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Review

劍聖 2012. 4. 1. 12:00

우리가 식탁에서 접할 수 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데 불편하고도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트에서 랩으로 싸여진 육류,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달걀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닭이나 돼지, 소, 폭넓게는 어류까지 아울러 언급을 하되 도살되기 전까지 얼마나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가를 윤리에 결부시켜 설명한다.

 

<죽음의 밥상>은 실천윤리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피터 싱어와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윤리를 밥상의 먹을거리에 적용하되 그 적용 범위에 있어서는 인간의 권리(공장식 농가의 인근 주민들과 도살장 인부의 열악한 근무 요건)를 넘어서서 동물에게까지 적용하고 있다. 싸다고 먹는 공장식 농업 방식의 이면에는 납세자들과 공장식 농가 주변의 지역사회 사람들, 그리고 환경에 대한 부담금이 숨겨져 있다.

 

책을 읽다보면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베건(채식주의자)이 될 수도 있거나, 채식이 일정 부분의 육식을 대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채소를 살 때 생각해 보아야 할 윤리적인 기준도 제시한다. 유기농 상품은 재래식 상품보다 나으며, 공정 무역 상품이 불공정 무역 상품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조언한다.

 

 

슬픈 이름, 그 이름은 닭

예전에는 닭고기가 소고기보다 비싼 시절이 있었다. 달걀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달걀이건 닭고기건 싼 값에 즐길 수 있다. 닭을 대량으로 키우는 공장식 농업 덕이다. 그런데 컨테이너 대량 사육이 문제점은 없을까. 공장식 농업으로 사육당하는 닭의 대다수는 복사용지 한 장만큼의 공간 속에서 지내야만 한다.

 

산란용 닭은 해가 길면 길수록 달걀을 많이 낳는다. 이 점을 이용해서 달걀 제조업자는 인공조명을 산란용 닭장에 비쳐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1년 내내 알만 낳다가 닭이 지치면 알의 개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길게는 2주 동안이나 모이를 주지 않다가 다시 모이를 주면 정상적으로 다시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모이를 먹지 못하는 동안 일부 산란용 닭은 굶어죽는다. 산란용 닭은 암컷만 필요하지 수컷은 쓸모없다. 수컷은 먹이를 축내기 전에 수평아리 때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닭 도살장의 컨베이어 시스템은 1초에 2마리를 도축할 수 있다. 그런데 도살장의 도살 처리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일부 닭은 자동 목 절단기를 피해 살아남는다. 목이 잘리지 않은 닭은 운 좋은 닭이라고 해서 살려두지 않는다.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산 채로 펄펄 끓는 물이 담긴 탱크에 빠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목이 잘리지 않고 산 채로 튀겨지는 닭의 숫자는 해마다 3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도 1분당 5.7마리의 닭이 산 채로 삶아죽는 셈이다. 10초당 한 마리의 닭이 산 채로 팽형(烹刑)을 당하는 격이다.

 

육식하는 소

현대식 농장의 젖소들은 최대한의 우유를 생산하도록 개량된 종자다. 현대식 농장의 젖소들은 50년 전의 젖소들보다 세 배 이상의 우유를 생산해낸다. 이는 부작용도 유발하는데, 많은 젖소가 질병에 시달린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소들에게 먹이는 음식이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가 풀 대신 옥수수나 도살장에서 남은 찌꺼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가격이 싸고, 단백질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풀을 먹어야 할 소에게 육식을 허용하는 셈이다.

 

대체 언제부터 소가 육식동물이 되었단 말인가?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이런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젤라틴, ‘접시 쓰레기(레스토랑의 고기 요리 찌꺼기)‘, 닭고기와 돼지고기,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털, 먹다 남은 모이 등등), 그리고 소의 피와 지방이 포함된 사료를 주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다. 먹다 남은 모이 중에는 소에게 직접 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닭에게 주는 것은 합법인 소고기와 뼈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막기 위한 미 정부의 합법적인 노력은 어떠했을까? 2004년 1월, 미 식품의약국은 피, 음식쓰레기, 닭 사료 찌꺼기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광우병 전파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인 2006년에도 이 결정은 실행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왜 실현되지 않았을까? 첫째는 닭고기 업자들의 비용 문제와 관련 깊다. 매년 100만 톤의 닭장 쓰레기가 소의 사료로 전용됨으로 닭장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가 첫 번째 이유다.

 

둘째로는 미 농무부와 미 육가공업체의 보이지 않는 유대관계다. 이들의 커넥션은 아까도 언급한 식품의약국의 닭 사료 찌꺼기 금지 계획이 미뤄지는 것과도 관련 있어 보이는데, 미 농무부 장관이 주관한 국제 패널 토론회에서도 도살장 찌꺼기를 금지할 것을 권고했지만 책을 탈고할 때까지(2006년) 실행되지 못했다.

 

먹을거리의 윤리, 돈이 있어야 한다?

<죽음의 밥상>은 가축도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되는 시스템의 맹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공장식 농업에서 생산되는 가축의 비용은 저렴하지만, 저렴한 비용 이면에 숨은 잔인한 사육 메커니즘과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환경 부담을 낱낱이 지적하고 있다. 공장식 농업으로 생산되는 육가공품의 문제는 비단 바다 건너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베건(채식주의자)이 되기로 결심하거나 혹은 공장식 농업 방식으로 양산된 육가공품은 구매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윤리관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사안을 생각해야 한다. 바로 구매 비용이다.

 

공장식 농업으로 생산된 육가공품을 구매하지 않고 자연 방식으로 생산된 육가공품을 식탁에 올리려면 공장식 농업 방식의 육가공품을 구매할 때보다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채식주의자가 되려 해도 마찬가지다. 공정 무역으로 만들어진 식품이 불공정 무역 상품보다 윤리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 무역으로 만들어진 제품 역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먹을거리에 윤리를 적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윤리적인 식단을 마련하기 위해서 비도덕적으로 사육되는 공장식 농업으로 양산된 먹을거리를 멀리하려 해도, 유기농이나 공정 무역으로 생산된 먹을거리를 찾으려 해도 추가 비용이 지불된다. 유한계급이라면 모를까, 먹을거리에 윤리를 부여하며 살아가려 노력해도 요즘처럼 퍽퍽한 살림에 허덕이는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은 윤리적 먹을거리를 위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이 이 책에서 지적하는 바는 전적으로 옳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추가로 엥겔 지수를 높여야 함에 있어서는 중산층 이하의 구매 계층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윤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걸까.

 

(사진: 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