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2. 9. 26. 12:03

골든타임 마지막회

 

판타지에 초를 치기 바쁜 드라마

드라마는 시청자의 판타지를 대리 만족시켜주는 기능을 갖는다. 현실 가운데서는 이루어지기 힘들거나 아예 불가능한 상황, 이를테면 완벽한 조건의 이성과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된다든가 하는 현실에서의 결핍을 드라마는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충족하도록 만들어준다.

 

 

한데 <골든타임>이라는 메디컬 드라마, 시청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기는커녕 정반대의 노선을 걷기 일쑤였다. 이민우(이선균 분)와 강재인(황정음 분), 혹은 최인혁(이성민 분)과 신은아(송선미 분) 이들이 커플이 됨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로맨스의 판타지를 꿈꾸도록 만들지 않는다.

 

마지막 방영분에서 신은아는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말미암아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남자와 헤어진다. 이쯤 되면 피가 난무하는,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시트 위에서 동료애 이상의 끈끈함을 발휘하던 최인혁과 맺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로맨스가 꽃이 필 법도 한데, <골든타임>은 끝내 두 사람을 로맨스로 맺어주지 않는다. 끈끈한 동료애 이상으로 진척시키지 않는다.

 

남녀 캐릭터를 로맨스라는 판타지로 묶어두지 않는 드라마 속 패턴은 서울로 올라가는 이민우와 강재인 두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도리어 로맨스 판타지는 다른 커플에게 적용된다.

 

이사장 강대제(장용 분)가 병마를 이기고 극적으로 회복하는 판타지, 이혼장을 접수한 강대제 이사장과 박금녀(선우용녀 분) 두 사람이 로맨스로 다시금 엮인다는 판타지로 말이다. 시청자가 로맨스 판타지를 기대한 이민우와 강재인, 혹은 최인혁과 신은아를 로맨스로 묶지 않고 되레 다른 커플을 로맨스로 결속시칸다.

 

 

<골든타임>이 판타지를 망가뜨리는 지점은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또 있다. 최인혁이라는 캐릭터는 ‘하얀 가운의 맥가이버’다. 어떤 타입의 위급환자가 들이닥치더라도 그만의 노하우와 신속한 판단력으로 어지간하면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되살린다. 환자가 잘못되거나 세상을 뜨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의사로서는 끔찍한 순간에도 최인혁은 항상 그 자리를 피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선다.

 

하지만 세중병원의 의료 시스템은 최인혁과는 정반대다. 철가방 기부천사 김우수 씨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인 기부천사 박원국이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외과과장 김민준(엄효섭 분)이 직접 치료한다는 건, 김민준이 얼마만큼이나 공치사에 민감한 인물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반대로, 교통사고로 온 몸의 뼈가 으스러져 실려 온 청소년 환자는 세중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구급차 안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을 겪는다. 공치사에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환자를 책임져야 할 위급한 상황에서는 나 몰라라 한다.

 

의료 업적은 과시하고자 하지만 반대로 책임을 지는 데에는 인색한 시스템이, 시청자는 최인혁이라는 의료형 히어로를 통해 바뀌길 바라지만 <골든타임>은 시청자의 이러한 바램을 외면한다.

 

도리어 최인혁이 과장들에게 미운털 한 가득 박히는가를 보여줌으로, ‘고난 받는 의인’의 전형을 보여줌으로 시청자의 판타지를 ‘쫑’낸다. 개인이 시스템을 바꾼다는 <각시탈> 타입의 ‘일인형 히어로’ 드라마가 아니라 히어로가 시스템에 ‘디스’당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현실적 감각에 맞는 세련된 판타지를 제공하다

시니컬하게 보면 <골든타임>은 시청자의 이러한 판타지적 욕구나 증증외상센터가 부족한 현실을, ‘성과 지상주의’에 함몰되어 버리고 만 병원이라는 하얀 거탑을 디스하기 바빴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나 과연 <골든타임>이 시청자의 판타지를 무너뜨리고 디스하기만 바빴던 드라마일까.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아니 현실적 감각에 디자인된 보다 세련된 판타지를 제공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테다.

 

중증외상센터 건립은 무산되지만 소방방재청과의 MOU 체결로 응급환자 이송은 이전의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보다 혁신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이민우가 극적으로 세중병원 외과 레지던트에 합격할 것을 기대하도록 만들었지만, ‘큰 고기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이민우를 향한 최인혁의 가르침은 시청자에게 큰 공명으로 남는다.

 

“중간 정도 수술 열 번 하는 것보다 (서울에 올라가서) 큰 수술 한 번 하는 것이 낫다”고 이민우에게 가르쳐주는 최인혁은, 인간적인 정으로만 보면 이민우를 붙잡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민우의 미래를 위해 그에게 서울로 상경할 것을 권한다.

 

이민우가 서울의 레지던트로 근무함으로 ‘큰 그릇’이 되라는 사부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미드에 자막 넣는 것을 낙으로 여기던 ‘하얀 가운의 한량’이 진정한 의사로 태어나는 판타지를 <골든타임>이 채워준 게 사실이다.

 

중증외상센터 건립의 꿈은 소방 헬기라는 판타지로, 늦깎이 인턴의 정신적인 성장담이라는 판타지 외에도 <골든타임>은 또 하나의 판타지를 제공한다. 최인혁과 이민우가 구슬땀을 흘리며 겨우 살린 환자들의 모습을 마지막 방영분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보여줌으로 말이다.

 

 

마지막 장면 가운데서, 이민우가 침대에 붙여놓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 장 한 장 떼어내며 지난날의 추억에 행복해하는 모습과 오버랩하는 장면이 또 하나 있었다. 세중병원 응급실을 거친 환자들이 어떻게 회복하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산탄총 커플’은 알콩달콩 두부를 함께 나눠 먹고, 기부천사 김우수 씨를 모델로 한 박원국 환자는 무사히 퇴원 후 중국집 배달원으로 성실하게 살아간다. 이민우가 개복한 임산부가 살아서 병원을 나간다면 이민우가 얼마나 기고만장해 지겠느냐고 김민준 과장이 독설을 날렸던 임산부 환자는 아이와 행복한 꿈을 꾼다. 최인혁과 이민우가 응급실에서 혹은 수술실에서 흘린 구슬땀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판타지다.

 

비록 시청자의 바램과는 다른 판타지 전개, 이를테면 한 명의 열성적인 의사 덕에 세중병원의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든가 하는 시청자의 판타지는 끝내 외면하지만 그럼에도 제일로 중요했던 환자에게만큼은 시청자에게 큰 울림으로 남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골든타임>으로 말미암아 월-화요일 시청자가 행복했던 것이 사실이다. <골든타임> 시즌2를 위한 백만인 서명 운동이라도 나서야겠다.

 

(사진: MBC)

저도 골든타임의 최인혁 쌤 넘 멋진것 같아요 ~
글 잘보고 갑니다. 다음에 시즌 2 나오려나?~ 기대해봅니다.
편안한밤되세요 ^^
죽음의 위기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생명의 소중함을 골든타임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시즌2가 새 생명으로 부활 하기를 기대합니다.
트 위 터 " 유 흥 의 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