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성녀

권요셉 2014. 6. 13. 22:15


예언자 성 엘리사(Prophet Saint Elisha) 
 

 

 

 


 

 

 축일

 6월 14일 
 신 분  구약인물, 예언자
 활동지역  미상
 활동연도  + 9세기경BC
 같은이름

 엘리세오, 엘리세우스    

 

 

 

 

 


성 엘리사(Eliseus)는 엘리야(Elias)의 계승자로 이름의 뜻은 ‘하느님께서 구원하셨다’라는 뜻이다. 엘리사는 대략 기원전 850-800년경 북이스라엘의 왕 아하지야, 요람, 그리고 여호아스 재위 기간에 활동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수많은 기적을 행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구약성서에는 그에 관한 대목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신명기계 역사서인 열왕기 상하권에 예언자 엘리야와 엘리사 이야기가 큰 단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엘리야 이야기는 열왕기 상권 17-19장과 21장, 열왕기 하권 1-2장에, 엘리사 이야기는 열왕기 하권 2-9장에 나타나며 그의 죽음 이야기가 13장 14-21절에 수록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엘리사 개인에 관한 설화적인 이야기들과 사마리아의 역사적인 격동과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아벨 므홀라 출신으로 사밧의 아들 엘리사는 엘리야의 제자로 부름을 받았다(1열왕 19,16-21). 열왕기에 등장하는 그에 관한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적에 대한 것이다. 또 각 이야기들은 서로 연관성을 갖지 않는 독립된 이야기로 나타나며, 엘리사의 생애에서 어느 것이 먼저 일어나고 나중에 일어났는지 등의 시간적인 연계성도 표현하지 않는다. 여기서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는 다만 기적을 행하는 사람으로 나타나며 이 기적들은 특별하게 종교적이거나 신학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또한 도덕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엘리사는 ‘예언자’라는 명칭과 함께 자주 ‘하느님의 사람’으로 지칭되었다. 그 시대의 역사적인 사실들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이야기들은 엘리사가 신명기계 역사서에서 예언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엘리야와 함께 예언자로서의 한 모델을 제시한다. 엘리사는 야훼 신앙을 저버린 오므리 왕조를 거슬러 계속해서 투쟁을 하며 오므리 왕조의 멸망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예후를 세우고, 다마스쿠스의 하자엘이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예후가 왕위에 오른 이후에는 엘리사의 사회적 역할의 장이 주변에서 중심으로 바뀌어 나타나며, 그는 왕궁과 밀접히 연결되어 특별히 국방 부분에 많이 연계된다.

 

엘리사는 그 시대에 온전한 성실로 야훼 신앙을 지킨 하느님의 사람으로 나타난다. 그가 행한 것으로 나타나는 놀라운 일들은 그의 확신 있는 행동의 능력을 보여 준다. 거칠고 단호한 몇 개의 설화는 야훼 신앙이 위기에 처해 있고 이스라엘 역시 대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아주 힘든 시기에 그를 휩싸고 있던 신념과 확신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신명기계 역사 속에서 민간설화에서 기억하는 대로 크나큰 능력을 가지고 초기 이스라엘에서 혼합주의 경신례의 위협을 거슬러 야훼 신앙을 고수하며 오로지 야훼만을 신봉하던 사람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엘리사는 죽었을 때도 살아 있을 때처럼 야훼의 생명을 전하는 도구로 묘사되었다.

 

신약에서도 구약의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던 엘리사가 언급되고 있다. 예수님은 나자렛의 회당에서 엘리사가 나아만의 문둥병을 낳게 한 이야기를 엘리야가 사렙다 과부를 도운 이야기와 함께 인용하면서 이방인들에 대한 선교의 정당성을 설명하였다(루가 4,27).

