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2. 7. 1. 14:58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이번 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부터 ‘리부트’라는 개념으로 이전의 시리즈와는 달리 새롭게 출발한다. 주인공이 달라지면 캐릭터의 개성도 달라진다. 이야기의 질감에서도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전의 시리즈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시리즈와 이번 신작인 리부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닮은점을 살펴보자.

 

 

책임감과 죄의식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달리 태생부터 ‘책임감’을 강조하는 프랜차이즈다. 비록 3편에서 책임의 당위성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거대한 힘에는 그에 수반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책임감을 강조하는 시리즈의 사명은 이번 리부트에서도 계승된다.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가 경찰의 무선망을 도청하고 스스로 ‘뉴욕의 자경단’이 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책임감의 강박에 사로잡힌 시리즈 속 피터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피터가 자경단이 되는 동기에는 ‘책임감’ 뿐만 아니라 ‘죄의식’이라는 측면도 크게 작용한다. 자신이 놓아준 강도가 삼촌을 죽음으로 이끈 살인범으로 돌변하면서 피터는 삼촌을 죽인 강도를 스스로 잡겠다는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피터의 복수심 이면 가운데에는, 만일 강도를 놓아주지 않았더라면 삼촌은 죽지 않았겠지만 놓아주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삼촌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죄의식이 자리한다. 자신의 손으로 삼촌을 죽인 강도를 잡아야만 삼촌을 간접적인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의식을 일부나마 면제 받으리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다는 복수심은 피터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더맨3>에서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뉴 고블린이 되는 해리가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피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손으로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원수를 갚겠다는 해리의 복수심은, 삼촌을 살해한 강도를 직접 잡겠다고 결심하는 피터의 복수심과 동기 면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뼛속부터 악당? NO

또 하나, 스파이더맨 시리즈 가운데서 악당은 피터의 기대를 저버리는 ‘전복’과 관련이 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프랜차이즈에서는 성악설이 통하지 않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당들은 조커처럼 태생이 선천적으로 성악설에 기반하는 악당이 아니다. 피터가 존경하던 이들이 악당으로 돌변해버린다. 피터가 품었던 ‘기대치’ 혹은 ‘존경’을 악당이 됨으로 말미암아 ‘전복’시켜 버린다.

 

1편의 고블린도, 2편의 닥터 옥토퍼스도 애초부터 악인이 아니라 평소 피터가 알고 지냈거나 존경하던 이들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피터와 관련이 있는 주변 사람이 악당으로 변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당은 타자성을 전복시키는 점과 관련 깊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은 경계해야 하고 배척해야 할 대상이다. 아는 사람은 배척해야 할 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알고 지내던 막역한 사람이 적이 된다. 그 대상이 알고 지내는 차원을 넘어 존경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타자가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적으로 돌변한다. 존경하던 사람 또는 알고 지내던 사람과 싸워야만 하는 거미인간의 얄궂은 운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가지는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심지어 <스파이더맨3>에서 드러나는 삼촌을 죽인 범인 또한 그 나름대로의 사연을 갖는다. 삼촌을 죽인 샌드맨은 어린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짓을 한 게다. 피터를 향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베놈이 되어버리는 에디를 제외하고는, 악당 캐릭터는 악당이 되고 싶어 악당이 되는 게 아니다.

 

 

유사 아버지는 피터의 뒤통수를 때린다

스파이더맨 가운데서 ‘아버지의 이름’은 하나같이 사장된다. 애당초 피터에게는 육친의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유사품인 삼촌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늦게 귀가한 피터를 향해 윽박지르는 삼촌은 대리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이름’이다. 하나 삼촌이 총에 맞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이름’은 실종한다.

 

피터는 삼촌을 대신할 다른 ‘아버지의 이름’을 찾는다. 고블린이나 옥토퍼스 박사나 하나 같이 피터에겐 아버지를 대신하는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들 유사 아버지는 약속이나 한 듯 피터의 뒤통수를 친다. 이번 신작도 예외는 아니다. 대리 아버지이던 삼촌을 잃은 보상 심리로 다른 이를 존경하게 되지만 그는 아버지를 대신할, 혹은 삼촌을 대신할 유사 아버지가 되지 못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이번 리부트 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나 피터는 잃어버린 아버지, 혹은 아버지를 대신할 ‘아버지의 이름’을 찾지만 유사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아버지가 되지 못한다. 유사 아버지는 ‘아버지의 이름’을 흉내만 낼 뿐, 얼마 안 있다 피터의 곁을 훌쩍 떠나거나 피터의 뒤통수를 때리기 바쁘다. 피터는 아버지의 이름을 대신할 정신적 노스탤지어를 찾지만 그 어느 누구도 피터의 아버지를 대신할 노스탤지어가 되지 못한다.

 

도리어 아버지의 이름을 대신할 수 있는 노스탤지어라고 피터가 생각하는 사람은 노스탤지어는커녕 적으로 돌변하고 마는 역설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이번 신작인 리부트를 관통하는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