철저한 무관심의 의식세계로

내몰았을 것이리라

 

다른 사람일에 상관하기 싫어하고,

숫기가 없어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무엇보다 말 주변까지 없는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아마도 나 역시 길을 가면서 남이 보던 말던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살면서 그런 충동 한두번 이런일을 겪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조금은 살벌하고 매정한 요즘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일종의 무식한 용기이며 무책임한 도박인지도 모른다.

잘못된 인연이 되어 마음의 상처만 얻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막연한 두려움속에 

갇혀 사는 것일 지 모른다


하지만 난 믿는다

대다수의 우리들은 큰 도움이 아닌 

작은 관심을 필요로 할 뿐이라고

무슨 대단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그저 진심어린 따뜻한 시선 한 조각과

티슈 한 장이면 그만이라고......

 

비 개인 아침

말갛게 씻긴 자귀나무 이파리가 더 없이 싱그럽다  


-신린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