(가톨릭 홈)

 

 



엘리사 예언자와 북 왕국의 멸망
 
송재준(마르꼬) |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엘리사 예언자

 
기원전 9세기, 스승 엘리야와 함께 구약 예언운동의 초석을 놓았던 엘리사는 본래 농사를 짓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엘리사의 생활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은 그를 당신의 예언자로 정하신 하느님의 선택 때문이었다. 호렙산에 몸을 피해 있던 엘리야에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통해 다가오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야훼종교의 참된 본질임을 계시하신 후 “엘리사에게 기름부어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1열왕 19,16ㄴ)고 명하신 것이다. 이러한 하느님의 분부에 따라 엘리야는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던 엘리사에게 자기 겉옷을 걸쳐줌으로써 자신의 예언자로서의 능력을 넘겨주고자 한다. 이에 엘리사는 곧장 주변을 정리한 후 엘리야를 따라나서게 된다.

 

 

그러나 엘리사가 예언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스승인 엘리야의 승천(2열왕 2,1-18) 이후이다. 엘리야로부터 영과 겉옷을 전수 받은 엘리사는 다른 예언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많은 기적들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전한다(2열왕 2,19-25; 4,1-8,15; 9,1-13; 13,14-21). 여기서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요람(852-841), 예후(841-814), 여호아하즈(820-803), 여호아스(803-787) 임금 시대에 엘리사가 행했던 기적들 가운데 몇 가지를 선별해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엘리사가 특정한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행한 기적으로 “수넴의 아이 없던 여인”과 관련된 이야기(2열왕 4,8-37)를 들 수 있다. 
 

이즈르엘 평야 동쪽, ‘수넴’이란 마을에는 엘리사가 방문할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던 가정이 있었다. 어느 날 다시 그곳을 찾은 엘리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아직 아이가 없는 그 집의 부인에게 내년 이맘 때 한 아들을 안게 되리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부인은 “어르신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고 반문하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 옛날 성조시대에 마므레로 아브라함을 찾아온 하느님께서 이미 나이도 많고, 달거리가 그친지 오래된 사라가 아들을 갖게 되리라고 말씀하셨을 때 사라가 믿지 못하였던 것처럼…. 그러나 엘리사가 예언한 대로 부인은 임신하여 아들을 낳게 된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예언자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별탈 없이 잘 자라던 아이가 그만 죽고만 것이다. 이때 수넴 부인이 취한 행동은 이 기적 이야기의 핵심적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부인은 ‘하느님의 사람’인 엘리사를 찾아가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알린 다음, 그가 도와줄 때까지는 떠나지 않으리라고 “살아 계신 하느님”과 엘리사의 생명을 두고 맹세하며 매달린다. 이러한 부인의 간절한 청과 전적인 믿음은 엘리사로 하여금 아이를 다시 살리는 기적을 행하도록 한다.

 

 

 

이 기적 이야기는 먼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밝혀주고 있다. 즉 그분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시고 주관자이시며, 인간의 어려운 처지를 돌보아 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사람인 예언자의 말씀은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함께 신앙인이 지녀야 할 근본적인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한편 엘리사는 빵의 기적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우신 능력을 드러낸다(2열왕 4,42-44). 엘리사에게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왔을 때 그는 군중이 식사를 하도록 보리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 한 자루를 내어준다. 너무나 터무니없이 작은 양이었기에 분배를 맡은 시종은 “이것을 어떻게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반문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엘리사는 “하느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 대답으로써 이 기적을 행하시는 참된 주체가 누구이신지를 밝힌다. 이어 그 결과가 서술되는데 과연 “하느님의 말씀”대로 그 많은 군중들이 먹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이 기적은 특히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마태 14,13-21; 마르 6,30-44; 루가 9,10-17)을 예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그리고 엘리사는 이방인들을 위해 기적을 행하기도 하였다. 아람 사람 나아만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2열왕 5장). 나아만은 용맹을 떨치던 아람 임금의 장수였으나 불행하게도 나병에 걸리고 만다. 이스라엘에서 온 하녀의 소개로 엘리사를 찾아온 그는 예언자가 일러 준 대로 요르단 강으로 내려가 일곱 번 몸을 씻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진다. 이처럼 하느님의 능력을 몸소 체험한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돌아와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15절) 라고 고백한다. 여기서 나아만의 신앙고백은 하느님의 권능이 이스라엘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방인들에게도 역사(役事)하신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이러한 하느님의 보편성은 이미 출애굽 사건 때 모세의 장인으로서 미디안 사제였던 이드로를 통해(출애 18,10), 모압 평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했던 이방인 발람을 통해(민수 22-24장), 나아가 유배지인 바빌론에서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나타나신 하느님의 현현사건을 통해(에제 1,4-3,27) 드러나기도 된다.

