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2. 5. 12:09

신문 영화 기사에도 종종 이름이 거론될 만큼 유명한 영화평론가가 필자 주변에 있다. 그런데 이 영화평론가는 어느 뮤지컬 배우의 열렬한 팬이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차지연 배우다. 차지연의 공연을 단 한 번 보고는 그 즉시 매료되어 팬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평론가는 차지연 캐스팅이라면 무조건 발 벗고 티케팅을 한다. 영화평론가도 매료시킬 만큼의 팬심을 확보한 배우가 차지연이다.

 

 

차지연이라는 이름은 뮤지컬계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 아니다. ‘임재범의 그녀’로 불후의 명곡을 통해 감성적인 노래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뮤지컬 <아이다>에서 주인공 아이다를 연기하는 차지연을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보았다.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디딘 게 <라이온 킹>을 통해서다. 2006년 당시 일본 극단 사계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하다.

 

“2006년에 뮤지컬 <라이온 킹>을 공연해야 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사람으로 캐스팅된 공연을 올리고 싶은데 일본 극단 사계의 배우만으로는 캐스팅이 모자랐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한국 배우를 뽑게 되었다. 오디션으로 뽑히고 일본에서 연수를 받은 후 한국에서 공연한 게 뮤지컬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계기다.”

 

‘운명’처럼 느껴지는 공연이 있다고들 한다. <아이다>는 차지연의 손을 떠났던 공연이다. 하지만 어느 샌가 차지연의 품에는 다시금 <아이다>가 들어와 있었다. 비록 이 작품은 내 손을 떠났을지라도 언젠가는 다시금 배역을 맡고야 마는, 운명처럼 꼭 맡아야 하는 공연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동의하는가.

 

“처음엔 몰랐지만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선배들이 이런 말을 많이들 한다. ‘작품은 운명이다. 네가 아무리 잡고 싶어도 네 것이 아니면 가는 작품이 있다. 반면에 아무리 밀어내도 끝까지 쫓아다니는 작품이 있다’

 

당시 저는 얼마 안 되었으니(신인 시절) ‘그런가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 말이 맞더라. 그 작품의 배역을 진짜 맡고 싶어서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한 작품은 다 떨어졌다(웃음). 반면에 이력서도 내지 않던 작품이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작품은 어떻게든 맡더라. 신기하다.”

 

같은 배역을 맡고 있는 소냐의 장점은 무엇인가?(참고로 아이다 역은 차지연과 소냐가 더블캐스팅을 맡고 있다)

 

“제가 학창 시절 때부터 무대에 섰던 언니다. 언니의 데뷔작을 예술의 전당에서 본 적이 있다. 소냐 언니를 보면서 ‘노래 참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돌고 돌아서 이렇게 언니와 같이 공연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연습할 때나 무대에 섰을 때 언니의 모습을 보면 노래를 너무나도 잘 해서 부럽다. 언니만의 장점인, 풍부한 성량이나 매력적인 보이스를 언니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소냐 언니가 그 점만은 알아두셨음 한다.”

 

 

 

팬들에게 폭넓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궁금하다.

 

“여자 팬들이 많은 걸로 안다. 제가 털털하고 선머슴 같아서 그런가(웃음). 여배우라면 신비롭고 우아한 면이 있어야 하는데, 무대에 내려와서도 여성스럽게 처신하는 게 천성적으로 적성에 맞지 않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이 저를 롤 모델 삼아 연습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제게 ‘팬이에요’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분들의 70%는 뮤지컬 배우가 꿈인 팬이다.

 

저는 그분들에게 해드린 것도 없고 부족한 사람인데, 어떤 때에는 감정이 격앙되는지 제 손을 잡고 울기까지 한다. ‘저는 언니 같은 배우가 될 거에요’라고 말하며 울고... 이런 팬들의 관심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좋으면서도 제게 따른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SNS로 늘 아낌없이 응원해 주거나, 팬의 자녀가 중학생 갈 나이가 될 때까지 한결같이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걸 보면 감사할 따름이다.

 

‘나라면 한 배우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정도로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다. 팬들의 사랑이 내게는 큰 힘이 된다. ‘언니, 저 공연 보러 왔어요’하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힘을 받아서, 무대에 설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다. 내 편을 들어주는 팬이 어딘가에 앉아 있다는 생각 덕이다.”

