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1. 7. 12:15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혹은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한 <디스터비아>와 궤를 같이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비록 남자 연예인과 여자 연예인의 결혼이 리얼리티가 아닌 가상, 제작진에 의해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가상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시청자는 <우결>을 페이크 결혼 이야기 이상으로 받아들인다.

 

 

드라마와는 달리 <우결>은 남녀 연예인이 알콩달콩한 프로포즈와 결혼을 알차게 꾸밀까 하는 기대감을 낳게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연예인이 실제로 결혼하면 이렇게 살 수도 있을 텐데, 이를 가상으로나마 접할 수 있구나 하는 관음증적 심리를 부추긴다. 연예인의 결혼 생활을 브라운관 앞에서 보고픈 대중의 심리가 맞닿기에 <우결>은 건너편 집의 창문을 엿보는 <이창>이나 <디스터비아>와 일정 부분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다.

 

철학으로 접근하면 <우결>은 시뮬라크르의 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연예인의 ‘진짜’ 결혼을, 제작진이 임의로 정한 남녀 연예인에게 ‘서로 사랑한다’는 전제를 덧입히고 진짜 결혼을 ‘복제’한 프로그램이라서다.

 

한데 <우결>에서 시뮬라크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남녀 연예인이 ‘진짜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어야만 가능하다. 만일 남녀 연예인 중 누군가가 가상 결혼 당사자나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면 <우결>은 시청자에게 연예인의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하는 시뮬라크르가 아니라 결혼인 척 하고 연기하는 ‘드라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우결>이나 공통점은, 진짜 결혼인 ‘체’하며 사랑도 하지 않는 남녀 연예인이 가상의 결혼 생활을 연기한다는 점에 있어 같다. 하지만 제작진에 의해 짜여진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뽀뽀나 포옹과 같은, 부부라면 누구나 가능한 ‘스킨십’과 ‘정서적 공유’라는 브랜드는 <우결>이 드라마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싱글 남녀 연예인이 서로에게 남편과 아내로 몰입하게끔 만드는 힘이 <우결>의 정서적 공유라는 측면이다.

 

하나 지금 오연서는 <우결>이 여태 고수해온 룰인 정서적 공유에 흠집을 내고 있다. 가상 남편인 이준과의 결혼 생활에 흠집을 내고 있는 건 현재 오연서가 실제로 연애를 하고 있기에 그렇다. <우결>은 출연 중엔 다른 이성과 교제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오연서는 <우결>의 이 암묵적인 관행을 교란하고 있다. 이준이 아닌 다른 이와 연애설에 휩싸이고 실제로도 데이트 현장이 포착되고 있는 중이다.

 

<우결> 제작진이 연애설에 휩싸인 오연서의 가상 결혼 생활을 지속적으로 방영하면 차후 <우결>은 시청자에게 연예인의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 있어 차질을 빚을 게 분명하다. 대본이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하지 않은 두 남녀 연예인이 가상 결혼 가운데서 겪는 미묘한 ‘정서적 공유’는 사라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결>이 이전 방영분과는 다른 밀도 높은 스킨십을 가상 부부로부터 연출한다 하더라도 <우결>은 결혼 판타지 예능이 아닌 ‘드라마’가 되고 말 것이다. 오연서 문제로 진퇴양란에 빠진 <우결>의 제작진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결혼의 판타지를 희생하더라도 오연서의 결혼 생활을 지속시킨다면 이는 더 이상 예전의 <우결>이 아닌 드라마가 되고 말 것이라는 <우결> 프로그램의 정체성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요즘이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