 

 

 

 

그밖에도 엘리사는 아람의 침략으로 곤경에 처하게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짐을 증거하였다(2열왕 6,8-7,20). 또한 엘리사가 보낸 예언자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고 임금이 된(2열왕 9,3) 예후가 아합 집안 출신 요람 임금(2열왕 9,14-26)과 이세벨(2열왕 9,30-37)을 징벌한 이야기는 이전에 엘리야 예언자를 통해 선포된 하느님의 말씀이 구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엘리사의 죽음에 관해서는 2열왕 13,14-21이 전하고 있다.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기원전 722)

 

기원전 8세기 중반부터 북왕국 이스라엘은 계속되는 정변으로 국력이 급속히 약화되어 오다가 결국 호세아 임금에 이르러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이때 아시리아 임금 샬마네셀 5세는 북왕국의 수도인 사마리아를 함락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본국으로 끌고 간다(2열왕 17,1-6). 북왕국의 멸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열왕기 저자가 이 사건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성서 저자는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자손이 멸망하게 된 것은 에집트 땅에서 그들을 구해내신 야훼 하느님께 죄를 짓고, 다른 신들을 경외하였으며, 이방 민족들의 풍속을 따라 걸었기 때문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2열왕 17,7-8). 이미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너희의 악한 길에서 돌아서서,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명하고 나의 종 예언자들을 통하여 너희에게 보낸 모든 율법대로 나의 계명과 규정을 지켜라”(2열왕 17,13)고 끊임없이 타이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덜미가 뻣뻣한 이스라엘 민족은 계약의 근본 정신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외면하는 삶을 살았고, 그 결과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선물로 주신 땅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아시리아로 유배를 떠나게 되는 시련을 겪게 되었다고 성서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성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아픈 역사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해석하면서, 유배라는 고통의 시기가 바로 과거의 잘못된 삶을 반성하여 깨닫고, 회개하여 다시금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정화의 계기가 된다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사마리아인의 기원(2열왕 17,24-41)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 후 정복자인 아시리아 임금은 정책적으로 다른 피정복지의 여러 민족들을 데려다가 사마리아 성읍들에 살게 한다. 이때 이주해온 이방인들은 이스라엘 사제의 가르침으로 알게된 하느님을 경외하면서도 자신의 신들을 함께 섬겼다. 다른 한편 사마리아에 남아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이주민들의 영향을 받아 혼합종교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마리아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민족과 이방인들이 혈통, 풍속, 종교 전반에 걸쳐 혼합되어간다. 이렇게 형성된 사마리아인은 후대 유대인들에 의해 이방인으로 여겨지게 되는데, 요한 4,1-42의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는 이러한 경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월간 빛, 2001년 10월호]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주십시오.” (2열왕 2,9-15)

 

 

 

 

 

 

정태현

  

엘리사는 하느님께서 호렙산에서 엘리야를 위로하러 나타나셨을 때, 엘리야의 후계자로 점지해 주신 예언자이다. ‘엘리사’는 히브리말로 ‘하느님은 구원이시다’는 뜻이다. 그는 갈릴래아 호수 남쪽의 요르단 계곡에 위치한 아벨므올라의 농부 사밧의 아들이었다. 1열왕 19장에 따르면 엘리사는 어느 날 쟁기로 밭을 갈다가 엘리야를 만났다. 그는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었다.”(1열왕 19,19)고 하는데, 아마도 그의 집안 사람들이 품앗이로 그를 도우러 왔던 모양이다. 열한 쌍의 소는 다른 사람들이 부리고 열두번째 겨릿소는 그 자신이 부리고 있었다. 그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자기 겉옷을 던져주었다. 이 행위로써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자신의 능력과 예언자 소명을 부여하려 한 것이다. 그러자 엘리사는 밭 갈던 소를 버려두고 엘리야에게 달려와 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엘리야는 엘리사가 선뜻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려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하였다고 그러느냐?” 하며 모든 것이 엘리사의 결단에 달려있음을 넌지시 알린다. 예수님도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루가 9,61-62)고 하셨다.

