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2. 9. 4. 14:11

월화드라마 <신의>와 <골든타임>은 한 가지 측면에서 정반대의 지점을 가리키는 드라마다. 그 측면이란 바로 ‘권한’ 혹은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발생한다. 먼저 살펴볼 <신의> 속 공민왕(류덕환 분)의 상황을 살펴보자. 그는 왕자 신분일 때부터 고려에서 자라지 못하고 원나라에서 자라야 했던 인물이다.

 

(사진: SBS)

 

고려의 왕으로 등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힘이 없다. 고려는 원의 지배를 받는 속국이다. 그래서 공민왕은 원의 복장과 머리모양을 해야 한다. 결혼도 고려 여인과 하지 못하고 원나라 공주 노국공주(박세영 분)와 결혼해야 한다. 요약하면, 공민왕에게는 왕이라면 당연히 가져야만 할 ‘권한’ 혹은 ‘권력’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것도 모자라 그는 고려의 최대 실세인 기철(유오성 분)과 비교해도 한없이 권력이 모자랄 따름이다. 심지어는, 기철의 계략에 빠진 최영(이민호 분)과 유은수(김희선 분)를 구하기 위해 노국공주가 기철의 볼모로 잡히겠다는 제안을 노국공주 스스로 할 판국이다.

 

신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스스로 포로가 되겠다고 자청하는 왕의 아내는 세상천지를 눈 씻고 뒤져보아도 찾을 수 없음에도 말이다. 이는 그만큼 신하의 권력이 왕의 권력을 능가한다는 말이자 동시에 왕비가 신하의 포로가 될 지경으로 왕의 권력이 하찮다는 걸 보여준다. 공민왕에게 필요한 건 ‘권력’이다. 공민왕은 권력 ‘부재’에 시달리는 캐릭터다.

 

하지만 <골든타임>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의사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 내과나 소아과 등과 달리 <골든타임> 속의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외과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의 치열한 삶을 다루는 이야기다.

 

(사진: MBC)

 

<골든타임>의 의사는 어떤 시술을 결정해야 할지를 빠른 시간 안에 판단하고 시술하는 ‘권한’을 쥔 사람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자신에게 내릴 치료나 수술의 양태를 결정할 권리가 없다. 오로지 의사가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권한이다.

 

하지만 <골든타임> 속 의사들은 환자 시술에 있어 적극적이기보다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권한’인 시술에 있어 그 시술을 행할 때엔 뒤탈이 없어야 깔끔한 것이다. 만일 환자가 수술 중 잘못된다면 의사 개인은 물론이요 병원 전체가 환자의 잘못을 면할 길이 요원해진다.

 

<골든타임>의 세계관은 ‘책임 떠넘기기 게임’이다. 환자가 잘못 되었을 경우 그 책임을 의사가 지느냐 아니면 의사가 포함한 집단인 병원이 지느냐를 두고 자웅을 겨루는 책임 회피는 <골든타임>을 관통하는 주요한 코드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를,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최인혁(이성민) 교수다. 그는 의사로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응급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사명이 중요하지, 의료사고라는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꼼수는 안드로메다로 내던진 지 오래다.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수술 혹은 수술 방법이라는 권한을 결정함에 있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의료사고라는 책임,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는 하얀 가운의 영웅이다.

 

<신의>의 공민왕은 권력이 모자라 쩔쩔 매는 캐릭터다. 반면 <골든타임>에서는 최인혁 교수 본인과 그를 따르는 몇몇 소신감으로 가득 찬 의사를 제외하고는 의사의 집도라는 권한을 적극 활용하기를 주저한다.

 

공민왕의 상황과는 극과 극의 상황이 벌어지는 게다. 어떤 이는 ‘권력’을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다. 주변의 상황이 공민왕에게 비협조적인 상황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의료사고가 두려워서 치료 혹은 집도라는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두려워한다. 의료사고라는 책임이 무서워서다. <신의>와 <골든타임>을 ‘권력’ 혹은 ‘권한’’이라는 코드로 바라보면 이러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