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회적 이슈

조띵 2011. 4. 11. 06:45

어느새 일본에 지진이 일어난 지 1개월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아찔한데요. 전 그 때 알바하는 연구소에 있었습니다. 위치는 일본 정부 부처가 몰려있는 카스미가세키(霞が関)였는데,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책상에서 꾸벅 꾸벅 하고 있던 오후 2시 45분경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한지도 만 8년이 되었기에 지진에는 이골이 났었고, 오히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즐길 줄도 아는 상태였는데, 그 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평소 같으면 조금 흔들리다가 금방 끝나곤 하는데 이 흔들림이 멈출줄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세지는 것을 느꼈고, 선반의 책들이 넘어지고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지진의 지속시간은 체감 10초 내외였고, 길어도 20초를 넘어가지 않았는데 그 날은 2분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전 그 때 처음으로 지진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이러다 건물이 무너져 여기서 끝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내진 설계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그렇게 심하게 요동을 쳤는데 무너지지 않는걸 보면. 하지만 좌우로 흔들렸기 때문에 괜찮았던 거지, 위아래로 흔들리는 지진이었으면 아마 그 정도 진도라면 무너졌을 겁니다. 1995년의 한신 아와지 대지진은 위아래로 흔들렸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상자와 건물 붕괴가 일어났던 것이었죠.

 

다행히 지진후 정전등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다 멈춰버려서 비상계단으로 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비상 계단의 벽들에 여기 저기 금이 가 있더군요. 그게 도장이 갈라진 건지 벽이 갈라진 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파편도 바닥에 꽤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했던 건, 전철이 올 스톱이 되었다는 것이었죠. 저녁이 되기 전에 JR은 운행 포기를 선언해 버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도 못가고 회사에서 잠을 잔 사람도 많았습니다. JR이 꽤 넓은 범위를 커버하기 때문에 JR이 멈춰버리면 도쿄 근교에 사는 사람들은 발이 묶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 버스는 거의 우리나라 마을버스 수준의 노선이기에 도움도 안되구요.

 

저도 연구소에서 잠을 잘까 하다가 집까지의 경로를 검색해보니 도보로 15킬로가 나오더군요. 15킬로 정도면 1시간 4킬로를 걷는다고 하면 4시간 조금 덜 걸으면 갈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오랜만에 군대에서의 기억을 살려 행군이나 해볼까하고 도보 경로를 프린트했습니다. '15킬로 정도야 군장도 없고 껌이지 뭐!' 하면서 나가려는 순간, 건물 방송에서 도쿄 메트로(지하철)가 부분 운행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운행 구간을 들어보니 집까지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그래도 걷는 시간이 1시간 정도는 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집에서 제일 가까운 역부터 경로를 프린트하고 연구소를 나섰죠. 그 시간이 10시 정도였을 겁니다. 제일 마지막 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 있더군요.

 

 

그 당시 보도에는 정말 피난 행렬처럼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무리와 같이 걸었는데 정말 기분 이상하더군요. 현대전에서는 피난도 의미가 없지만 전쟁시 피난 가는 기분 같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도착하니 시간이 2시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집이 어떻게 되었는지 무지 걱정이 되었는데 들어와 보니..... 거의 쓰레기장이 되어있더군요. 책장에 있던 책과 CD는 2/3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게 책장은 넘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걱정한 것이 최근 이사하면서 큰 맘먹고 구입한 37인치짜리 디지털 티비였습니다. '그게 넘어져서 액정이라도 나가버리면 끝인데...' 라 생각하며, 현관 문을 열면서도 '다른 건 넘어져도 상관없지만 제발 티비만 살아있어라....' 하고 기도를 했더랬죠. 들어오자 마자 방문을 열어보니 위치가 많이 달라져있었긴 하지만 손상된 곳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집에 와서 잘 들어왔다고 부모님께 인터넷으로 전화를 해드리고, 뉴스 속보를 보고 있었는데 정말 지진이 난 지역들은 쓰나미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있었고, 도쿄에서도 크게 느낄 수 있는 여진이 계속되어서 그 날은 잠도 못자고 뜬 눈으로 지샜습니다.

 

아마도 지진이 나고 하루인가 이틀 뒤부터라고 생각되는데요. 쓰나미로 인해 원전의 냉각 기능이 상실되어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뉴스들이 하나, 둘 보도되기 시작하죠. 원전 가동 불능에 의한 제한 송전이 시작되고 사재기등이 일어나는등 일본인들도 조금씩 패닉에 빠지게 되버리게 되구요. 이에 대해서는 바로 이전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http://blog.daum.net/jotdding/115).