 

엘리야의 우려와는 달리 엘리사는 집으로 가서 새로운 소명을 받아들이는 표시로 겨릿소를 잡아 제물을 바쳤다. 그리고 쟁기를 부수어 그것으로 고기를 구워 집안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한 다음, 엘리야를 따라나섰다. 엘리사는 이렇게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예언자의 소명을 받아들였다. 엘리사가 스승을 충실하게 섬긴 몇 해가 지난 뒤, 엘리야는 자기 생애가 끝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엘리야는 요르단 계곡에 있는 길갈에서 베델 성소로 올라갔다가 예리고로 내려가고 거기서 요르단 강으로 갔다. 이 여정에서 세 번씩이나 엘리야는 엘리사더러 뒤에 남아있으라고 하지만, 충실한 젊은 제자는 스승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하며 스승의 부탁을 거절한다. 요르단 강에 이른 엘리야는 겉옷을 들어 말아가지고 그것으로 강물을 치니, 물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엘리야와 엘리사 두 사람은 마른 땅을 밟고 강을 건넜다.

 

(구약성서 새 번역) 9 강을 건넌 다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물었다.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너에게 해주어야 할 것을 청하여라.” 그러자 엘리사가 말하였다.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주십시오.” 10 엘리야가 말하였다 “너는 어려운 청을 하는구나.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그대로 되겠지만 보지 못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11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감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서 그들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12 엘리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 엘리사는 엘리야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자기 옷을 움켜쥐고 두 조각으로 찢었다.

 

13 엘리사는 엘리야에게서 멀어진 겉옷을 집어들고 되돌아와 요르단 강가에 섰다. 14 그는 엘리야에게서 떨어진 겉옷을 잡고 강물을 치면서, “주 엘리야의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하고 말하였다. 엘리사가 물을 치니 물이 이쪽 저쪽으로 갈라졌다. 이렇게 엘리사가 강을 건너는데 15 예리고에서 온 예언자 무리가 멀리서 그를 보고 “엘리야의 영이 엘리사에게 내렸구나.”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엘리사를 맞으러 나와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요르단 강을 다 건너자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하느님께서 자신을 데려가시기 전에 자기가 그에게 해주어야 할 것을 청하라고 한다. 엘리사는 엘리야가 가진 영의 두 몫을 받게 해달라고 청한다. 여기서 엘리야의 영은 예언자의 영을 말하며, 이 영의 두 몫을 청하는 것은 엘리야의 후계자가 되게 해달라는 청이다. 엘리사의 청에 엘리야는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그대로 되겠지만, 보지 못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고 대답한다. 이로써 엘리야는 자신에게는 엘리사를 예언자로 만들 능력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그는 다만 엘리사가 예언자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그 징표만을 가르쳐줄 뿐이다.

 

 

 

 

그들이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중에 갑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고 엘리야가 그 병거에 오르자 큰 회오리바람이 그를 휩싸 하늘로 데려가버렸다. 엘리사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 겉옷을 찢으면서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 하고 부르짖었다. 나중에 엘리사가 죽어갈 때도 이스라엘의 임금 여호아스가 같은 말로 외친다(2열왕 13,14). 여기서 이스라엘의 병거와 기병은 이스라엘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그 힘은 처음에는 엘리야에게, 그리고 엘리야가 떠난 다음에는 엘리사에게 머물렀다. 엘리사는 스승이 남겨준 겉옷을 집어들고 되돌아와 요르단 강가에 섰다. 그가 이 겉옷으로 강물을 치니 물이 갈라졌다. 예리고에서 온 예언자 무리가 이 광경을 다 지켜보고는, “엘리야의 영이 엘리사에게 내렸구나.” 하고 엘리사를 엘리야의 정식 후계자로 맞아들인다.

