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Review

劍聖 2012. 4. 10. 13:20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블랙워터’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면 ‘블랙워터’와 <의혹을 팝니다>의 저자들이 맹비난하는 과학자의 공통점을 찾기 쉬울 것이다. ‘블랙워터’는 미국의 사설 무장 경비업체의 명칭이다. 전쟁이 터지되 돈이 되는 전쟁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전쟁 용병이다.

 

한데 용병은 전쟁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산성비는 유독한 배기가스가 아니라 화산 폭발 때문이다”고 말한다. “소련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스타워즈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과학자들이 한편으론 “오존층 파괴와 에어로졸 규제는 무관하다”고 떠들어댄다. 그뿐만이 아니다. “간접흡연은 유해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거나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놀랍게도 이런 주장을 펼친 이들은 모두 같은 과학자들이다.

 

전쟁터에만 용병이 있는 게 아니라 과학계에도 용병이 있음을 저자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는 통렬히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 논쟁에서 쓰이는 수법이 과거 담배 논쟁에서 쓰였던 것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용병 역할을 하는 과학자들 역시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밝힌다.

 

 

환경주의자를 적으로 몰아붙이다

<의혹을 팝니다>에서 과학계의 용병으로 거론되는 과학자는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다. 이들은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물리학자로 명성을 날리며 냉전 시기에는 주요한 국방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사이츠와 싱어는 로버트 재스트로 및 윌리엄 니런버그 등의 동일한 성향의 물리학자들과 보수적인 성격의 마셜 연구소를 세운다.

 

이들은 담배 회사와 화석 연료 산업의 후원을 받으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환경 및 보건 규제에 반대한다. 극단적인 매파이자 반공주의자, 동시에 자유시장주의자인 이들은 냉전이 끝나자 환경주의자들을 새로운 적으로 규정한다.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는 하나의 적이 사라지면 다른 하나의 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과학자다. 냉전 시대에는 공산주의자라는 적이 있었지만 공산주의가 몰락한 탈냉전시대에는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될 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공산주의라는 적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적으로 환경주의자를 탈바꿈시킨다.

 

과학에도 용병은 있다

이들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사례를 몇 가지만 들어보겠다. 담배가 암을 유발하는 일급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암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으로 담배를 지명하지 않고 도리어 암을 유발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변이를 탓한다.

 

에어로졸, 혹은 에어컨의 냉매가 남극 오존층에 구멍을 남긴다는 과학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대해서는 엄하게도 화산을 범인으로 몰아세운다. 화산에서 분출되는 염소가 성층권을 파괴하는 범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화산이 내뿜는 염소는 성층권까지 높이 올라가진 못한다. 대류 작용의 도움을 받아야만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담배 회사와 에어로졸 업계, 혹은 화석연료 업계의 과학 용병으로 자신들이 과학 용병이라는 사실은 감춘 채 국민의 건강, 혹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과학계의 목소리에 반대하고 있던 것이다. 이들이 업계로부터 받는 연구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또한 이들 과학 용병의 주장은 언론인과 일반인을 매혹시킬 교묘한 포장술을 지니고 있다. 저자와 대화를 나눈 많은 언론인들조차 저자가 수십만 쪽의 문서를 파헤쳐서 밝혀낸 사실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저자들의 문서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나 담배와 암의 관련성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펼친 과학자들의 정체가 알고 보면 과학 용병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자 언론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속지 마라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가 <의혹을 팝니다>에서 주장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표현자면 다음과 같다. “더 이상 과학 용병의 교언영색에 현혹되지 말자.”

 

어느 시점인가부터 우리는 신뢰해야 할 영역에 있어서도 판단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전문가에게 내어맡기기 시작한다. 과학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과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과학자의 과학적 주장을 믿고 신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이츠나 싱어와 같은 과학 용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기를 과학이라는 외피를 덮어쓰고 대중과 언론에게 근거가 빈약한 과학계의 반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 용병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들의 주장에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한다. 왜? 과학자는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다고 순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이츠나 싱어, 혹은 마셜 연구소는 과학계의 ‘양치기 소년’이다. 과학자를 신뢰하길 원하는 대중의 신뢰를 무참히 배신하는 양치기 소년이다. 기업의 돈을 받되 이 사실을 숨기면서 기업의 이익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치장하고 반론을 내세운다. 하지만 대중은 이들이 과학 용병임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는 언론인들조차.

 

이제는 신뢰의 준거틀을 과학자와 같은 전문가가 아닌 우리 자신, 스스로에게 맞춰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사례를 두 가지만 언급하며 글을 마치겠다. 지난 겨울에 서울 노원구에서는 멀쩡한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하지만 방사능 측정 결과 방사능 수치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하나, 작년 동일본 지진 사태 때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한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건 국내의 이야기일 뿐이다. 독일 기상청은 방사능 확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한국에도 유입된다고 발표했다. 국내 발표와 해외의 시뮬레이션이 서로 틀린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진: 미지북스)

의혹을 사고 파는 과학자들.. 아니.. 전문가들..
무엇이 그들을 전문가로 아님.. 처럼.. 만들었을까요?
수많은 미디어속에 대중들은 몇 줄의.. 몇 분의 글과 영상등만을 보고
너무도 쉽게 판단하고 자신을 주입시켜버리죠..
그 흔하디 흔한 인터넷 기사 하나에도..(--;)
그래서 누군가 말했죠..
'항상! 깨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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