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1. 6. 11:50

세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9.11 테러의 시초는 알 카에다가 아니다. 비행기를 납치해서 백악관에 돌진하려 했던 건 2001년의 알 카에다 이전, 1974년에 이미 새뮤얼 비크가 시도하려 했었기에 말이다. 이런 암살미수범 새뮤얼 비크를 빛나게 만든 건 배우 정상훈의 몫이 크다.

 

정상훈은 "뽑아놓았더니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게 만들고, 없는 사람은 더욱 못살게 만들었다" "광우병으로 30대 여성이 사망하고 멀쩡한 강은 죄다 파헤쳐 놓았다"는 대사로 관객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었다. 이런 그를 두산아트홀 연강홀 연습실에서 만나보았다.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대표가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 이런 작품이 있으니 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이다. 대표에게 출연진을 문의하니 황정민이 나온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정민 형과 같이 일한다는 자체가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정민 형에게 많이 배웠다. 배우로서 좋아하고, 존경하기에 무대에 함께 서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작품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훈은 영화와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하다가 무대로 발걸음을 옮긴 배우다. 무대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궁금했다.

 

“2005년 초에 <그린 로즈>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을 때에 절친한 친구인 정성화가 <아이러브유>라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서 ‘너무나도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만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무대에 서고 싶어서 <아이 러브 유> 배우와 스텝들과 안면을 트고 오디션을 보았다. 미리 노래를 녹음하고 따라 부르는 식으로 6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다행스럽게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을 하고 무대에 설 수가 있었다. 전에는 ‘내가 바른 연기를 하고 있는가? 맞는 길을 걷고 있나?’ 하며 과도기 아닌 과도기를 걷고 있었다. 채우지 못하는 불안감이 느껴질 당시, 때마침 무대를 만났다. 무대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의 연기 가운데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는 정돈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무대에서 얻은 힘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유학은, 꼭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야만 하는 게 아니다. ‘무대’라는 유학 생활을 거뜬하게 잘 한 것 같다”

 

   

자신의 연기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정말 연기는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연기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수양하는 것과도 같다. 달마대사가 이야기한 마음의 다스림이 필요하다. 배우가 어떤 캐릭터에 몰입해서 연기할 때엔 놀라운 집중력이 필요하다. 캐릭터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은 어떤 배우든지 한 번은 접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무대에 백 번을 선다면 백 번 내내 놀라운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 몰입했을 때에야 비로소 메소드 연기가 나오는데 정말 힘들다.”

 

“만일,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연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면 관객에게 매번 컨디션이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대의 연기자는 그럴 수는 없다. 프로라면 매 회 공연마다 최상의 연기를 관객에게 제공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연구하고 최상의 집중력이 있어야만 한다.”

    

“얼마 전에 최민식 선배가 본인이 연기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잘 해라’라는 선배의 한마디에 어찌나 심장이 뛰었는지 모른다. ‘이 배역을 보다 잘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다가 연기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민식 선배가 다녀간 다음날, 너무나도 연기가 잘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최 선배에게 잘 보이고자 했던 나는 무엇인가? 당신의 눈으로 나를 확인해주세요’라는, 최 선배에게 인정받고픈 욕구가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올해 정상훈 배우가 출연한 일련의 작품 속 캐릭터는 한결같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였다. <칵테일>에서는 ‘지킬앤하이드’처럼 양면성이 오가는 인물,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을 돕는 사기꾼, <어쌔신>에서는 지신이 망가진 원인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암살미수범 역할을 맡았다. 앞으로 맡고픈 배역이 특별하게 있는지가 궁금했다.

 

“만일 배역을 선택하고 작품을 고른다면 내가 잘하는 캐릭터만 맡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새로운 창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전혀 색다른 배역을 통해서만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있다. 새로운 배역을 맡는다는 건 또 다른 창조다.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배역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분량에 대한 욕심은 있다(웃음).”

 

<어쌔신>에서 정상훈 배우가 맡은 배역은 비크라는 암살미수범이다. 비크는 시니컬한 대사를 뱉으며 관객의 큰 웃음을 자아낸다. 동시에 자기가 잘못 뽑은 대통령에 대한 원망을 비장함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코미디와 비장함 가운데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는가가 궁금했다.

    

“비크의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나도 불쌍해서 많이 울었다. 내가 연기하는 비크의 검정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힘든 누군가에게 뻗어준 관객의 손이, 이를테면 용기일 수도 있고 선행일 수도 있으며, 혹은 작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때 내민 손길로 도움을 받은 사람이 놀랍게 바뀔 수도 있다.”

 

“우리는 간혹 귀찮거나 무서워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혼자 사는 게 아니기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가 있다. 이러한 점을 비크라는 캐릭터 안에 녹여서 관객에게 알리고 싶다. 정말, 비크를 연기할 때 관객 중 누군가가 나와서 제게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호소력 있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정상훈은 지금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다. 지난 9월에 결혼한 새신랑이면서, 동시에 내년 3월에는 2세가 태어난다. 결혼 후 달라진 점이 궁금했다.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긴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왜 이렇게 좋은 결혼을 진작 안했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총각 때라면 스쳐 지나쳤을 작품도 가족을 등에 업은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총각 때에 섭외가 들어왔지만 하지 않은 작품 중에는 분명 좋은 작품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이 된다는 건 작품을 고르는 안목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