 

최근 차지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비극에 강하다는 점이다. <서편제>나 <아이다> 등 최근의 출연작이 죄다 비극이다. 왜 유독 비극에만 출연하는가?

 

“저라고 재미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재미있는 작품은 한 번도 안 불러 주시더라(웃음). 어떤 대표님은 제게 이렇게 이야기한 적도 있다. ‘네 목소리에는 눈물이 담겨있다’ 아프고, 버림당하고, 배신당하고, 죽고...

 

이런 역만 자꾸 하게 되는데 자꾸 그런 역만 전문으로 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비극의 주인공을 맡는 게 나쁘진 않다. 진을 다 뺄 수 있어서일까. 마음이나 감정을 청소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팬들의 지대한 사랑을 받는다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게 되는가.

 

“5월부터 앨범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음악의 색깔을 정할 때도 돈이 우선인가, 음악성을 추구하느냐 하는 고민이 많았다. 작년에 <불후의 명곡> 처음 녹화할 때도 그랬지만 시간이 갈수록 방송이건 뮤지컬 무대이건 노래를 한다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데뷔 후 몇 년까지는 느끼는 대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팬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이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만큼 부담감도 커지게 되더라. 그래서 아이다 역이 정말로 힘들었다. 무대에서 하던 대로 노래하면 되었을 텐데 ‘해내야 한다’는 이 다섯 글자에 완전히 갇히게 되더라.

 

그래서 공연을 시작한 후 한 달 동안 부담감이 너무나도 커서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과 아주 치열하게 싸웠다. 사람들에게 이목을 받고 주목을 받고자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 ‘잠깐 멈춰, 정말 네가 세인의 시선을 집중 받는 걸 원해서인지, 네가 무엇 때문에 나아가려 하는지를 생각해보자’고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생각해보았다.

 

결국에는 인기를 위한 길을 걷는 게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좋아서, 정말로 행복할 수 있어서, 나랑 잘 맞는 걸 택해서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 훨씬 향기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한데 ‘해내야 한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동생과 치킨을 먹으며 ‘앨범이 어떻고 방송이 어쩌고..’하며 속상해할 때 동생이 한 마디 하더라. ‘언니가 참 딱해’ ‘왜?’ ‘언니는 왜 꼭 일등만 되려고 해? 왜 언니는 항상 슈퍼우먼이라고만 생각하는 거야?’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국악을 시작한 게 세 살 옹알이 때부터인지라 신동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며 자라왔다. 초등학생 때는 국악 타악기 전국대회에서 4회 연속 대상도 받았다(여자 타악 주자 중 4회 연속 대상을 받은 기록은 차지연 이후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부터 잘 하는 모습이 당연시되더라.

 

‘나는 항상 잘 되어야만 하고, 일등이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자리 잡았나 보다. 일등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 같다. 동생의 말에 충격을 받고는 ‘어 그래, 내가 왜 그렇게 살려고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등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런 후에야 편안해지게 되었다.”

 

국악 뮤지컬 <서편제>를 공연할 때에도 지금의 <아이다>와 같은 부담감이 있지 않았나?

 

“<서편제> 때도 힘들었다. 저는 뮤지컬 배우인데 작품 속에 판소리가 너무 많은 거다. 국악 집안에서 크기는 했지만 판소리를 전공하지는 않았다. 답답하고 허우적대며 힘들어할 때 제일 고마운 사람이 당시 같이 공연했던 이자람 언니다. 너무나도 많은 걸 아낌없이 주더라.

 

‘노래를 소리로만 하려고 하지 마. 너는 감정이 풍부하니 네가 느끼는 것을 자연스럽게 노래하듯이 소리로 풀어내면 돼’ 자람 언니랑 단 둘이 있던 골방에서 보낸 30분이 보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공연할 때 목이나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굉장히 많은 걸 안겨준 작품이다.”

 

<아이다>를 찾는 관객에게 관람 포인트를 설명해 달라.

 

“화려한 볼거리가 풍부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다와 아이다의 연인 라다메스가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장면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사랑과 희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뮤지컬이다.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사랑을 하며 마지막 선택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 무얼까 생각하게 만든다. 이들 두 남녀의 뜨거운 사랑에 주목하며 관람하면 어떨까 싶다.”

 

(사진: 신시컴퍼니/오마이스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