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2. 7. 7. 11:27

<미쓰GO>를 보노라면 머릿속에서 여러 영화들이 복잡하리만치 겹친다. 최악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천수로(고현정)가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고 범죄의 여왕으로 등극한다는 설정은 지독한 소심남이던 웨슬리가 최고의 킬러로 변신하는 <원티드>의 성장담과 맞물린다.

 

 

천수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으로 경찰과 폭력 조직의 추격을 받는다는 설정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고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그리고 폭력조직 가운데 잠입한 경찰인 빨간구두(유해진)라는 캐릭터는 <무간도>에서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위장한 비밀경찰 진영인(양조위)과 맞닿는다.

 

빨간구두가 천수로를 보호하는 보디가드 역할을 하다가 천수로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레옹> 혹은 <보디가드>에서 익히 보던 ‘기사도 정신’의 변주 아니던가.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무려 다섯 편 이상의 영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영화에 주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미쓰GO>의 캐릭터는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주인공 천수로를 제외하면 경찰이냐 아니면 조폭이냐 하는 흑과 백,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조 말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박쥐 같이 두 세계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빨간구두와 같은 회색분자 같은 캐릭터도 있긴 하다.

 

흑과 백의 세계 사이에 끼인 회색 캐릭터 빨간구두가 있는 것처럼, 영화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백의 세계에 속하는 캐릭터라 하더라도 백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마냥 수용해서는 안 된다.

 

요즘의 영화는 후반부의 이야기를 앞부분에 대놓고 드러내는 수미상응의 기법을 자주 이용하는데 <미쓰GO>도 이 기법을 사용한다. 영화 초반부에 천수로가 물에 잠겨 있는 시퀀스는 천수로가 곤경에 빠지는 걸 암시하는 시퀀스다.

 

 

두 번째 키워드는 천수로의 ‘성장담’이다. 짜장면을 주문하는 전화 한 통마저 동생에게 부탁할 정도로 지독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천수로가 후반부에서 벌이는 활약은 “이 여자가 우리가 알던 천수로 맞나?” 할 정도로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극도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이 범죄의 여왕으로 우뚝 선다는 건 천수로가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고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가 깜빡 했나 보다. 소심녀 천수로가 용감무쌍한 범죄의 여왕으로 탈바꿈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빼뜨린 게다. 물에 빠진 소심녀가 카리스마 하나 가득 넘치게 변신하는 ‘결정적인 계기' 한 방이 빠지다보니 용감무쌍한 선덕여왕이 그동안 내숭을 떨어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코미디와 멜로, 액션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아쉽다.

씨발씨발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