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2. 1. 9. 09:19

<라 레볼뤼시옹>의 층위는 두 개의 층위로 나뉜다. 하나는 갑신정변이라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간 과거, 프랑스 혁명이라는 과거의 층위로 구분된다. 과거는 <레옹의 죽음>이라는 책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과거의 이야기인 <레옹의 죽음>은 처음에는 혁명가에게 싸늘한 냉대를 받는다. 신성한 혁명에 세속적인 사랑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책에서 다뤄지는 옛 프랑스의 혁명은 앞으로 현실에서 전개될 갑신정변과 오버랩된다. 혁명만 오버랩 되는 게 아니다. 두 남자를 사이에 둔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는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 역시 프랑스와 한국이 유사 방식으로 오버랩한다. <라 레볼뤼시옹>은 오버랩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교차 진행한다. 현실의 층위와 과거의 층위, 두 층위가 교차하면서 혁명의 불꽃은 타오르고 혁명의 거사를 진행하면서 타오르는 뜨거운 사랑 역시 오버랩한다.

 

옛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가운데 피에르와 마리안느는 약혼을 한 귀족 커플이지만 평민 출신의 청년 레옹은 마리안느가 임자가 있음에도 그녀에게 연정을 느끼게 된다. 갑신정변의 와중에선 홍규와 서도가 눈이 맞는다. 피에르는 기존의 커플 관계에 레옹이라는 새로운 연적이 나타남으로 사랑의 연결고리에서 소외된다. 갑신정변 속의 원표 역시 사랑의 연결고리 안에 포함하지 못한다.

 

사랑의 연결고리에서 소외된 피에르와 원표는 앙심을 품는다(남자가 질투한다는 설정은 사랑의 역학 관계에 있어 이채로운 설정이다). 그리고는 새로이 커플로 맺어진 레옹과 마리안느 커플, 홍규와 서도 커플을 음해하기에 이른다. 음해로 말미암아 갓 피어난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비극으로 치닫는다.

 

한데 비극적 결말 가운데서 진한 페이소스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살아남은 자는 허깨비로 전락하고 음해로 말미암아 꺾여버린 사랑은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것이 <라 레볼뤼시옹>의 저력이다. 재작년 연극 <안티고네>처럼, 연기자가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할 때 볼 수 있는 진정한 눈물 연기를 박성환 씨의 연기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책이라는 가상의 층위, 시뮬라시옹이 19세기 현실의 층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니면 프랑스 혁명이라는 과거가 현실 속 갑신정변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대답은 관객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긴다.

 

소극장 뮤지컬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관객으로 하여금 기대치를 한껏 부풀게 만들었다가 경악의 도가니에 빠뜨린 작년의 몇몇 설익은 대형 뮤지컬에 덴 전력이 있는 관객이 이 뮤지컬을 접한다면 공감백배일 게다. 스토리라인이건 감정의 몰입도건 밀도가 깊은, 골리앗을 쓰러뜨린 물맷돌 같은 작지만 당찬 뮤지컬이다.

 

(사진: MJ Star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