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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2. 7. 9. 12:54

네모난 수박을 본 적이 있는가. 수박이 자라기 전에 네모난 틀에 가두고 키우면 다른 수박처럼 동그랗게 자라지 않고 네모난 수박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 정도 밖에 성숙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포부를 원대히 가진다면 꿈꾸는 만큼 그 사람은 원대하게 성장한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김수영의 지금 인생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스물 다섯에 암 선고를 받았지만 초기에 암을 극복하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스물 다섯에 암을 조기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김수영은 지금 세상에서 숨 쉴 수 없는 사람이기에 지금의 인생은 ‘덤’인 셈이다.

 

그는 암으로 죽을 뻔한 이후의 삶을 자신의 꿈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인생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에 그는 작년 4월에 휴직계를 내고 5월부터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저산소증을 극복하면서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에 오르고, 생전 알지도 못하는 중국어를 애써 배워서 현지 중국인과 꿈의 목록을 작성한다. 발리우드 영화가 너무 좋아서 무작정 인도로 달려가기도 하고, 터키에서 밸리 댄스 공연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는 십 대에 가출을 했었다. 가정이 싫어서, 학생의 머리를 북어로 착각하는 폭압적인 교사가 싫어 집을 뛰쳐나갔다. 이십 대에는 암이라는 죽음의 복병과 키스할 뻔하기도 했다. 생의 밑바닥까지 겪어본 그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그가 꿈을 향해 달렸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만일 그가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하고 꿈을 향해 달리지 않았다면 그가 대학교에 진학하는 일도,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꿈을 향해 무던히도 달렸다. 그리고 그 꿈을 하나 둘 씩 이루어나간다.

 

꿈을 상실한 시대, 아니 꿈꾸기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김수영과 같은 꿈꾸기와 그 꿈을 향한 실천이다. 꿈만 꾸고 실천 의지가 없다면 그 사람은 몽상가일 뿐이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꿈을 꾸되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0%다.

 

하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면 그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0.001%라도 열린다. 꿈은 이루어진다. 원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부단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김수영의 꿈의 정신, 그리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꿈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김수영의 꿈이 자신을 향한 성취, 즉 자신의 꿈만 이루는 ‘이기적인 꿈’만 꾸었을까. 그는 태국에서 집 없는 아이들을 만난다. 이들의 눈빛은 반항심으로 하나 가득이다. 어린 시절 김수영도 그 길을 겪어보았기에 이들의 심정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

 

태국의 이런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십 대 시절을 통역을 통해 이야기해 주고 이들에게 꿈을 꾸도록 만들어준다. 김수영이 불어넣은 꿈을 통해 어떤 태국 청소년은 춤추는 댄스가수가 되길 바란다. 또 다른 청소년은 좋은 가족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김수영이 ‘꿈은 이루어진다’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이들에게도 꿈을 꾸게 만드는 ‘꿈의 산파’ 역할을 한다는 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꿈꾸는 팔레스타인 청년 아마드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꿈을 잏어버린 우리 사회에도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꿈꾸는 걸 잃어버리고 꿈에 도전하는 걸 잃어버린 우리 시대, 멘토와 멘티가 증발한 우리 사회는 김수영과 같은 ‘꿈의 산파’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를 통해 잃어버린 꿈꾸는 법을 익히기도 하고, 꿈에 도전하는 법을 배우기도 해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는 단지 십년 전 월드컵 구호에만 국한될 게 아니다.

 

(사진: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