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2. 7. 19. 16:43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는 배트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관람을 위해 이전 작을 살펴볼 필요를 그닥 느끼지 못할 여타 블록버스터 시리즈와는 달리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전후 맥락을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이전 작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와도 상관있을 뿐만 아니라 <배트맨 비긴즈>와도 관련이 깊다. 이번 텍스트는 여러 층위로 분석이 가능한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들 가운데 ‘전복’ 혹은 ‘복권’이라는 층위를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배트맨은 고담 시를 조커의 손아귀로부터 구한 영웅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기억된다. 전작 <다크 나이트>에서 의협심 가득한 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를 배트맨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장본인으로 고담 시민들은 잘못 알기 때문이다.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증권거래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베인의 부하를 경찰이 추적하지 않고, 도리어 베인의 부하를 잡기 위해 8년 만에 나타난 배트맨을 체포하려 득달같이 달려드는 건 배트맨이 공공의 적이 되었음을 반증하는 장면이다.

 

배트맨과는 반대로, 조커(히스 레저)의 꼬임에 빠져 악의 사도가 된 하비 덴트는 정의의 수호자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짐 고든(게리 올드만) 경찰청장의 아이들을 위협한 것도 하비 덴트건만, 배트맨이 경찰청장의 아이를 위협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다. 어둠 속에서 개에게 쫓긴 채 전작 <다크 나이트>는 막을 내린다.

 

 

무언가 잘못 되지 않았는가? 악인은 고담시의 악을 퇴치한 ‘영웅’으로 추앙받고 도리어 영웅은 도시에서 제거해야 할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다. 하지만 이것을 배트맨은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을 스스로 공공의 적으로 전락시켜야만 하비 덴트의 정신을 고담 시가 이어받을 수 있어서다. 이는 <왓치맨>에서 닥터 맨하튼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부분과 궤를 같이한다.

 

선과 악의 이미지 전복이 일어난 전편에 뒤이어 후편에서는 어떤 작업을 필요로 할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신작 영화 제목만 참고하면 되니까. 영화 제목의 마지막 ‘라이즈Rise’는 영웅의 복권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공공의 적으로 추락한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더 이상 고담 시의 ‘공공의 적’으로만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전복된 영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하는 되돌림의 의미가 영화 제목 안에 담겨 있다.

 

한데 공공의 적으로 미움 받는 배트맨을, 다시 영웅의 자리로 되돌린다는 건 그만큼 고담 시의 앞날이 험악해질 것임으로 보여주는 복선의 의미도 내포한다. 고담 시가 지난 8년 동안 배트맨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고담 시가 조커 이후, 투페이스 이후 악랄한 범죄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엄격한 법의 집행만으로도 치안이 잘 운영되었다는 뜻이다.

 

조커가 사라진 후 조커 급의 강력한 악당이 기승을 떨쳤다면 시민들은 자연스레 그 옛날의 배트맨이 다시 나타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겠지만 고담 시민들이 배트맨의 귀환을 그닥 바라지 않았다는 건 배트맨을 필요로 할 만큼의 악이 창궐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배트맨이 ‘라이즈’한다는 건, 다시 영웅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건 고담 시민들에게 닥칠 재앙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배트맨이 바라고 생전의 하비 덴트가 바라던, 법의 집행으로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던 하비 덴트 법이 그만큼 무력해질 날이 온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