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극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오페라 이야기

모노 오페라의 세계

댓글 0

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2011. 5. 16.

모노 오페라의 세계 -  Mono Opera  또는 Monodrama

 

한 편의 오페라를 공연하려면 몇 명의 주역급 성악가가 필요한가? 몇 명의 정상급 성악가만 확보하면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릴수 있는 것인가? 상당히 많은 인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단 1 명의 성악가가 출연하는 오페라도 있다. 이른바 모노 오페라(Mono Opera)이다. 모노 오페라를 단막(短幕)오페라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4막짜리 모노 오페라도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대체로 수많은 인원이 출연한다. 주역급만 수십명이 출연하는 오페라도 있다. 오페라 공연에서는 주역급을 더블 캐스팅, 트리플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다. 주역급을 더블 캐스팅한다면 주역급 출연자의 숫자는 배가 된다. 로시니의 ‘렝스로의 여행’(Il Viaggio a Reims)에는 10명이 넘는 주역급 성악가들이 출연해야 한다. 더블 캐스팅이면 20명이 넘는다. 그런가하면 말콤 윌렴스(Malcom Williams)의 ‘성장하는 성’(The Growing Castle)에는 4명의 성악가들이 28개의 역할을 번갈아서 겸하여 맡는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인기 오페라들의 주역 출연진은 7-8명 남짓이다. '아이다'는 8명이고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7명이다. '카르멘'은 10명이며 '돈 조반나'는 8명이다. '유진 오네긴'은 10명이며 '파우스트'는 7명이다. '헨젤과 그레텔'은 7명, '람메무어의 루치아'도 7명, '마농'은 9명, '플레아와 멜리상드'는 8명, '지그프리트'는 8명, '토스카'는 9명이다. 처음 오페라를 시작하는 임프레사리오 또는 제작자들에게는 모노 오페라, 또는 듀오 오페라가 매력적이다. 극히 작은 출연진으로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고는 이력서에 '오페라 1편 공연'이라는 내용을 적어 넣을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연에 대한 경비도 절약하고! 그렇다고 모노 오페라는 신통치 않다고 하면 말이 안된다. 모노 오페라에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한 사람이 자기의 성악적, 연기적 역량을 최대로 내보일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명의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해야 하는 '렝스로의 여행'의 무대

                           

오페라의 성악가들의 음역은 넓게 보아서 S, A, T, B로 구분된다. A에는 메조소프라노, 알토, 콘트랄토가 포함된다. B에는 바리톤과 베이스가 포함된다. 바로크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 역할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같은 가이드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소년소프라노나 알토는 오페라에서 특별히 명시하지 않고 있다. 간혹 어떤 오페라에서는 메조소프라노, 하이 바리톤, 베이스-바리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콘트랄토 등이 맡는 역할이라고 명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이 지시사항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오페라에는 주연급 성악가들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합창단(chorus)이 필요하고 노래는 하지 않지만 대사(臺詞)를 말하는 역할을 맡는 배우(speaking roles)들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용수(dancers)들도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지 않는 역할(mute roles)도 있으며 판토마임을 하는 것처럼 활발히 연기는 하지만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마임(mime)이라고 부른다. 

 

오페라에는 콤프로마리오(Compromario)라는 역할도 있다. 주역은 아니지만 주역과 거의 같은 역할을 하는 조역을 말한다. 예를 들면 벨리니의 ‘노르마’(Norma)에서 아달지사(Adalgisa)는 콤프로마리오이다. 이들은 미리부터 콤프로마리오로서의 훈련을 받는다. 베르디의 ‘조반나 다르코’(Giovanna d'Arco)를 보면 주역은 조반나(Giovanna), 카를로7세(Carlo VII), 자코모(Giacomo)이며 콤프로마리오는 델릴(Delil)과 탈보트(Talbot)이다. 성악가가 필요없는 오페라도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병사 이야기’(L'Histoire du Soldat)에는 스피킹(대사) 역할을 하는 사람 1명과 3명의 묵음(黙音: 뮤트)역할을 하는 사람만 등장하도록 되어 있다. 아무렴 그것도 오페라는 오페라이다.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지만 반주가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반주는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가 맡지만 피아노 하나로만 덩그라니 반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리우스 미요의 '불쌍한 뱃사람'은 오케스트라가 없이 피아노로만 반주를 해도 된다.