 

엘리야의 영과 겉옷을 전수받은 엘리사는 엘리야 못지않게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특히 그가 행한 기적들은 그 종류와 양에서 다른 예언자들을 압도한다. 죽은 예언자의 아내로서 빚으로 팔려갈 두 아들을 둔 여인을 위하여 기름을 많게 한 기적(2열왕 4,1-7)과, 수넴 여자의 죽은 아들을 살린 기적(4,8-37)은 사렙다 과부에게 행한 엘리야의 기적과 비교할 수 있다. 또 어떤 농부가 가져온 보리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을 많게 하여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 기적(4,42-44)은 예수님의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과 비교할 수 있다.

 

 

 

 

옐리사는 스승 엘리야에게서 하느님께 대한 확고한 열정과 큰 기적들을 행할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면서도, 스승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엘리야는 언제나 엄격하고 강직하며 독자적인 성격을 드러낸 데 비해, 엘리사는 필요할 때는 단호했으나 일반적으로 예언자들의 무리와 잘 어울리며 융통성이 더 있고 사목적인 인물이었다. 이 같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예가 시리아 사람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준 이야기이다(2열왕 5장).

 

아람 임금의 군대 총사령관으로 나아만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임금의 신임을 받는 힘센 용사였으나 불행히도 나병에 걸려 있었다. 어느 날 이스라엘에서 잡아온 여종이 나아만의 부인에게 사마리아의 한 예언자가 주인 어른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아람 임금에게 전한 나아만은 임금에게서 이스라엘 임금 여호람에게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는 친서를 얻어가지고 북이스라엘 왕국의 수도 사마리아에 도착한다. 아람 임금의 친서를 받아든 여호람은 “내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하느님이란 말인가? 이는 아람 임금이 나와 싸울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하면서 자기 옷을 찢었다. 이 소식을 들은 엘리사는 사람을 보내어 요르단 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도록 나아만에게 이른다. 나아만이 엘리사가 일러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 일곱 번 몸을 담그자 온몸이 깨끗해졌다.

 

나병에서 치유된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되돌아와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큰 선물을 주려고 하였지만, 엘리사는 선물 받기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나귀 두 마리에 실을 만큼의 흙을 가져가게 해달라고 청하고는 “이 종은 이제부터 이스라엘의 주님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이나 희생제물을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주님께서 사시는 땅의 깨끗한 흙은 나아만이 제물을 바칠 제단을 세울 때 쓰일 것이다. 이민족 땅의 흙은 우상들 때문에 더럽혀져 부정하다(호세 9,3-4; 아모 7,17). 그 밖에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한 가지 용서를 청한다. 그는 아람 임금이 다마스커스의 신인 림몬의 신전에 예배하러 갈 때에 임금을 수행하고 임금과 함께 예배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를 용서해달라는 것이다. 엘리사는 이 개종자의 신분과 처지를 이해하여 그에게 우상숭배의 외적 예식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한다. 이런 관용은 유배 이후 시대에 유다인들이 이방 종교와 풍습에 대하여 보인 강경한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토비 1,10-12; 1마카 1,62-63). 나아만에게 취한 태도는 엘리사의 사목적 관심과 배려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엘리사는 밭에서 쟁기질을 하다가 엘리야에게 부름을 받은 이래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쉰 해 동안 북왕국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였다. 그는 죽으면서도 이스라엘의 임금, 예후의 손자 여호아스가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나라를 걱정하며 목숨을 거두었다. 부르심을 받았을 때 신속하고 단호하게 주변을 정리한 엘리사의 깔끔한 태도, 스승 엘리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존경, 예언자들의 무리를 훌륭하게 이끈 그의 지도력, 사목적 관심과 배려, 그리고 조국에 대한 사심 없는 봉사 등은 모든 지도자의 귀감이다.

 

정태현 갈리스도/ 신부,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사도직)

[경향잡지, 1998년 11월호]

 

 


 


예언자 엘리사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신부)

 

 

엘리사(Elisha)는 엘리야의 제자로 그의 모든 권한을 이어받았다. 엘리사의 역할은 우상숭배에 빠진 ‘아합왕조’를 뒤집는 일이었다. 임금을 제거하는 모반이었기에 목숨을 걸어야했다. 그는 군인이었던 ‘예후’를 부추겼고 그와 함께 반란을 주도했다. 이렇게 해서 ‘이즈르엘의 대학살’을 이끌어냈다.

