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1. 13. 11:11

뮤지컬 배우 가운데서 ‘선 굵은 배우’ 하면 제일 먼저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배우가 김법래다. 자연친화적(?)인 굵은 베이스 톤 목소리의 소유자가 김법래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면이 발견된다. 굵은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코믹 연기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군의 재능을 갖고 있지 않는가. <삼총사><잭더리퍼> 등의 공연에서 굵은 목소리의 아우라를 통해 ‘김법래 팬덤(Fandom)’을 형성하고 있는 배우 김법래를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나보았다.

 

 

 

지금 무대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캐치미이프유캔>은 초연이 아닌 리바이벌 공연이다. 초연에 비해 부담감이 덜하지 않는가?

 

“초연에 비해 부담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뮤지컬의 팬은 정해져 있다. 뮤지컬을 한 번만 관람하는 게 아니라 보았던 작품을 다시 보러 온다. 초연에 비해 좀 더 발전된 연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면 관객이 싫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초연에 비해 부담감이 덜하다고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도리어 관객 평을 보면 ‘왜 재연 때 (연기를) 바꾸었나’ 할 수도 있다.”

 

<캐치미이프유캔>은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무비컬이다. 영화가 원작이다 보니 다른 뮤지컬에 비해 영화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영화가 먼저 나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제 역할이 탐 행크스가 맡았던 역할이다 보니 연기에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한데 다행인 건, 관객 분들이 생각보다 원작 영화를 많이 모른다는 점이다. 십 년 전의 영화다보니 원작 영화와 비교하는 관객이 많지 않다.

 

영화로 나왔다는 건 아는데 못 본 분들이 많아서 뮤지컬을 보시고 영화를 찾는 관객도 꽤 많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뮤지컬이 먼저고 영화가 나중이 되는 셈이다. 다행인 건, 영화와 비교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사를 넘버로 대체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원작 영화와 비교하는 관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배우 김법래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인 프랭크를 뒤쫓는 해너티 요원이다. 해너티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는지가 궁금했다.

 

“이 부분은 탐 행크스의 연기에 착안해서 연기하고 있다. 약간 고지식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블 캐스팅인 후배 이건명은 연기의 색깔이 저와는 다르다. 나이도 젊은 해너티의 색깔을 건명이 스스로 만들어서 연기하고 있다.

 

해너티가 뒤쫓는 주인공 프랭크가 극 중에서는 십대다. 제가 영화를 보았을 때엔 해너티가 요원이 아니라 청소년인 프랭크를 돌보는, 약간 아버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명이는 솔로지만 저는 올해 열여섯 되는 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마음이 많이 든다.

 

엄기준 배우는 서른 아홉이지만(참고로 엄기준은 이번 공연에서 해너티가 뒤쫓는 십대인 프랭크를 연기한다) 프랭크를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연기하고 싶다. 형사로 범인을 쫓는 입장이지만 범인이 십대다보니 푸근하게 품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처음에는 프랭크를 집요하게 쫓기는 하지만 나중에 범인이 청소년이란 걸 알고는 ‘프랭크를 범죄로부터 구해야겠다’는 느낌이 살도록 연기하고 있다.”    

 

 

연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일단 연기를 ‘막 한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정하지 않고 여러 연기를 한다. 하다 보면 연기의 큰 그림이 생긴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연기를 보는 연출님이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고 코멘트를 하면, 연기에 대한 생각이 연출님과 맞지 않더라도 일단은 해 본다. 해 보면 다 맞진 않더라도 건질 게 있다. 심지어는 다 맞는 경우도 있다.

 

“일단 연기를 해보고 나서 떠오르는 게 있으면 그것을 토대로 연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대본만 보고는 대본이 내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 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대본만 보고 ‘이 부분은 이렇게 연기해야 겠다’고 계산하고, 막 적고 이랬는데 지금은 하다 보니 몸으로 움직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일단 입으로 대사를 말하고 몸으로 움직여야만 뭔가가 생기는 것 같다.”

 

특별하게 어려운 역할이 있었는가?

 

“<노르트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가 기억에 남는다. 연기를 위해 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려야 헸고, 음역대도 제 음역으로서는 최고 음역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런데 최고 음역의 노래가 넘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장면마다 있었다.

 

그래서 매 공연마다 두 시간씩 목을 풀고 무대에 올라야만 했다. 그래서 한 번 공연을 할 때마다 두 번 공연한 것처럼, 두 번 공연할 때마다 네 번 공연한 것 같았다. 항상 초긴장 상태에서 ‘삑사리’, 음을 벗어날까 무척 고심하며 공연을 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팬들이 알아서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팬들이 제가 성악을 전공했다는 걸 다 아셨는데 지금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데 성악을 전공했다는 걸 모르시는 게 저로서는 더 좋다. 뮤지컬이라고 해서 노래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할에 따라 목소리도 바뀌고 발성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똑같이 노래한다면 배우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캐치미이프유캔>은 재즈가 많다. 한데 재즈를 성악 발성으로 부르면 정말 이상한 노래가 되지 않겠는가.”

    

 

요즘 히트 중인 <레미제라블>도 <캐치미이프유캔>의 해너티와 비슷한 인물이 니온다. 자베르 경감이다. 헤너티는 프랭크를 쫓고, 자베르는 장발장을 쫓는다. 해너티를 자베르와 비교한다면?

 

“자베르는 하고 싶던 역할이다. 자베르는 어머니가 범죄자라 교도소에서 태어나고 교도소에서 자랐다. 교도관과 범죄자들 틈바구니에서만 살다보니 ‘범죄는 무조건 나쁜 것, 범죄는 무조건 처벌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장발장이 아무리 착하게 변해도 ‘범죄자는 끝까지 나쁘게 마련이다’라는 선입견을 갖고 장발장을 마지막까지 추격하지 않는가.

 

반면 해너티는 인간적이면서 고지식한 사람이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자식이 없는,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다. 해너티는 범죄자인 프랭크가 청소년이라 좀 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다. 인간적인 면을 갖느냐 아니면 인간적이지 않느냐가 해너티와 자베르의 차이를 구분짓는다고 할 수 있다.

 

장발장이 자베르를 살려주고 나서 자베르가 왜 자살을 하겠는가. 자기가 알고 있던 올바른 길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자베르가 깨닫고는 자살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알고 있던 악마(장발장)가 나를 왜 살려줘? 이제 난 끝났어’ 하는 충격에 빠지고는 자살해버리는 게 자베르다.”

 

김법래 배우의 인터뷰 답변을 요약하면, 해너티와 자베르의 차이는 인간적이냐 인간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의 차이도 해너티와 자베르의 관점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베르는 ‘한 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는,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고정된 시선을 갖고 있다. 반면에 해너티는 인간은 얼마든지 교정이 가능하다고 보는, 인간이 변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인간이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김법래 배우의 생각이 궁금했다. 

 

“제 자신부터가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지금도 센 역을 맡이 하지만 예전에는 실제 성격이 굉장히 강했다. 성격이 강하다보니 후배들이 많이 무서워하기도 하고 선배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사고도 많이 쳤다.

 

계속 그렇게 강했다면 아마도 뮤지컬계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좀 이르다 할 정도로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일찍 꾸렸는데, 아내를 통해 실제 제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아내를 통해 제가 변한 것만 보더라도, 사람은 변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웃음).”

 

(사진: 엠뮤지컬/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