 

지진이후 매일같이 아니 몇시간 마다 가족과 친구들이 위험하니 빨리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일본은 3월이 연도말이라 각종 회계가 끝나는 달이기 때문에 저도 여기 저기 제출해야하는 서류들이 많았고,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부생들에게 가르칠 내용들도 정리를 좀 해야했기 때문에 저는 괜찮다고 여기 있겠다고 설득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도대체가 일본에 대해 어떻게 보도를 하고 있어서 그렇게 사람들을 불안하게 해서 전화를 하게 만드는지 정말 분통이 터지더군요. 하지만, 원전 상황도 점점 안좋아지고 특히 전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각종 물자등이 부족해지면서 살기도 불편해졌기 때문에 지진이 난 후, 일주일 뒤에 한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화요일에 다시 일본으로 들어왔는데, 매우 평온하네요. 다행히 학교도 개강이 연기되었고, 제한 송전도 중지가 되었고, 전철도 평상시처럼 다니구요. 티비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방송이 되고 있고, 뉴스 프로그램 이외에는 원전에 대한 이야기도 그다지 나오지 않구요. 동네 마트에 가보니 먹거리도 풍부하게 들어와 있고 사재기 하는 사람들도 없어졌더군요. 하지만 물 구하기는 여전히 힘듭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팔아도 한사람에 2리터는 한병씩 팔구요. 500미리는 두병씩, 그것도 애기 있는 사람 우선이더군요. 

 

전 평소에도 한달치 먹을 생수를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아직 반정도 남아있고, 월말 쯤에 배달 될 생수를 대량 주문 해놨기 때문에 물 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쿄내의 방사능에 대한 지표도 안정되어 있고(http://mextrad.blob.core.windows.net/page/13_Tokyo.html), 수도물에 대한 지표도 방사성 물질이 조금 있지만 극히 미량이고 검출이 안되는 날도 있기에(http://ftp.jaist.ac.jp/pub/emergency/monitoring.tokyo-eiken.go.jp/monitoring/w-past_data.html,  http://www.metro.tokyo.jp/INET/OSHIRASE/2011/04/20l4a100.htm) 그냥 음식을 할 때는 수도물로 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고 나면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비오고 난 후에는 생수로 음식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물을 아낄려고 안씻어도 되는 쌀을 며칠전에 사왔기 때문에 밥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설겆이와 국 같은 거 끓일 때도 생수를 사용하기엔 너무 부담이 클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합니다.

 

아직 원전이 안정되지 않아서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지금 현상황만을 보면 그다지 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기사들을 보니 한국에서 방사능 때문에 난리가 나고 있는 것 같네요. 방사능비 때문에 휴교도 하고 그러더군요. 전 그 모든 것들이 언론의 책임도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방사능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원자력 안전 연구원의 질의 응답 게시판을 보니, 주변 방사능이 무서워 환기도 못시키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일본에 있다가 온 사람과 같이 있어도 괜찮은지라는 질문을 해대고 있더군요....(http://nsic.kins.re.kr/nsic/bbs/qnaList.do?currentPage=1)

 

방사능은 세균이 아니기 때문에 전염될 위험은 없습니다.ㅋ 이외 여러 의문을 잘 정리해 놓은 포스팅이 있어 링크합니다. 해맑은 아찌님의 포스팅입니다. 이거 함 읽어보시면 조금 마음들이 놓이실 겁니다(http://blog.daum.net/sadprince57/767).

 

며칠 전 일본 야후에 한국이 방사능비 때문에 휴교를 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 댓글 중에 제일 추천을 많이 받은 것이 '한국이 그렇게 할 정도면 우리들은 지금쯤 어떻게든 되었겠다'라고 하더군요. 이게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방사능비 때문에 휴교를 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조금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저 일본인의 댓글은 오히려 너무 안일한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저 댓글의 지금쯤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지요. 저렇게 확실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쿄가 안전지대도 아니고, 지금이야 별 이상이 없겠지만 이런 원전 상황이 몇년이고 지속된다면 괜찮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저 댓글을 쓴 사람이 도쿄등의 관동 지방 사람이 아니라면 할 말이 없지만요. 솔직히 관동, 동북 지방 이외에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단, "현재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시에만" 이겠죠. 악화되면 한국도 위험해질 겁니다.

 

지금 현재 도쿄에 계시는 분들은 위의 링크들을 잘 참고하셔서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비오고 나면 수도물의 방사성 물질의 양이 증가하니 유의하시고, 원전 주변의 야채나 생선류등도 되도록이면 섭취를 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구요.

 

뉴스를 보니 원전 주변 지역 농가를 돕자는 운동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회사는 사원 식당에 원전 주변 지역의 야채만으로 음식을 하도록 하고 있고, 출하 금지 지역의 농민은 인터넷으로 판매를 시작하여 사람들의 주문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나오더군요.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동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도 들구요.   

