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3. 1. 12. 13:57

국방부가 제작하는 일련의 뮤지컬만 쫓아다녀도 아이돌 스타를 관람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2009년에는 강타와 양동근, 재희를, 그 이듬해에는 이준기와 주지훈을 선보인 국방부 뮤지컬은 올해 선보이는 <프라미스>를 통해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과 유인나의 연인 지현우, 김무열과 초신성의 윤학, 에이트의 이현 등 화려한 출연진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국방부에서 만든 뮤지컬이니 메시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무대 위에서 되새기는 게 모토이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방부표 뮤지컬’을 매번 다채롭게 만드는 건 연출보다는 여기에 출연하는 배우의 몫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주제의식이 매 공연마다 비슷비슷하기에, 이를 누가 요리하는가 하는 배우의 연기 내공 및 넘버의 소화력에 따라서 무대가 블링블링 해지느냐 아니면 죽을 쑤느냐 하는 문제가 갈리기 때문이다.

 

뮤지컬 <프라미스> 가운데서 일등 공신을 손꼽으라 하면 김무열을 손꼽게 된다. 그가 연기하는 강상진이라는 캐릭터가 팔색조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역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김무열 배우가 배역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능숙하게 소화하기 때문이다.

 

지현우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격렬한 동작으로 인해 넘버를 부를 때 배우의 호흡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하지만 김무열은 이 장면을 그간 무대에서 쌓아온 내공으로 탁월하게 처리한다. 흐트러지지 않는 호흡으로 넘버를 무난하게 소화함으로, 장면을 보지 않고 넘버만 듣는다면 정적인 자세에서 불렀다고 착각할 정도로 고른 넘버 실력을 뽐낸다.

 

감정선 처리에 있어서도 능숙하다. 김무열이 연기하는 강상진은, 군대에 복무 중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하면 군 입대 전 사연이 파란만장한 캐릭터다. 강상진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인민군에게 죽는 불상사도 당하는 인물이다.

    

고로 강상진을 연기할 때는 전장의 격렬함을 표현해야 하면서 동시에 부대 내에서 지현우가 연기하는 김지훈과도 대치 상황을 이끌어야 한다. 격렬한 마초 분위기를 물씬 끌어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강상진 개인사를 연기할 땐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슬픔을 무대 위로 극도로 끌어내야 한다.

 

감정의 폭발을 극한으로 이끌어내다가도 비통한 검정으로 금새 감정 전환을 해야만 하는데 김무열은 이러한 감정선 처리를 무대 위에서 능숙하게 소화한다. 마치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처럼, 김무열은 전투에는 능숙한 군인이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을 한시도 잊지 못하는 ‘순정마초’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한다.

 

  

이특은, 배우가 보이지 않는 2층 사이드석이나 1층 맨 뒤와 같은 시야장애가 나타나는 곳에서도 ‘귀’로 파악할 수 있다. 배우가 코딱지만큼 보이는 시야장애석은 쌍안경 없이는 배우의 얼굴을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특은 여러 배우들 가운데서 가녀린 미성으로 연기함으로 다른 배우들의 남성적 보이스에 비해 구분하기 쉽다.

 

연습실 공개 당시 취재진에게 “여리고 심성 고운 미스김이라는 캐릭터가 실제 성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이특의 발언은 무대 위에서 그가 연기하는 미스김을 보고 나니 빈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군대 이야기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고로 다정다감한 캐릭터가 없으면 분위기는 무겁고 가라앉기 쉬운 게 사실이다. 가라앉기 쉬운 무대 위 공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는 건 이특의 몫이었다. 자신의 누나를 ‘누나’라고 하지 않고 ‘언니’라 부르는 건 이특이 맡은 캐릭터가 여성적인 캐릭터라는 걸 보여준다.

 

웃어야 할 장면에서는 깔깔 소리내어 웃고, 슬픈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통곡하던 이가 이특이다. 인민군에게 둘러싸여 먹을 것이 없을 때엔 자기가 먹을 고구마를 부하에게 선뜻 내어기도 한다. 이특의 실제 성격과 극 중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기가 막힐 정도로 조화를 이룬다. 아마도 이특 때문에 유독 일본인 관객이 많았으리라.    

 

 

지현우가 연기하는 김지훈이라는 캐릭터는 <고지전>에서 조진웅이 연기하던 ‘유재호’, 혹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독일군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못해 부대원이 살해당하는 걸 지켜보아야만 했던 ‘업햄’과 매치한다. 업햄 혹은 유재호는 전장 속 불합리한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부하 혹은 동료를 죽음으로 내모는 이들이다. 마찬가지로 김지훈은 우유부단한 지휘로 부대원들을 위기에 빠뜨리기 일쑤인 무능한 상사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지현우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상사에서 책임을 질 줄 아는 상사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인민군의 공습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당황하기만 하던 지현우는 어느새 부하의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인민군을 칼 한 자루로 제압하는 군인으로 변해간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현우가 넘버를 소화하는 장면 중에는 계속 뒤를 돌아보고 연기하는 장면이 있어서 지현우의 표정 연기를 감상하지 못하는 장면이 두 군데나 있다는 점이다.

 

의외의 발견은 전일도 역을 연기하는 박선우였다. 넘버를 깔끔하게 소화하는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사실 알고 보면 90년대 ‘미스터 투’에서 활동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스터 투는 90년대 당시 연말 가요대전에서 십대 가수로도 선정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그룹이다.

    

아, 사실 그룹 미스터 투로 박선우를 소개하기 보다는 드라마 <보고싶다>로 소개하는 편이 더 낫겠다. <보고싶다>에서 성폭행범 역을 소름끼치게 연기한 이 배우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짧은 배역이지만 넘버를 맛깔나게 소화하고 있었다.

 

(사진: 랑/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