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3. 1. 6. 11:37

양적인 규모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뮤지컬 전체 시장 규모가 작년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약 3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작년에 비해 1/4 가량 성장한 수치다. 이런 양적인 규모의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받쳐줘야만 가능하다. 올 한 해는 어떤 콘텐츠의 뮤지컬이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으며, 올 한 해 뮤지컬계의 동향은 어떠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내한공연과 동유럽 뮤지컬이 강세를 띤 한 해

올 한 해는 라이선스 뮤지컬, 해외에서 수입된 뮤지컬이 대세인 한 해였다. 국내에 반복해서 선보이는 리바이벌 레퍼토리 뮤지컬인 <시카고>나 <맨오브라만차>, <잭더리퍼>가 기존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리바이벌 레퍼토리에만 치중한 해는 아니었다. 새로운 해외 라이선스물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위키드>나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내한공연, <엘리자벳>과 <황태자 루돌프>와 같은 비엔나 뮤지컬(동유럽 뮤지컬)이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티켓 파워에서도 강세를 띤다는 건, 한국 뮤지컬 관객이 새로운 레퍼토리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올 한 해 뮤지컬 관객에게 주목 받은 작품 가운데, 작품성으로나 흥행 면에서 일순위로 주목할 작품은 <위키드>다. <오즈의 마법사>의 스핀오프 격인 <위키드>는 우리나라 무대에 올라온 블록버스터 뮤지컬이었다.

 

5달 동안 23만 5천 명의 관객을 견인하기까지에는, 콘텐츠의 재미나 완성도가 겸비된 ‘물량 공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400만 달러의 제작비와 350벌의 의상, 54번의 무대 회전이 이뤄진 이번 공연은, 양적인 화려함에 있어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스코어에 있어서도 역대 최고 흥행작이 <위키드>가 되었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이 갖고 있던 최다 관객 기록을 이번 <위키드>가 갈아치웠다.

 

기존의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올해는 동유럽 뮤지컬이 유입된 해이기도 하다. 올 초 공연된 <엘리자벳>, 올 하반기에 소개 중인 <황태자 루돌프>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뮤지컬이다. 원본이 <엘리자벳>이라면 <황태자 루돌프>는 스핀오프 격인 뮤지컬이다. 두 공연 모두 희극이 아닌 비극을 담고 있는데, <엘리자벳>이 일본에서 각광 받은 이유는 이 작품이 일본 정서 가운데 하나인 죽음의 세계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뮤지컬도 괄목할 성과물을 보여준 한 해였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해외 라이선스에 뒤지기는 했지만, 초연에 비해 진일보한 연출을 보여준 <모비딕>과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넘버로 화제를 모은 <번지점프를 하다>, 3년여의 준비가간을 거쳐 선보이는 <완득이> 등은 우리 창작뮤지컬의 주목할 작품들이다.

 

 

아이돌이냐 저가 정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올해 외국인 관객이 가장 많이 발걸음을 찾은 무지컬은 <위키드>가 아니다. 해외 라이선스의 내한공연이기에 영어로 공연하는 언어적 장점, 블루스퀘어가 위치한 한남동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제치고 외국인 관객이 가장 많이 발걸음을 찾은 뮤지컬은 <캐치미이프유캔>이다. 규현과 손동운, 김동주와 키, 써니와 다나 등의 아이돌로 포진한 <캐치미이프유캔>은 한류 붐에 힘입어 일본인 관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한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뮤지컬이 있다. <엘리자벳>이다. <엘리자벳>에서 주목할 아이돌은 김준수다. 예전에 <모차르트!>도 그랬었지만 김준수가 무대에 설 때엔 좌석점유율이 매진에 가까운, 아니 매진이라는 성황을 이루었는데 이 역시 한류 붐 덕에 이뤄진 매진이다.

 

뮤지컬 티켓의 저가 정책에 발동을 거는 시도도 올해 있었다. 뮤지컬 시장 확대에 발목을 잡는 건 고가의 티켓 때문이다. 커플이 관람하더라도 좋은 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면 족히 20여만 원 이상의 고가를 지불해야 하기에, 뮤지컬 팬이 아니라면 뮤지컬의 세계에 입문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공연기획사 에이콤은 올 가을 <영웅>을 공연할 당시 1. 2층 전석을 5만원이라는 파격가에 티켓 예매를 실시했다. 아이돌 혹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뮤지컬 배우 없이 저가 티켓 정책만으로 흥행에 도전한다는 건 당시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극장 뮤지컬에서 유료관객점유율이 절반을 넘으면 그 뮤지컬은 성공한 셈인데, 당시 <영웅>은 유료관객점유율에 있어 79%라는 호조를 보였다. 특히 공연 후반 들어서는 블루스퀘어의 시야장애석까지 판매되는 호응을 얻었다. 2009년 <영웅> 초연 당시 정성화, 김선영 등의 호화 캐스팅에도 유료관객점유율이 71%였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임에 분명하다.

 

올 한 해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아이돌 티켓 시장의 확대와 티켓 저가 정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시도된 해였다.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해서라면 뮤지컬 티켓 저가 정책이 정답이다. 티켓 저가 정책은 뮤지컬 시장을 대중에게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아이돌 배우를 유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외국인 관객의 발길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는 정책이다.

 

반면 아이돌 스타를 뮤지컬로 입성시키는 마케팅은 외국인 관객의 티켓 구매를 촉진하는 특효약이기는 하지만 저가 정책과는 상반되는 마케팅이다. 아이돌 마케팅에 있어 부수적으로 따르는 고가 마케팅 전략은 외국인 관객의 유입으로 문화상품의 해외 팬 확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내수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뮤지컬 티켓의 저렴화냐, 외국인 관객의 꾸준한 유입을 위한 아이돌 정책의 확대냐, 이것이 문제로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