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3. 3. 29. 11:02

이번엔 ‘영혼 침략자’다. 그간 지구를 침략해온 외계인이 백이면 백, 호전적이고 파괴적으로 인간을 공격했다면 이번에 인간을 공략하는 외계 생명체는 인간의 영혼을 공략한다. 실제로 벌어지는 사례 한 가지를 들어보자. 쥐라면 고양이를 무서워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쥐가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쥐는 더 이상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쥐의 육체는 그대로지만 톡소플라스마가 쥐의 육체를 지배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외계 생명체 ‘소울’에게 공략당하면 그의 육체는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소울이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간 인간의 육체는 소울에게 지배당하고 소울의 맘대로 움직이는 육체가 된다. 그런데 이 소울, 인간의 호전적인 본성을 순화하는 특성이 있다.

 

상대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총기류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무력을 무마하는 최루액과 같은 호신용 스프레이가 이들의 대응 수단이다. 소울이 지배하는 인간의 육체는 전쟁과 폭력과 같은 물리적인 폭력으로부터 해방될 수는 있다.

 

외계 생명체에게 지배당하는 육체라는 개념은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전에 이미 <히든>과 같은 영화를 통해서도 관찰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스트>를 철학의 개념으로 조망하면 플라톤의 이원론에 빚지는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배제한다 하더라도 영혼과 육체는 하나가 아니라 서로 떨어진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호스트>는 시사하고 있다. 영혼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육체를 조종할 수 있어서다.

 

<호스트>의 히로인 멜라니의 육체를 지배한 외계 생명체 완다는 선한 소울이다. 멜라니의 영혼을 완전히 잠식하지 않고 멜라니의 영혼과 ‘공존’을 시도한다. 적과의 동침 같아 보이면서도, 처음에는 완다가 멜라니의 영혼과, 멜라니의 영혼이 완다와 적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진전한다.

 

  

영혼이 두 개인 탓에 좋아하는 사람도 두 명이나 생기게 된다. 원래 멜라니는 제라드와 연인이었다. 하지만 멜라니의 몸속에 있는 소울 완다는 이안이라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겉으로 보면 멜라니는 한꺼번에 두 남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는 존 쿠삭이 주연한 <아이덴티티>의 11개 인격, 다중인격이라는 설정과도 일정 부분 맞아떨어지는 설정이다.

 

인간의 호전성을 거세하는 외계 생명체라는 설정은 비록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전쟁과 파괴의 본성이라는 불완전한 혹은 악한 본성을 타고 나더라도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교화, 즉 소울처럼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을 억제할 수 있는 교화가 필요한지, 아니면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과 같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가를 묻는다.

 

교화를 위해 자율성을 버리느냐, 아니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질문이다. 달달한 당의정을 입힌 할리퀸 로맨스 SF물 가운데에는 이러한 질문이 녹아내리고 있다. 불완전한 자율성이냐, 불완전함을 탈색하기 위해 자율을 구속하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미디어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