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3. 1. 14. 09:31

뮤지컬 가운데서 ‘복고’로 분류될 수 있는 뮤지컬은 <그리스>와 오늘 소개하는 <락 오브 에이지>를 손꼽을 수 있다. 80년대를 주름잡던 록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는 복고 정서를 록 음악으로 경쾌하게 감상코자 하는 이에게는 진수성찬과도 같은 공연이다.

 

   

또한 <락 오브 에이지>는, 복고라는 트렌드 외에도 <맘마미아!>와 한 핏줄을 나누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맘마미아!>는 기존의 뮤지컬 공식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아니다. 통상의 뮤지컬은 이야기라는 뼈대가 먼저 만들어진 뒤에야 곡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맘마미아!>는 다르다. 아바의 히트곡을 먼저 모은 다음에야 이야기가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이야기가 먼저고 노래가 나중인 통상의 뮤지컬에 비해, 노래가 먼저고 이야기는 그 다음에야 나온다. 마찬가지로 <락 오브 에이지> 역시 록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선정한 다음에야 이야기가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캐릭터와 노래의 사연을 알면 더욱 맛깔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몇몇 사례만 예로 들어보자. 김원준이 연기하는 잭스는 그룹 ‘머틀리 크루’를 연상케 만든다. 잭스라는 캐릭터를 머틀리 크루의 멤버로 대입하면 뮤지컬 속 잭스(Jaxx)는 머틀리 크루의 ‘니키 식스(Sixx)’와 철자가 더블 엑스(xx)로 겹친다.

 

2막의 문을 여는 ‘유럽’의 넘버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The Final Countdown)’은 챌린저호 참사를 기리는 노래다. 1986년 당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 만에 공중에서 산화한 7명의 승무원을 기리는 노래가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이란 걸 알면 넘버의 의미가 더욱 뜻 깊을 것이다.

 

<락 오브 에이지>의 정체성을 넘버 하나로 손꼽으라 하면 1막의 넘버인 스타십의 ‘위 빌트 디스 시티(We Built this City)’로 압축할 수 있다. 로큰롤 위에 도시를 지었다는 가사 '위 빌트 디스 시티 온 락 앤 롤(We Built this City on Rock and Roll)'은 뮤지컬 속 주인공의 아지트 ‘더 버번’의 정체성이자 동시에 <락 오브 에이지>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넘버이기도 하다.

 

‘록이여 영원하라!’는 <락 오브 에이지>의 정체성을 도서와 연관시켜 보면, 새디어스 러셀이 쓴 <불한당들의 미국사>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선셋 스트립을 철거하려는 도시개발자 허츠가 ‘개발 지상주의’에 전도된 인물이라면, 허츠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 이를테면 허츠의 아들 프란츠와 ‘더 버번’의 주인 데니스는 개발 지상주의자 허츠에 맞서는 '록(Rock)비어천가'의 수호자들이다.

 

  

허츠가 로큰롤을 없어도 무방한, <불한당들의 미국사>가 일컫는 것처럼 주류 규범에서 일탈한 하위문화로 규정한다면, 그의 아들인 프란츠 및 데니스는 록을 통해 정신적 도파민을 창조하는 새로운 가치관의 창조자로 바라볼 수 있다. 아버지 허츠와 아들 프란츠의 대립은, 개발 지상주의자인 아버지와는 가치관이 다른 아들이 아버지의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아버지에 대항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야기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개발 지상주의자인 허츠와 이에 맞서는 아들 프란츠와 더 버번의 주인 데니스의 투쟁기, 에고이스트의 극치를 달리는 스테이시 잭스의 방종기, 주인공인 드류와 쉐리의 사랑 이야기다.

 

이 가운데서 드류와 쉐리의 이야기는 ‘몸에 안 맞는 옷’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아도 매치가 가능하다. 망나니 스테이시 잭스가 쉐리를 건드렸다고 오해한 드류는 쉐리와 헤어지고 클럽 ‘더 버번’을 떠나게 된다.

 

클럽을 떠난 드류는 댄스 그룹 멤버가 되고, 쉐리는 스트립걸이 되지만 이들에게 스트립 바와 댄스 그룹 멤버라는, 몸에 안 맞는 옷이 맞을 턱이 있겠는가. 록으로 사랑을 꽃피운 드류와 쉐리는 록으로 다시금 재결합한다는 <락 오브 에이지>의 이야기 속에는,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었을 때처럼 이들이 록을 떠났을 때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언밸런스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은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