 

당시 이즈르엘은 북 이스라엘의 수도였고 임금은 아합의 둘째 아들 ‘요람’이었다. 그는 아람족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치료받고 있던 중이었다. 틈새를 놓치지 않고 예후의 군대는 왕궁을 덮쳤다. 쿠데타였다. 저항하던 요람은 도망을 쳤지만 예후는 그를 활로 쏴 죽인다(2열왕 9,24).

 

그리고는 ‘이제벨’을 찾아내어 살해했다. 이제벨은 자신의 처소에서 화장을 하고 당당하게 예후를 맞이했다. “자기 주군을 죽인 지므리 같은 자야, 평안하냐?”(2열왕 9,31) 죽음을 각오한 이제벨은 마지막 순간까지 말리지 않았다. 분노한 예후는 내시에게 창밖으로 던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이제벨은 땅에 떨어져 죽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예후는 즉시 정적들을 제거했다. 아합의 아들 70명과 남아 있던 관료들을 모두 살해한 것이다. 이것이 이즈르엘의 대학살이다. 훗날 ‘호세아’는 예후를 비난하는 예언을 남긴다(호세 1,4). 그만큼 잔인한 사건이었다. 예후의 후광으로 엘리사는 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구약의 예언자들 대부분이 비난과 핍박을 받았지만 엘리사의 삶은 예외였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겸손했고 청렴하게 처신하였다.

 

그러기에 엘리사는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물이 좋지 않은 성읍의 지하수를 정화시켰고 죽은 제자의 부인을 애련히 여겨 기름이 많아지는 기적을 베풀었다. 그리고 보리빵 스무 개로 백여 명을 먹게 했으며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살리기도 했다(2열왕 4,35). 가장 유명한 기적은 아람(Aram)의 군대 장관인 ‘나아만’을 고친 일이다. 그는 문둥병에 걸려 있었는데 엘리사의 지시대로 요르단 강에서 목욕하자 병이 나았던 것이다(2열왕 5,14).

 

 

 

 

엘리사는 예언자로 불림받기 전에는 평범한 시골 농부였다. 그런데 엘리야가 부르자 즉시 응답했다. 그만큼 결단력이 빨랐던 것이다. 그리고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놓고 성대한 송별식을 가졌다(1열왕 19,21). 미루어보건대 상당한 부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평생 허름한 옷에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대머리였고 가끔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2열왕 2,23). ‘임금의 후원’을 받는 막강한 예언자였지만 일생을 소박하고 겸허하게 살았던 것이다.

 

[2009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성서 속의 명화]

 

조지오 바사리 - 독이 든 국 
Giorgio Vasari, The Prophet Elisha
c. 1566, Tempera on wood, 40 x 29 c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원본 : http://www.wga.hu/art/v/vasari/elisha.jpg]
 
 


독이 든 국(2열왕 4,38-41)

 

38  엘리사는 길갈로 돌아갔다. 그 지방에는 마침 가뭄이 들어 있었다. 엘리사 앞에 예언자들의 무리가 앉아 있을 때, 엘리사가 종에게 “큰 솥을 걸고 예언자들의 무리가 먹을 국을 끓여라.” 하고 일렀다. 39  어떤 사람이 들에 푸성귀를 뜯으러 나갔다가 들포도나무를 발견하고, 그 열매를 옷자락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와서, 무엇인지도 모르고 국 솥에 잘라 넣었다. 40  그들이 사람들에게 국을 먹으라고 떠 주자, 국을 먹어 본 이들이 “하느님의 사람이시여, 솥 안에 죽음이 들어 있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들이 국을 먹지 못하고 있는데, 41  엘리사가 “밀가루를 가져오너라.” 하고 일렀다. 그는 밀가루를 솥에 뿌려 넣은 다음, “사람들에게 국을 떠 주어 먹게 하여라.” 하였다. 그러자 솥에는 더 이상 해로운 것이 없었다.