 

모노오페라인 '사람의 소리'의 한 장면

 

(소프라노 1인의 오페라)


- 아놀드 쇤베르크의 ‘기다림’(Erwartung: 1924)

- 에른스트 토흐(Ernst Toch)의 ‘에곤과 에밀리’(Egon und Emilie) - 대사자 1명 추가

- 휴고 봐이스갈의 '더 강한 사람'(The Stronger: 1952) - 마임 1명 추가

- 프란시스 풀랑크의 ‘사람의 소리’(La Voix Humaine: 1959)

- 칼라일 플로이드의 ‘꽃과 매’(Flower and Hawk: 1972)

- 토마스 파사티에리의 ‘아침식사 전에’(Before Breakfase: 1980) - 대사자 2명 추가

- 도미니크 아르젠토의 ‘미스 하비샴의 웨딩 나이트’(Miss Havisham's Wedding Night: 1981) - 2명의 묵언자 추가. 그러나 무대에 따라 여러 명이 출연할수도 있다.

- 유디스 웨이어(Judith Weir)의 '하랄드 왕의 사가'(King Harald's Sage) - 사가는 무용담. 영국의 소프라노 제인 마닝(Jane Manning)을 위해 작곡한 작품

- 제롬 키츠케(Jerome Kitzke)의 ‘천개의 이름이 오다’(A Thousand Names to Come: 1981) - 대사자 1명, 여성합창 추가

- 리 호이비(Lee Hoiby)의 ‘이탈리아 레슨’(The Italian Lesson: 1985)

- 디노스 콘스탄티니데스(Dinos Constantinides)의 ‘두 명의 음성을 위한 푸가’(Fugue for Two Voices) - 대사자 1인, 판토마임 1인 추가

- 솔로몬 엡슈타인(Solomon Epstein)의 ‘워터 송’(Water Songs)

- 카리야 사리아호(Karija Saariaho)의 '에밀'(Emile)

- 존 촌(John Zorn)의 La Machine de l'Etre

 

아놀트 쇤버그의 모노 오페라 '기다림'(Erwartung)의 한 장면. 안야 실라.

 

(알토 1인의 오페라)


- 리 호이비의 ‘보나쁘티’(Bon Apetit: 1989): 1960년대 미국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요리시간의 주인공 줄리아 촤일드의 활동을 오페라로 만든 것. 주인공이 무대에서 실제로 초콜릿 케익을 만들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소요시간 약 30분. 공연에서 만들어진 초콜릿은 관중들이 맛볼수 있다. 

 

뉴욕 출신의 전위음악가이며 재즈연주가인 존 촌(John Zorn)의 모노드라마인 La Machine de l'Etre의 한 장면

 

(테너 1인의 오페라)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페르세폰’(Persephone: 1934) - 댄서, 대사자, 묵언자 2인, 혼성합창 추가

- 한스 베르너 헨체의 ‘나타샤 웅게호이어의 집으로 가는 긴 길’(Der Langwierige Weg in die Wohnung der Natascha Ungeheuer: 1971)

-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피그말리온'(Pygmalion: 1762) 및 조지 벤다(George Benda)의 동명 오페라(1779)

 

  모노오페라 '페르세폰'의 한 장면, 주역인 테너 1인이지만 무용수들, 묵언자, 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바리톤 1인의 오페라)


- 아놀드 쇤버그(Arnold Schoenberg)의 '운명의 손'(Die glückliche Hand: The Hand of Fate)

 

(베이스 1인의 오페라)

- 마르셀 미하로비치(Marcel Mihalovici)의 ‘크랍’(Krapp: 1963), 또는 La Derniere Band

- 피터 막스웰 데이비스의 ‘미친 임금을 위한 여덟 개의 노래’(Eight Songs for a Mad King: 1969). 솔리스트 1인이 출연하는 것이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로 올라와 오페라 공연에 합류한다.

- 한스 베르너 헨체의 ‘엘 치마론’(El Cimarron: 1970)

- 도미니크 아르젠토의 ‘물새 이야기'(A Water Bird Talk: 1977)

- 마르틴 칼마노프(Martin Kalmanoff)의 ‘담배의 해독’(The Harmfulness of Tobacco: 1979)

- 솔로몬 엡슈타인의 ‘야생 소년’(The Wild Boy) - 대사자, 무용수, 묵언자 2인

-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의 ‘어느 미친 사람의 일기’(Diary of a Madman)

 

'어느 미친 사람의 일기'. 러시아의 하급 서기인 페르스폰은 자기가 스페인의 국왕이 되는 착각에 빠진다.

