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1. 12. 30. 05:53

<다크 아워>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아 온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아마겟돈을 다루고 있다. 통상의 SF영화처럼 외계인은 유기체적 형태의 육신을 갖지 않는다. 유기체적 피와 살 대신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로 이뤄진 육체를 가지고 있다. 총알과 같은 물리적 공격으로는 타격을 받지도 않으며 순식간에 사람을 숯덩이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임에도 배경이 미국이 아닌 모스크바가 되는 연유는 제작을 맡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입김 덕이다(원래의 배경은 러시아의 모스크바가 아닌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외계인의 혈액이 전기라는 설정은 통상의 영화 공식을 전복하는 데 일조한다. 밤보다는 낮이 안전하다는 기존 영화 속 낮과 밤의 설정은 <다크 아워>에선 낮보다는 밤이 보다 안전하다는 설정으로 뒤바뀌기 때문이다. 외계인의 육체는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이 조명기구나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다가오면 조명기구 혹은 헤드라이트는 빛을 내뿜는다. 외계인이 스쳐 지나갈 때 외계인의 몸 속에 흐르는 전기가 전가기기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즉,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명기구가 빛을 내뿜는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징조다. 외계인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조명기구의 발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밤이 빛이 가득한 낮보다는 생존을 보장받을 확률이 높다.  

 

 

<다크 아워>는 미션 게임의 형태를 가진 영화다. 게임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처럼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외계인의 추가 공격을 피해 살아남아야 한다. 게임이 살아남기 위한 아이템을 획득해야 하거나 보스를 찾아야 하는 방식이라면 영화는 자신들 외의 다른 생존자들이 추가로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게임 속이라면 득템하는 아이템이, 영화 <다크 아워>에서는 다른 생존자를 만남으로 다른 미션이 추가되는 형식의 플롯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다크 아워>는 외계 생명체의 육체가 전기로 이뤄졌다는 독창성 이외에는 여타 SF 영화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더 많은 영화다. 외계인의 침략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설정은 <스카이라인>,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 생명체라는 설정은 <프레데터> 속 프레데터의 위장막, 외계인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가루가 되는 지구인의 처참함은 <블레이드>에서 블레이드의 공격을 받고 산화하는 흡혈귀의 설정과 흡사하다.

 

<다크 아워>의 문제점은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기시감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외계인의 육체는 프레데터처럼 위협적이지 못하다. 액션은 긴박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한숨을 자아낸다. 더욱 한심한 건 플롯의 허점이다. 영화 초반부에 생존자들이 모스크바의 바 창고 안에서 외계인의 침략이 멎기를 기다리는 시퀀스가 있다. 그런데 이 창고 안에는 외계인의 공격을 받고 팔이 잘려나간 채 숨을 거둔 러시아인의 시신도 생존자들과 함께 있다. 냉동 창고가 아니라면 시신의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를 텐데도 영화 속에서는 생존자들이 시신의 부패에는 아랑곳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하루 이틀도 아닌 상온에서 시신 썩는 냄새를 태연히 견딘다는 건 후각을 상실하지 않고는 답이 없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플롯이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 목적 역시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 세계 자원의 블랙홀인 중국의 모습을 빗대는 것이 아니라면 필경 외계인의 지구 침공 목적은 한숨만 나오는 설정이다. <원더풀 라디오>와 더불어 관람을 피해야 할 영화 가운데 하나가 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