 

 

 

 

피에테르데그레베르_나아만의선물을거절하는엘리사

Pieter de Grebber, Elisha Refusing Gifts from Naaman
c. 1630, Oil on canvas, 112 x 163 cm
Private collection
[원본 : http://www.wga.hu/art/g/grebber/elisha.jpg]


 

엘리사가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주다(2열왕 5,9-16)

9  그리하여 나아만은 군마와 병거를 거느리고 엘리사의 집 대문 앞에 와서 멈추었다. 10  엘리사는 심부름꾼을 시켜 말을 전하였다. “요르단 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십시오. 그러면 새살이 돋아 깨끗해질 것입니다.” 11  나아만은 화가 나서 발길을 돌리며 말하였다. “나는 당연히 그가 나에게 나와 서서, 주 그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병든 곳 위에 손을 흔들어 이 나병을 고쳐 주려니 생각하였다. 12  다마스쿠스의 강 아바나와 파르파르는 이스라엘의 어떤 물보다 더 좋지 않으냐? 그렇다면 거기에서 씻어도 깨끗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 나아만은 성을 내며 발길을 옮겼다. 13  그러나 그의 부하들이 그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아버님, 만일 이 예언자가 어려운 일을 시켰다면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런데 그는 아버님께 몸을 씻기만 하면 깨끗이 낫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14  그리하여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이 일러 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다. 15  나아만은 수행원을 모두 거느리고 하느님의 사람에게로 되돌아가 그 앞에 서서 말하였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이 종이 드리는 선물을 부디 받아 주십시오.” 16  그러나 엘리사는 “내가 모시는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결코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고 거절하였다. 그래도 나아만이 그것을 받아 달라고 거듭 청하였지만 엘리사는 거절하였다.

 

 

 

 

헤르브란트판덴에이크하우트_예언자엘리사와수넴여인

Gerbrand van den Eeckhout, Prophet Eliseus and the Woman of Sunem

1664, Oil on canvas, 110 x 155 cm
Museum of Fine Arts, Budapest
[원본 : http://www.wga.hu/art/e/eeckhout/eliseus.jpg]
 
 


수넴 여자와 그의 아들(2열왕 4,8-37)

 

 

8  하루는 엘리사가 수넴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에 사는 한 부유한 여자가 엘리사에게 음식을 대접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래서 엘리사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그의 집에 들러 음식을 먹곤 하였다. 9  그 여자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보, 우리 집에 늘 들르시는 이분은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10  벽을 둘러친 작은 옥상 방을 하나 꾸미고, 침상과 식탁과 의자와 등잔을 놓아 드립시다. 그러면 그분이 우리에게 오실 때마다 그곳에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11  어느 날 엘리사가 거기에 갔다가 그 옥상 방에 들어 쉬게 되었다. 12  엘리사는 자기 종 게하지에게 “저 수넴 여자를 불러라.” 하고 일렀다. 종이 여자를 부르니, 그 여자가 엘리사 앞에 섰다. 13  엘리사가 종에게 말하였다. “부인께 이렇게 여쭈어라. ‘부인, 우리를 돌보시느라 수고가 많으시오. 내가 부인에게 무엇을 해 드리면 좋겠소? 내가 부인을 위하여 임금님이나 아니면 군대의 장수에게 무엇을 좀 부탁하면 어떻겠소?’” 그러자 여자가 “저는 이렇게 제 겨레 가운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4  엘리사는 종에게 “그러면 저 부인에게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 하고 물었다. 게하지가 “저 부인은 아들이 없는 데다가 남편은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5  그러자 엘리사는 “여자를 불러라.” 하고 일렀다. 종이 여자를 부르니 그 여자가 문간에 섰다. 16  엘리사가 말하였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부인은 한 아들을 안게 될 것이오.” 여자가 대답하였다. “어르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느님의 사람이시여, 이 여종에게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17  그러나 그 여자는 임신하여, 엘리사가 말한 대로 이듬해 같은 때에 아들을 낳았다.
 
