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1. 7. 12:09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막장 논란으로 최근 종영한 <메이퀸>의 후속작인 <백년의 유산>이, 막장의 ‘청출어람’이 무언가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출어람이란 표현처럼 <메이퀸>이 막장의 끝판왕인 줄 알았는데 <백년의 유산>은 방영 첫 회부터, 나가도 너무나 한창 나가는 막장의 향연을 한 번도 아니고 연속으로 펼치기에 그렇다.

 

 

먼저, 민채원(유진 분)은 결혼하자마자 ‘막장 시월드’에 입성한다. 극이 시작하자마자 남편 김철규(최원영 분)에게 찬바람 한가득 불던 민채원의 차가운 행동은 이내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클로즈업된 민채원의 목은 상처가 나 있었다. 남편이 내던진 와인잔에 목을 다쳐서다. 남편의 손찌검에 목을 다쳤으니 사내 파티에서 남편에게 차갑게 반응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민채원에게, 남편의 손찌검보다 더 상처를 준 건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 분)가 결혼생활 3년여 동안 안겨준 시월드의 악행이다. 결혼식에 앞서 대기실에 앉아있는 민채원을 향해 시어머니 방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서 내 아들 뺏어가니까 행복하니? 반반한 얼굴로 대한민국 일등 신랑감을 날로 드시니 세상이 네 발밑에 있는 것 같지? 철규는 싫증을 빨리 느껴 짧으면 석 달, 길면 삼 년. 즐길 수 있을 때 즐겨.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새 장난감 사달라고 막무가내로 떼쓰는데 일단 즐길 때까지는 가지고 놀게 해줘야지?"라고 말이다.

 

이게 어디 결혼을 앞둔 예비 며느리에게 할 소리던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장가를 가니, 며느리가 아들을 뺏어간다고 생각한 방영자가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하는 이 장면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며느리 민채원의 카드를 모조리 가위로 자르고, 툭하면 없는 집에서 시집 왔다고 구박하는 것도 모자라, 아가씨들 사진을 쭉 펼쳐놓고는 이 중에서 남편의 예비 신붓감을 골라보라고 한다.

 

가도 가도 너무 나가는 막장 시어머니 방영자의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들과 이혼할 것을 결심한 민채원에게 위자료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방영자는 계략을 쓴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민채원을 차에 태운 방영자는 며느리의 핸드폰을 몰래 집어 자기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아들이 입원한 병원이라며 방영자가 안내한 병원에 그만 민채원은 감금되고 만다. 방영자가 민채원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폭력이라는 가정 폭력도 모자라, 시어머니의 정신적인 폭언, 마침내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라는 ‘막장 삼종 세트’가 여러 회에 걸쳐서도 아니고 첫 회에 모조리 튀어나왔다. <메이퀸>도 처음에는 아역 시절의 천해주(김유정 분)과 장인화(현승민 분)가 따귀를 번갈아가며 날리는 아동 폭력, 계모 조달순이 천해주에게 욕설과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폭력 장면이 있었지만 <백년의 약속>처럼 강도 높은 폭력이 하나 둘도 아니고 삼종 세트로 동시에 나오지는 않았다.

 

MBC 드라마가 막장의 징후를 보이는 건 <백년의 유산> 같은 주말드라마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 <보고싶다>에서 한태준(한진희 분)의 아버지는 한태준만 낳은 게 아니다. 강현주(차화연 분)를 통해 강형준(유승호 분)도 낳았다. 그렇다면 강현주는 한태준에게 있어 새어머니 격이다.

 

하나 한태준은 새어머니 격인 강현주를 잘 모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강현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백년의 유산> 속 방영자가 며느리 민채원을 정신병원에 감금한다는 건 <보고싶다> 속 한태준의 정신병원 감금과 나비효과처럼 비슷하다. 새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감금하는 패륜이, 시청자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드러나는 셈이다.

 

대비효과처럼, 처음 방영분에서 가정의 균열사를 잔뜩 보여준 다음에, 나중에 가서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백년의 유산> 제작진이 취하는 전략이라면 막장의 강도가, 그것도 첫 회에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 아닐까? 자극적인 소재라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MBC의 패착으로만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혹시 그것이, MBC 드라마가 막장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이전부터 이미 징후를 보인 것은 아닐까? MBC는 드라마에서만 막장을 보여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년여 간 사랑받아온 토크쇼 <놀러와>를 종영할 때 유재석과 김원희의 종영 소감 대신 “<놀러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로 대신하지 않았던가.

 

MBC의 막장의 품격은 <보고싶다>와 <메이퀸>, <백년의 유산> 같은 드라마 외에도 <놀러와> 종영 멘트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막장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전도되어 이렇게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서 다양하게 막장 페스티벌을 펼치다가는 막장의 부메랑 효과에 직면할 날이 올 것이란 걸 분명 감지해야 할 것이다.

 

(오마이스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