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Review

劍聖 2012. 3. 28. 08:33

A는 업무 능력이나 실적에 있어 다른 사원보다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에게 평판도 좋고 야근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묵묵히 할 정도로 성실하다. 하지만 승진의 기회는 다른 동료, 심지어는 후배에게 돌아간다. A에게 있어 승진이라는 사닥다리는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과연 A는 회사 안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참고로 A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일은 딱 부러지게 잘 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남자동료에게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건 비단 A만의 일이 아니다. A와 같이 일 잘하는 여사원에게는 ‘유리천장’(회사 안에서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막기 때문에 승진의 발판에 올라탈 수 없었던 게다.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은 A의 경우처럼 똑똑하지만 책상에 앉아 일만 하는 여자들이 놓치는 회사 생활의 숨겨진 ‘게임의 법칙’에 관하여 이야기해 준다.

 

 

미식축구는 미국인이라면 가히 열광하는 스포츠다. 미식축구의 최대 축제인 슈퍼볼의 열기는 현지에선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미식축구는 게임의 법칙을 아는 사람에게만 재미가 있지 게임의 법칙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게만 보이는 스포츠다. 미식축구를 회사에 대입시켜 보면 미식축구의 법칙을 아는 이는 남자다. 반대로 미식축구의 법칙을 모르는 이는 여자다. 여성이 몸담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은 게임의 법칙을 잘 아는 남성에게는 승진이라는 재미가 보장되지만 회사 내 게임의 법칙을 모르는 여성에게는 승진이라는 재미를 좀처럼 부여하지 않는다.

 

여성이 승진이라는 재미에서 누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라는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가를 이해한다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 대개의 회사는 남자가 만든다. 회사를 경영하는 규칙도 남자가 만든다. 남자가 세우고 남자가 만든 규칙은 남자라면 금방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남자가 세우고 남자가 정한 회사 속 규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자는 승진이라는 재미를 별로 맛보지 못한다.

 

남녀의 기질 차이는 놀이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남자와 여자는 언제부터 기질이 구분되는가? 어릴 때 하는 놀이를 관찰하면 남자와 여자 어린이의 놀이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남자 어린이는 떼를 지어 논다. 경찰놀이, 전쟁놀이, 축구 혹은 야구를 하며 논다. 하지만 여자 어린이는 다르다. 친구 한 두 명과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병원놀이를 한다. 소꿉놀이에서는 남자 어린이의 골인지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놀이의 패턴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렇게 자란 남녀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도 비즈니스의 세계에 자신들이 어릴 때 사용하던 방식을 가져다 쓴다. 남자는 비즈니스를 단체 스포츠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는 비즈니스를 개인이 만난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협조와 친밀성을 추구한다. 남자는 승리를 추구하지만 여자는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중요시한다.

 

남자는 하나의 목표를 세우면 목표를 향해 전념하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코자 한다. 반면에 여자는 다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전에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남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위계서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방법을 안다. 어릴 적 집단을 통한 놀이를 통해서 집단의 문화를 어릴 적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집단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데엔 서툴기 쉽다. 어릴 적에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매뉴얼을 넘어서서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은 남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이 모르는 남자들의 비즈니스 가치관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남자가 비즈니스를 대하는 방식은 여자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방식과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여자가 알지 못하는 비즈니스의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그리고 남성 위주로 구성된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여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의 위험은 얼마만큼인지에 관하여 여성의 입장에 서서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은 남자가 만들어낸 비즈니스 정글에서 여자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하는 비즈니스 매뉴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 세계의 상위권에 입성하길 바라는 여성이라면 이 매뉴얼을 따라야만 상위권으로의 입성이 가능하다는 시각으로도 읽을 수 있다. 남성이 짜놓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만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을 바라보면 이 책은 남성 위주로 짜여진 비즈니스 생태계를 여성이 받아들이라는 ‘남성의 지배권으로 투항’하는 문제와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은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비즈니스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매뉴얼의 차원을 넘어서서 여성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고 바라보면 어떨는지. 여성이 비즈니스의 리더로 등극해야 남성 위주로 짜여진 비즈니스 문화를 점진적이나마 바꿀 수 있다는 비전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 속의 여성은 남성의 지배권 아래로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여성 지도자가 됨으로 말미암아 남성 위주로 짜여진 비즈니스 생태계를 여성이 변화시킬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는 의미심장한 비전이다, 남성의 비즈니스 문화를 모르고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사고관만으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승진에서 낙오되거나 상처를 입고 여성은 비즈니스의 변방에 머무르기 쉽다. 하나 여성이 남성 위주로 짜여진 비즈니스의 생태계를 보다 이해하고 이를 활용, 승진이라는 사다리 위에 올라탐으로 최종적으로 여성 리더가 된다면 남성 중심의 비즈니스 생태계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 아니겠는가. 여성 리더에 의한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는 갓 사회에 입성한 새내기 여성 혹은 다른 직장 여성을 위한 유익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