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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2. 9. 21. 13:15

연극 <사랑>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오셀로>에 근간한다. <오셀로>는 누구나 아는 대로 전쟁터에서 닳고 닳은 흑인 장군의 파멸을 다룬 이야기다. 한데 <사랑>은 남자 배우만 출연한다.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은 데스데모나 없이 이야기를 이끈다. 왜일까. 오셀로의 부하 아이고가 직속 상관의 아내인 데스데모나의 역할을 하는 극중극의 형식을 갖기에 그렇다.

 

<사랑> 속 오셀로가 그토록 신임하는 부하 이아고는 루시퍼, 혹은 메피스토펠레와 같이 간교하기 짝이 없는 부하다. 겉으로는 상관인 오셀로에게 충성을 다하는 척 하면서 그에게 거짓을 고함으로 오셀로를 파멸로 이끄는 혀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설 이론 가운데에는 ‘컨틴전트 시스템contingent system’이라는 이론이 있다. 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봉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에는 가설을 진짜로 믿어버리게 된다는 가설이다. 극 중 오셀로의 경우가 이와 비슷한 경우다.

 

데스데모나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음에도 오셀로의 간교한 부하 이아고는 자꾸만 오셀로의 곁에서 데스데모나의 정절을 의심하도록 부추긴다. 오셀로도 처음에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로 치부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아고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휘둘려 그만 데스데모나의 정절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데스데모나는 남편을 속이고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건만, 간교한 남편의 부하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남편 오셀로가 속아 넘어가고 만다.

 

 

<사랑>에서 물은 ‘욕망’을 대변하기도 하고 ‘정화’를 표현하기도 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오셀로는 물 속에 몸을 담금으로 ‘내 아내가 정숙하지 않을 리 없어, 누군가가 거짓말한 것일 거야’라는 의미로, 이아고의 거짓말에 현혹된 자신의 귀를 물을 통하여 ‘정화’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아고에게 있어 물은 오셀로에게 이야기하는 거짓을 정당화하는 ‘욕망’으로 대변할 수 있다. 오셀로가 물 가운데서 귀를 정화하기를 바라지만 이아고는 정반대로 물 가운데서 자신의 거짓을 정당화하고 이를 확장시킨다. 오셀로의 ‘정화’ 의지와 이아고의 거짓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욕망’은 정반대의 위치에서 물이라는 연극적 장치를 통해 극대화한다.

 

<사랑>은 배우 단 두 명만이 이끌어가는 이인극으로 배우의 역량을 무대 가운데 모두 쏟아내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연극이다. 단, 이아고를 맡은 배우의 독백이 때로는 너무 작아 앞에서 세 번째 좌석에 앉은 필자도 듣기 힘들 정도였다. 이는 보완해야 할 연출적 과제다.

 

(사진: MJ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