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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2. 10. 3. 14:31

발음하기도 까다로운 이 경극의 제목인 ‘숴린낭’은 중국의 사람 이름이 아니라 등주의 풍습 가운데 하나인 혼례 주머니를 일컫는 고유명사다. 시집가는 딸에게 ‘아들을 빨리 낳으라’는 의미에서 친정어머니가 건네주는 주머니 이름이 ‘숴린낭’이다.

 

 

경극 속 여주인공 설상령은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하인에게 애를 먹인다. 악한 마음을 먹고 고의적으로 하인을 괴롭히는 건 아닌데, 그녀의 취향을 하인의 안목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하인이 애써 준비한 혼수를 금색 자실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반려하기를 거듭하고 있어서 이제는 하인이 그녀의 혼수품 준비를 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설상령이라 할지라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 하나는 지극한지라, 지금 한국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몇 천만 원 혹은 일억 원을 넘는 패물을 어려운 사람에게 선뜻 나눠줄 줄 아는 새색시다.

 

설상령이 시집가는 날, 정자 밑에서 비를 피하다가 만나는 신부 조수정은 설상령과는 반대로 가난한 집안의 규수다. 가난하게 시집을 가는지라 그 설움이 복받쳐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조수정을 가엾게 보고 설상령은 친정어머니가 마련해준 숴린낭을 아낌없이 조수정에게 선뜻 내어준다. 설상령의 숴린낭 안에는 진귀한 패물로 하나 가득이었는데도 말이다.

 

6년 후, 설상령은 친정으로 가던 도중 큰 홍수를 만나 식구들과 뿔뿔이 흩어진다. 오갈 데 없는 설상령은 어느 부잣집 유모로 들어간다. 그런데 하필 그 집 마나님은 6년 전 설상령이 숴린낭을 건네준 조수정. 조수정은 예전의 가난했던 모습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부잣집 마나님이 되어 있었다.

 

중국 경극 <숴링낭>은 ‘새옹지마’ 혹은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의 ‘운명의 수레바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포르투나는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수레바퀴를 굴리면서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다. 포르투나가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면 잘 나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빈천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고귀한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

 

 

6년 후의 설상령과 조수정의 처지는 포르투나가 돌리는 운명의 수레바퀴와 겹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6년 전의 설상령이라면 분명 운명의 수레바퀴가 잘 풀렸지만 지금은 반대로 자신의 운명이 꼬인다.

 

반대로 조수정은 6년 전에는 가난한 운명이었지만 지금은 가난했던 지난 날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사람의 운명은 스로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인지라 부귀함과 빈천함을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걸 <숴린낭>은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숴린낭>은 ‘착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가 직접 챙겨준 소중한 패물이 담긴 숴린낭을, 낯선 새색시에게 선뜻 건네주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설상령도 그렇고, 6년 전 가난했던 자신에게 아낌없이 귀한 패물 주머니를 건네준 은인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조수정도 착하기는 마찬가지기에 말이다.

 

사람의 운명이 손바닥 바뀌듯 언제 바뀔지 모르는 노릇임을 보여줌과 더불어,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준 이름도 모르는 은인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갚고자 하는 ‘결초보은’을 새삼 관객에게 깨닫게 만들어주는 경극이 <숴린낭>이다.

 

(사진: 국립극장)

경극을 TV를 통해서 보긴했었는데요
이런 의미들이 있는지 새롭게 알았네요.
저도 착하게 살아야겠어요.
오늘 편안한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