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1. 9. 11:15

뮤지컬 <완득이>의 첫 대사, 정말 ‘깨는’ 대사로 시작한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라는 기도문으로 시작하는 완득이의 대사는, 담임교사 동주가 죽이도록 미워서 부르는 외마디 절규다. 동주라는 이름을 부르되 ‘동주’도 아닌 ‘똥주’라고 부르는 것 역시 담임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기가 역겨워 변형시키는 별명 아니던가. 이런 완득이를 향해 똥주는 “얌마! 도완득”이라 소리치며 오늘도 쥐 잡듯 완득이를 타이르고 혼낸다.

 

   

하지만 완득을 향한 똥주의 거친 표현 속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욕설과 거친 소리가 난무하는, 완득을 향한 질책 뒤에는 똥주의 속사랑, 완득을 향한 속 깊은 사제애가 마뜨로쉬카(인형을 까면 속에 작은 인형이 있고, 작은 인형을 까면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인형이 여러 차례 담겨 있는 러시아 인형)처럼 겹겹이 쌓여있다. 세상 밖으로 움츠려 들려 하는 완득이를 끄집어내려하는 교사 ‘똥주’를 연기하는 서영주 배우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분장실에서 만나보았다.

 

뮤지컬을 맨 처음 하게 된 동기는?

 

“맨 처음에는 뮤지컬을 할 생각이 없었다. 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영화배우를 꿈꾸었다. 하지만 영화배우를 하기 위해 나 자신을 돌아보니 너무나도 연기를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떡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당시 최불암 선생님이 운영하던 현대예술극장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그 극단에서 4년 정도 연극을 했다. 당시 나이가 어렸음에도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촉망 받는 연기자가 될 수 있었다.

    

대학로에도 진출할 당시인 19991-92년 즈음에 에이콤이라는 뮤지컬 프로덕션이 국내에 생겼다. 월급도 주며 배우 트레이닝을 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뮤지컬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로 다른 장르, 이를테면 영화나 다른 장르에 눈 돌릴 시간이 나지 않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한 번 추진하면 끝을 보아야만 하는 성격 때문에, 뮤지컬을 시작한 마당에 ‘뭘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완득이> 중 똥주 캐릭터의 성격이 본인의 실제 성격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본인은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많이 비슷하다고들 한다. 예전에 뮤지컬 <둘리>에서 ‘고길동’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런데 주위 동료나 선후배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네 인생에서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배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한데 <완득이>의 똥주 역할도 고길동과 비슷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고길동은 둘리를 맨날 괴롭히다가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둘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똥주 역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갈등을 겪다가 교편의 꿈을 펼치려 학교에 부임하지만 자신의 꿈과 이상과는 멀어진다.

    

똥주가 겪는 현실과의 괴리가 본인과는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똥주는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본인이 자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똥주가 속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서영주는 다재다능한 배우다. <맨오브라만차>에서는 다정다감하면서 상냥한 역할과, 카리스마 넘치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 공연 안에서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배우이기에 그렇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으면 어떤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건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다양한 역할을 많이 맡다보니 전공 분야에 치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 전공 분야는 서정성이 짙은 ‘멜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혹은 <몽유도원도>의 베르테르 또는 도미 같은 감성적인 역할이 나에겐 맞다.

 

하나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다 보니 이런 역할에만 치중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서정성과 상반되는 역할 제의가 들어와도 주저하지 않고 맡아 왔고, 그러다보니 ‘서영주’ 하면 어떤 연기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겠지만, 제 연기의 이미지가 서정적인 이미지로 남지 않고 너무나도 넓어져버렸다.

 

    

이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그동안 다른 역할을 많이 맡아왔으니 이제는 본인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서정성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연기가 숙성되어간다고 느낄 대는 언제인가?

 

“이십 대나 삼십 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연습하기 위해 대본을 처음 읽을 때 풀리지 않는 상황에 처할 때에는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연기 내공이 쌓이면, 예전 같으면 표현하기 어렵다고 느끼던 부분이 나오더라도 한 번 읽고 연기로 표현되는 때가 있다.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한 번 읽어보고 딱 짚어내는 능력은 그간의 연습 혹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건데, 이럴 때 내 자신의 연기 내공이 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나 이제까지 맡아오지 않은 역할을 맡는다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과연 서영주가 저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역할이 있다. 이런 역할이 더 하고 싶어진다. 일종의 ‘청개구리 심뽀’다. 남들이 의심하는 역할에 도전해서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 한데 이것이 욕심으로만 끝나면 망한다. 이를 잘 소화해서 연기할 때 배우로서 느끼는 희열이 크다.

 

김윤석 씨를 예로 들어보자. 김윤석 씨가 <황해>나 <타짜>를 연기할 때 ‘나는 죽어도 저 역할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분장을 하고 살을 찌워도 김윤석 씨의 연기 맛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반면에, 김윤석 씨가 베르테르 같은 서정성 짙은 멜로 역을 맡는다면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배우로서 한계가 느껴지는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내게 있는 거 같다.”

 

(오마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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