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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2. 9. 21. 14:35

이 공연의 제목, 처음에는 비욘세가 출연했던 영화 <드림걸즈>의 오타인 줄로만 알았다. <드립걸즈>라는 제목은 즉흥적인 대사라는 뜻을 가진 ‘애드립’과 네 명의 여성 개그맨이 단체로 출연하는 의미의 ‘걸즈’가 합친 신조어다.

 

 

<드립걸즈>는 개그와 공연을 하나로 합친 ‘하이브리드’ 개그 공연이다. 더블 캐스팅이나 트리플 캐스팅이 대세인 요즘 공연계에 정경미와 안영미, 김경아와 강유미이라는 개그계의 여자 블루칩이 단독 캐스팅으로만 무대에 서니,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주요 캐스팅이 무대에 나오지 않음으로 낭패를 겪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들 네 개그우먼이 맡는 개그드립은 영역이 다르다. 골룸 개그로 유명한 안영미는 ‘섹드립’, 강선생 캐릭터 강유미는 ‘성형드립’, 네 명 중 유일한 유부녀 김경아는 ‘육아드립’, 윤형빈의 여친인 국민요정 정경미는 ‘연애드립’을 맡아 관객의 웃음보를 어떻게 하면 터트릴까를 노심초사한다.

 

<드립걸즈>는 무대 가운데서 다채로운 개그의 향연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개그 버전 ‘섹스앤더시티’부터 <개그콘서트>의 코너 ‘희극여배우들’을 패러디한 여배우들, 3년 만에 귀환한 ‘분장실의 강선생님’까지 다양한 패러디 코너를 제시한다.

 

미국 본토의 <SNL>을 시청한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SNL코리아>는 미국의 <SNL>에 비하면 표현 수위가 순화된 편이라고 한다. 케이블 채널이라 하더라도 방통위의 제약이 따르기에 그렇다.

 

<드립걸즈>의 안영미가 선사하는 19금 개그의 수위 역시 <SNL코리아>을 뺨칠 정도로 수위가 높다. “나 아직은 숫처녀야”하면서 파인 등을 보이는 안영미의 19금 섹드립은 개그와 파격 사이를 교묘하게 줄타기하면서 관객의 배꼽을 추수한다.

 

‘에구구구 토크송’은 남성 관객을 배우들이 무작위로 선택해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남성 관객이 함께 개그를 펼치는 코너다. 노래를 시킬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남성 관객이 배우들의 즉석 남친이 되어 재롱잔치를 벌여야 한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공연을 즐기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겁지만, 무대 위로 올라갈 자신이 없는 숫기 없는 남성 관객이라면 통로 쪽 자리를 피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배우들이 즉석에서 섭외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성형드립을 선보이는 강유미는 자신의 성형 전 과거를 숨기지 않고 이를 대담하게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는 ‘용감함’을 선보인다. 성형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 보편적인 심리지만 강유미는 관객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자기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유미를 제외한 배우, 김경아와 정경미의 학생 시절 촌스런 사진까지 과감하게 개그로 희화화한다는 건 개그를 위해 자신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마치 안영미가 골룸 가발을 쓰고 개그를 위해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듯 말이다.

 

<드립걸즈>의 압권은 ‘남녀공용’이라는 에피소드다. <SNL코리아>가 울고 갈 정도로 수위가 상당히 높다. 남자 화장실의 세계를 이리도 웃기게 희화화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파격적이면서 동시에 빵빵 터진다. ‘19금 개그를 라이브로 보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TV에서만 접하던 개그우먼을 라이브 개그쇼를 통해 직접 보는 ‘개그의 맛’은 매일 메뉴가 달라지는 듯하다. 필자가 접한 ‘에구구구 토크송’의 내용이 다른 공연 칼럼니스트가 보았을 땐 다른 내용이었다고 한다. 매일 매일의 레시피가 조금씩 다른 색다른 맛의 4인 4색의 <드립걸즈>는, 혹 우울한 마음으로 표를 끊었을지라도 관객의 우울함을 객석에서 훌훌 털게끔 만드는 속 시원한 개그쇼다.

 

(사진: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