 

어쨋건 수도물에 방사성 물질이 많이 섞여나오면 쌀 씻고 밥 하는 것도 생수로, 국이나 찌게도 생수로, 설겆이도 생수로 해야하니 물 확보도 많이 해놓으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외식도 가급적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구요. 전 수도물 지표중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10Bq/Kg이 넘어갈 때 생수로 모든 것을 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기준치가 각각 300Bq/Kg, 200Bq/Kg으로 되어있는데 원전 사고 이전에는 둘다 10Bq/Kg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수장의 지표중 방사성 요오드가 20Bq/Kg이하면 불검출이라 나오니 수도물 지표를 봐야하겠지만, 또 이건 다음날 발표가 되니...... 좋은 지표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쨋건 도쿄에 계시던 한국에 계시던 너무 과민하게 또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하여 현명하게 생활하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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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식의 차이가 너무 다르네요~
바아능도 방사능이지만 정부불신이 젤큰거같습니다.
위아래 지진이였다면 상상도 하기 싫네요
아무튼 조띵님 무사히 잘지내는것 같아서
너무 안심이 되네요 ^^;;;
정말 과민한 반응은 무대응보다 위험합니다~!
그나저나 고생하셨네요..한국에 들어 오셨으면 연락이나 좀 하시지~ㅜ.ㅜ
아무튼 남은 일본에서의 생활도 안전이 최고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무대응이 더 위험하죠...그냥 자기 나라일은 원래 못보는 법
무대응보다 과민한 반응이 더 위험하지요...
그리고 님에게 댓글 받기 위해 쓴 말이 아니니...남의 댓글에는 무대응 해 주시길요~!
조띵님 무사하셔서 다행이예요!!
저도 한동안 불안해하다가 한국 다녀와보니 너무나 평화로워
이제 다시 평상시의 삶으로 돌아왔네요.
단지 바뀐거라면 마트가면 약간 어두워지고 물이 별로 없는 정도?


근데 원전주변의 야채를 먹자하는 이야기도 있군요?
음...
아무리 그 지역 농가가 안타까워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ㅠ
일본식 정일까요.-_-...그래도 그것까진 전 못하겠네요.ㅠ
"굳 럭"! 딱 내가 찾던 글이네요..감사해요^^..글 펌해가도 될런지요..ㅎㅎㅎ
좋은 글 허락없이 퍼갑니다. 감사요^^...
참요상하죠
미국대통령은 8km밖으로 대피하라고 했던 걸 원자로가 다 터질 경우를생각하고 한 조치였다고 변명을하고 미국뉴스에도 시부야라이브하우스가 원전이라는 보도를하고 한국은 일본식품을 정부가 속이고 판다고하고 반핵운동가들은 기회를 잡은듯이 소문만들기에 바쁘고 1000개이상의 원자로메카와 제네콘이 후쿠시마에 들어가있어도 해결이 안되고

근데 조띵님은 지진에 둔감형인지 민감형인지 모르겠고 보통 지진은 4초전후이고 6~10초를 넘으면 긴 지진이고(3월11일지진은 2~5분을 기록) 눈을감고 세어보면 감이오니까 세어보시고 수돗물이 가정에 도달하는시간도 공부해보시고
참말로요상하지요
한신 대지진은,,,내륙에서 난거라서 그렇다네요....이번건 바다 멀리서 나서,,,쓰나미가 온거고.....내륙 지진은 5,6도정도라고 함,,,,만약 9정도가 내륙에 왔다면
다 무너지죠...ㅡㅡ
그리고 먹는 물이라도 조심해야할듯,,,,
나참,,,원전 주변,,,채소를 사주자니,,ㅡㅡ
원래 자기나라 일은 차분해질수밖에요,,,
좋은 글 허락없이 퍼갑니다. 감사요^^...
안녕하세요, Daum블로그입니다.

Daum블로그 첫 화면의 '전체'에 조땅님의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당시 상황과 현재 모습들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사능에 대해 잘 모르고 잠시 불안해 했는데 링크 걸어주신 곳으로 가보니 유익한 정보가 많네요. 감사합니다.
학교를 쉬게 하는건 부모님들에 걱정때문인거 같네요 음
너무 심하기도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휴교는 적절했던거 같네요
지진때문에 얼마나,고생하십니까,
사람이살수가없서 죽을지경같아요,
제발 지진피해가 업기를 간절히 기도드리고싶습니다,
다함계. 마음에 기도문을여러, 다함계동참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잘보구갑니다
좋은 글들 많이 가져갑니다. 맬 놀러오겠습니다.
4윌의 주말 잘보내시고, 따뜻한 5월을 위하여~ 행복하세요!!!
오빠 저예요
잘지내시는것같네요
조금 걱정은 되더라구요...
건강하세요~
펌 해도 되는건지요...일단은 가져갑니다...불편하시다면 삭제요청 해주세요^^...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 되세요

요즘 일본의 행태를 보면 정말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라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