 

[참고자료] 모노드라마의 정의

모노드라마(Monodrama: 독일어로는 Solospiel)는 한 사람이 나오는 드라마 또는 무대작품을 말한다. 오페라도 이에 포함된다. 1762년에 장 자크 루쏘가 작곡한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오페라에서의 모노드라마의 효시이다. 1779년에 게오르그 벤다(Georg Benda)가 작곡한 같은 이름의 오페라도 모노드라마이다.

 

현대에 있어서는 여러 사람이 출연하더라도 주인공이 한 사람인 오페라라면 모노드라마라고 부른다. 아놀드 쇤버그의 '운명의 손'(Die gluckliche Hand: The Hand of Fate: 1924)은 비록 주역 이외에 두명의 무성역활이 나오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합창이 등장하지만 역시 모노드라마이다. 쇤버그는 이를 '음악이 있는 드라마'(Drama mit Musik)이라고 불렀다. '기다림'(Erwartung: 1924)과 '사람의 소리'(La voix humaine: 1959)도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 '미친 임금을 위한 여덟 노래'(1969)에서는 오케스트라석에 있어야 할 멤법들 중 일부를 무대에 올라가도록 하여 연주도 하며 드라마의 파트를 맡도록 한 특별한 케이스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핀랜드의 카이야 사리아호가 작곡한 '에밀'이 모노드라마에 속한다.

 

쇤버그의 '운명의 손'(행운의 손)

 

연극에서는 사뮈엘 베케트의 '크랍의 마지막 테이프'(Krapp's Last Tape), 안톤 체호프의 '흡연의 위험성'(The Danger of Smoking)이 모노드라마로서 써진 작품이다. 영국의 계관시인인 테니슨이 쓴 "모드'(Maud)라는 시도 모노드라마로서 공연되고 있다. 독일의 킬(Kiel)에서는 모노드라마에 대한 국제연극제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테스피스 국제 모노드라마 페스티벌'(Thespis International Monodrama Festival)이다. 판토마임도 실은 모노드라마로서 제작되는 것이다. 현대 작품으로서는 아일랜드의 극작가인 마리 존스가 쓴 '11월의 밤'(A Night in November)가 대표적인 모노드라마이다.

 

[참고자료]

풀랑크의 ‘사람의 소리’(La Voix Humaine: 1959)

어떤 여자가 5년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전화를 걸어와서 통화를 하는 중에 자꾸 혼선이 생겨 다른 사람이 나왔다가 들어가곤한다. 아주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5년 동안 사귀던 그 여자를 차버린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키로 했다는데 바로 내일 결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통화 중에 관중들은 여자가 자살까지 시도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파리의 전화연결 사정은 상당히 나뻤다. 통화 중에 혼선이 되는 일이 많았다.

 

칼라일 플로이드의 ‘꽃과 매’(Flower and Hawk: 1972)

이 오페라는 엘레아노르 아퀴텡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중세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지녔던 여인이었다. 그는 루이7세와 결혼하여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으며 다시 영국의 헨리2세와 결혼하여 영국의 왕비가 되었다. '꽃과 매'라는 타이틀은 엘레아노르 아퀴텡이 한 손에는 꽃을 들고 있고 다른 손에는 매를 들고 있는 모습을 왕비의 문장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유래한 것이다.

 

도미니크 아르젠토의 ‘미스 하비샴의 웨딩 나이트’(Miss Havisham's Wedding Night: 1981)

미스 하비샴은 결혼식 바로 그날 아침에 신랑이 될 사람으로부터 메모를 전해 받는다. 결혼식을 못하겠으며 멀리 떠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스 하비샴은 순간 기가 막혀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다가 정신을 차린후 다시는 지금 그가 있는 방에서 나가지 않으며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절대로 벗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다만, 구두는 한쪽만 신기로 했는데 왜냐하면 신랑될 사람으로부터 메모가 왔을 당시에 한쪽 구두만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 미스 하비샴은 몇년에 걸쳐 자기 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올리지 못한 결혼식 장면을 상상하거나 또는 약혼자가 불쑥 찾아와서 행복하게 사는 공상을 하며 지낸다. 그날도 그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하녀가 아침 차를 가져오는 바람에 상상의 세계가 막을 내린다.

 

'미스 하비샴의 웨딩 나이트'는 모노오페라에 속하여 혼자만 출연할수 있지만 연출에 따라 여러 명이 출연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