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2. 13. 09:11

예능에서 상대방을 믿는 것만큼 순진하면서도 위험한 발상은 없을 것 같다. 가령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위기에 처하면 멤버들에게 자신이 결백하다고, 혹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신뢰를 호소한다. 이는 그만큼 멤버들에게 노홀철이 배신 또는 협작의 아이콘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영된 <런닝맨> ‘스파이 잠입 대작전’ 역시 배우팀과 가수팀으로 나뉜 두 팀 사이에 숨은 스파이가 의심 받지 않고 상대방의 정보를 얼마만큼 기민하게 빼내는가에 두 팀의 승패가 좌우되는 미션이었다. 이날의 게스트로 포미닛의 현아만 미션에 참여했다면 팀 안에 스며들어간 스파이를 색출하는 통상적인 속임수 미션이었을 테지만, 현아 이외의 다른 두 게스트에 의해 통상적인 속임수 미션과는 다른 성격의 예능이 부여된다.

 

어느 순간인지부터인지는 몰라도 예능이 개봉예정작의 홍보장이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날 현아 외의 게스트로 황정민과 박성웅이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이 두 배우는 21일 개봉 예정인 <신세계>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그렇다면 이번 런닝맨은 개봉예정작 <신세계>와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신세계>가 어떤 영화인가. 국내 굴지의 조폭 기업 안에 경찰청이 심어놓은 이자성(이정재 분)이 잠입 수사를 하는 한국형 느와르 영화 아니던가. 경찰의 첩자가 조폭 기업의 정보를 캐내야만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정체성의 아이러니에 관한 영화가 <신세계>다.

 

  

요즈음 <런닝맨>은 게스트의 개성과 맞아떨어지는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가령 추성훈과 이시영의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격투기와 권투라는, 격투기 스포츠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런닝맨> 제작진은 이런 두 게스트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시영을 개봉영화작의 여주인공으로 아이콘화 하는 게 아니라 권투 여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이시영에 대한 시청자의 호감을 급상승시켰다.

 

이번에 시도된 <런닝맨> ‘스파이 잠입 대작전’은 황정민과 박성웅의 공통분모, 즉 개봉예정작인 <신세계>의 세계관인 의심 받는 정체성이라는 컨셉으로 예능을 이끈 사례라 볼 수 있다. 배우팀의 스파이였던 개리는 대번에 의심받아 이름표가 떼이지만 그 반면 송지효는 황정민과 박성웅이 같이 영화를 찍었다는 점 하나 때문에, 설마 여자가 스파이일까 하는 순진한 발상 덕분에 한 번도 의심받지 않고 김종국에게 배우팀의 정보를 고스란히 넘겨주어도 의심받지 않는다.

 

배우팀의 유재석과 이광수가 같은 편인 황정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스파이로 의심되는 점 역시 <신세계>의 초반부와 궤를 같이 한다. <신세계>의 초반부 장면은 골드문의 조폭들이 어느 한 남자를 심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경찰의 프락치라는 의심을 받아서 남자는 심한 고문을 받는다. 자기 집단의 조직원조차, 누군지 모를 경찰의 프락치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아니된다.

 

 

<런닝맨>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기 편 멤버를 믿어야 하건만 가수팀에서 심어놓은 스파이가 누구인지를 몰라 유재석과 이광수가 의심받았던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상 볼 수 있는, 누군가를 속이거나 속는 컨셉의 예능은 황정민과 박성웅이라는 두 게스트로 말미암아 외연을 확장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확장된 외연은 영화 <신세계> 가운데서 누군가가 스파이를 심어놓았을지 모른다는 자기 집단의 정체성에 관한 끊임없는 의심을 환기케 만들어주었다. 게스트가 누구냐에 의해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바가 영화와 연관되는 사례가 <런닝맨> ‘스파이 잠입 대작전’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게스트 현아의 활용법은 황정민과 박성웅의 게스트 활용과는 이격이 발생하는, 물과 기름 같이 어울리지 않는 컨셉의 게스트 활용법이라 분석할 수 있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