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llet Review

劍聖 2010. 11. 5. 01:06

 

블록버스터는 영화 장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레에도 블록버스터가 존재한다. 오늘 소개할 <라 바야데르>는 두말할 나위 없는 블록버스터 발레임에 틀림없다. 첫째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발레라는 점이다. 400여벌의 의상을 입은 150여명의 출연진이 웅장한 무대와 결합하는 <라 바야데르>는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위용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2막은 관객을 신천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200Kg의 위용을 자랑하는 코끼리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온 몸에 금가루를 한껏 치장한 황금 신상의 무용수는 시각적인 화려함의 극치를 선사한다. 지난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유독 2막만 공개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거대한 스케일과 위용을 자랑하는 막이 2막이기에 그렇다. 더불어 각 막 중간 중간, 특히 2막에서 집중적으로 선사되는 다양한 디베르티스망은 화려한 세트와 무대 못지않은 시각적 황홀경을 제공한다.

 

둘째는 <라 바야데르>를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만이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화려하고 압도적인 무대와 세트가 있다 할지라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발레단의 기량이 부족하면 블록버스터 발레의 제 기능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한다. <라 바야데르>는 영국 로열발레단 혹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같은 세계 정상급의 발레단만이 보유할 수 있는 레퍼토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

 

<라 바야데르>는 점층적인 구조를 가지는 발레이다. 1막은 기승전결의 구조 가운데 ‘기’와‘승’의 층위에 해당한다. 서사 구조 가운데서 1막의 인물 전개가 전체 서사 구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과 더불어 각 캐릭터의 갈등이 어떤 연유로 발생하며 동시에 어떻게 심화되는가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막이 1막이다. 2막은 ‘전’의 층위에 해당하면서 캐릭터의 갈등은 정점에 다다른다. 더불어 1막보다 화려한 비주얼을 뽐낸다. 부채춤과 물동이춤,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과 황금신상의 춤은 관객을 황홀경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하다. 3막은 ‘결’에 해당함과 동시에 <라 바야데르>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막이다. 3막에서 ‘망령들의 왕국’은 <라 바야데르> 공연에 있어 최정점에 다다르는 피날레이자 발레 블랑의 정수로 일컬어진다(차부키아니, 세르게이예프, 누레예프 버전의 <라 바야데르>는 이 아름다움을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 클라이맥스를 유지한 채 막을 내리기를 원했기에 ‘망령들의 왕국’을 피날레로 애용한다). 이렇게 <라 바야데르>는 초반부에는 서사가, 중반부에는 무대와 세트 효과와 결합한 화려한 디베르티스망이, 후반부에는 무용수들의 환상적인 아라베스크가 니키아와 솔로르의 파드되와 혼연일체를 이루면서 감정 층위를 점층적으로 넓혀간다. 이렇게 <라 바야데르>는 막이 진행될수록 집중의 임팩트를 고조시키는, 점층적인 구조를 가지는 발레이다. 

 

 

차부키아니 버전의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는 마카로바 버전의 <라 바야데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2막의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축하연이 마카로바 버전에서는 1막에 포함되고, 3막인 망령들의 왕국이 마카로바 버전에서는 2막에 포함하며, 마카로바 버전의 3막은 차부키아니 버전에는 없는, 사원의 붕괴라는 비극으로 마무리한다.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마카로바 버전의 <라 바야데르>보다는 솔로르의 꿈 속에서 죽은 연인 니키아와 재회하는 차부키아니 버전의 <라 바야데르>가 선호 받을 것이다.

 

라캉의 방식으로 <라 바야데르>를 분석한다면 차부키아니 버전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는 3막에서 니키아와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비록 꿈속이지만 ‘망령들의 왕국’이라는 상상계 안에서 이룬다. 이는 ‘오르페우스 신화’ 혹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속 오르페우스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을 가진다. 솔로르는 꿈을 통해, 오르페우스는 저승에서 니키아 혹은 에우리디케와 재회한다. 이들이 연인과 재회하는 장소는 현실 혹은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곳, 바로 상상계이다. 상상계는 엄연히 솔르르의 무의식이 지배하는 장소기에 니키아의 수원수구誰怨誰咎가 발생하지 않고 솔로르는 행복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상징계라면 1막에서 니키아가 감자티에게 칼을 겨눈 것처럼 니키아의 수원수구 시스템이 원망의 대상을 향해 발동하겠지만 3막 속 상상계의 주인은 엄연히 솔로르이기에 니키아의 원망 혹은 자아는 발 붙일 곳이 없게 된다. 첨언하면, 마카로바 버전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는 2막에서 상상계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솔로르가 2막의 꿈이라는 상상계에서 벗어나고 3막의 상징계로 들어서면서부터 이야기 전개는 파국을 암시한다.

 

캐릭터로 볼 때 니키아를 연모하는 힌두 사원의 최고 승려 브라민은 베르디의 <아이다> 속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와, 니키아는 장군 라다메스와 대칭되는 캐릭터이다. 브라민과 암네리스는 자신의 사랑을 니키아와 라다메스에게 관철시키고자 자신의 요구사항을 목숨과 맞바꾸는 조건으로 내걸지만 니키아와 라다메스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죽음으로 승화시키는 캐릭터이다. 솔로르는 자신의 야망으로 말미암아 사랑하는 여인을 잃는, 하마르티아적 심성을 드러내는 배드 가이 캐릭터다.

 

(사진 출처: 유니버설발레단. 본 사진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복사&배포 금지)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