18  그 아이가 자라났다. 하루는 곡식 거두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기 아버지에게 나갔다가, 19  갑자기 아버지에게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머리야!” 하고 소리쳤다. 아버지는 종에게 “아이를 안아서 제 어머니에게 데려다 주어라.” 하고 일렀다. 20  종은 아이를 안아서 어머니에게 데려갔다. 그 아이는 정오까지 제 어머니 무릎에 누워 있다가 죽고 말았다. 21  그러자 그 여자는 위로 올라가 하느님의 사람의 침상에 아이를 눕히고는, 문을 닫고 나왔다. 22  그러고 나서 자기 남편을 불러 말하였다. “종 한 사람과 암나귀 한 마리를 보내 주십시오. 하느님의 사람에게 얼른 다녀와야 하겠습니다.” 23  남편이 물었다. “왜 꼭 오늘 그분에게 가려 하오? 오늘은 초하룻날도 아니고 안식일도 아니지 않소?” 그래도 여자는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말한 다음, 24  나귀에 안장을 얹고 나서 종에게 일렀다. “고삐를 잡고 출발하여라. 내가 말하기 전에는 멈추지 말고 몰아라.” 25  이리하여 여자는 길을 떠나 카르멜 산에 있는 하느님의 사람에게 갔다.
 
하느님의 사람은 멀리서 그 여자를 보고 자기 종 게하지에게 말하였다. “저기 수넴 여자가 오는구나. 26  얼른 뛰어가서 맞이하여라. 그리고 ‘부인은 평안하십니까? 바깥어른도 평안하시고 아이도 평안합니까?’ 하고 물어보아라.” 그러자 여자가 “평안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7  여자는 산에 있는 하느님의 사람에게 이르자, 그의 두 발을 붙잡았다. 게하지가 그 여자를 밀어내려고 다가가니, 하느님의 사람이 말하였다. “부인을 그대로 두어라. 부인에게 가슴 아픈 일이 생겼다. 다만 주님께서 그 일을 나에게 감추시고 알리지 않으셨구나.” 28  그때에 여자가 말하였다. “제가 언제 어르신께 아들을 달라고 하였습니까? 저는 오히려 ‘저에게 헛된 기대를 갖게 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29  그러자 엘리사가 게하지에게 말하였다. “허리에 띠를 매고 내 지팡이를 들고 가거라. 누구를 만나더라도 인사하지 말고 누가 인사하더라도 응답하지 마라. 그 집에 들어가거든 내 지팡이를 아이의 얼굴 위에 놓아라.” 30  그러나 아이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고 어르신께서 살아 계시는 한, 저는 결코 어르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엘리사는 일어나 그 여자를 따라나섰다.
 
31  게하지가 앞서 가서 그 아이의 얼굴 위에 지팡이를 놓아 보았으나, 아무 소리도 응답도 없었다. 게하지는 엘리사를 만나러 돌아와서, “그 아이가 깨어나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2  엘리사가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아이는 죽어서 자기 침상에 뉘어 있었다. 33  엘리사는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안에는 둘뿐이었다. 그는 주님께 기도드린 다음, 34  침상에 올라가 자기 입을 아이의 입에, 자기 눈을 아이의 눈에, 자기 손을 아이의 손에 맞추고 그 위에 엎드렸다. 이렇게 아이 위에 몸을 수그리고 있자, 아이의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하였다. 35  엘리사는 내려와서 집 안을 이곳저곳 한 번씩 걷더니, 다시 침상에 올라가 아이 위에 몸을 수그렸다. 그러자 아이가 재채기를 일곱 번 하고는 눈을 떴다. 36  엘리사는 게하지를 불러, “저 수넴 여자를 불러라.” 하고 일렀다. 게하지가 여자를 부르니 여자가 엘리사에게 왔다. 엘리사가 “부인의 아들을 데려가시오.” 하자, 37  여자는 들어와 그의 발 앞에서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참고자료


■ 폴 보샹 저, 이용권 역, 성경인물50 - 아브라함, 서울(생활성서), 2014년, 237-243쪽. 
■ 한국가톨릭대사전편찬위원회 편, 한국가톨릭대사전 제9권 - '엘리사', 서울(한국교회사연구소), 2002년, 6062-60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