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3. 1. 11. 10:06

영화 <타워>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다. 헬리콥터를 통해 인공 눈을 뿌리려다 헬리콥터가 난기류를 만나 추락하며 일어나는 화재는 엄연히 인재라 할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서부터 주목할 만한 인물은 타워스카이의 CEO 조사장 역을 연기하는 차인표다. 연기 인생 가운데 처음으로 악역을 맡는 차인표는 소방대장 강영기(설경구 분)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강영기가 한 사람의 인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애쓰는 데 반해 조사랑은 화재가 더 이상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방화벽을 가동해 타워스카이에 남아있는 화재 피해자들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는다. 인명을 살리는 것이 가치관의 우선순위가 아닌, 화재 차단과 같은 ‘성과 지상주의’에 전도된 캐릭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타워>가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이면서 동시에 ‘계급 담론’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관들이 상부의 지시로 간 곳은 화재 피해자들이 대피해있던 장소가 아니라 국회위원과 그의 마나님, 그리고 애견이다.

 

다른 화재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것보다 국회위원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순위가 되기에 발생하는 해프닝을 <타워>는 묘사하고 있다. 구출된 마나님과 국회위원은 다른 화재 피해자들보다 최우선으로 헬기로 이송되는 시퀸스를 보면 대한민국의 ‘브라만(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 고위계층인 성직자 계층)’은 정치 지도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국회위원의 애견은, 그의 주인님이 국회위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화재 생존자들의 생명보다 중요시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는 셈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대놓고 계급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제일 먼저 구조 받아야 하는 ‘계급’이 존재하고 있음을 <타워>는 비꼬고 있다.

 

  

<타워>는 계급에 대한 차가운 시선만 담는 영화가 아니다. 인생의 아이러니 또한 담는다. 이는 김 장로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이한위가 연기하는 김 장로는 본래 ‘가진 자’가 아니다. 로또에 당첨되어 타워스카이에 입주하는 입주자인지라, 타워스카이의 원래 입주자들은 김 장로를 업신여긴다. 마치 신라시대 ‘성골’과 ‘진골’의 넘을 수 없던 차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로또에 당첨되어 타워스카이에 입주한 김 장로는 결국 소방대원에게 구조되어 무사히 탈출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만일 김 장로가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타워스카이에 입주하는 일은 없었을 테고, 타워스카이에서 비극적으로 세상을 뜨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 호사다마라는 표현이 정확할 테다.

 

돈이 없었다면 생명을 보전했을 테지만, 도리어 돈이 생겨 타워스카이에 입주한 후 생명을 빼앗기는 호사다마라는 인생사의 아이러니를, 김지훈 감독은 재난 블록버스터 가운데서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