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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3. 4. 5. 11:59

3M사의 직원 중 하나가 잘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를 만들어야 하건만, 개발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정반대로 잘 떨어지는 접착제를 개발한다. 기존의 발상으로만 바라보면 이 접착제는 분명 실패작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서 프라이는 잘 떨어지는 이 접착제를 실패작으로만 보지 않았다.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포스트잇으로 개발함으로 AP 통신이 선정한 20세기의 10대 히트 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만일 잘 떨어지는 접착제를 실패작으로만 바라보았다면,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면 아마 포스트잇의 발명은 뒤로 미뤄졌을 것이 분명하다. 실패작을 실패작으로만 생각하지 않은 포스트잇의 발명과도 같은 발상의 전환이 일련의 영화와 드라마 가운데서 나타나고 있다.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천적인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생충 덕에 약자가 강자가 되는 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약자는 강자를 두려워하고 강자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게끔 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리다. 한데 강자가 약자의 눈치를 보거나 약자가 강자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찾아보면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손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흑인은 ‘니그로’도 아닌 ‘니거’로 불리운다. 흑인을 얕잡아 부르는 것도 모자라 흑인을 동물이나 재산으로 취급하는 노예제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기 때문에 흑인을 저열한 용어로 부른다.

 

흑인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던 시절에 흑인이 백인 농장에서 버젓이 말을 타고 행차한다거나, 혹은 백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신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흑인 주인공 장고(제이미 폭스 분)는 이를 모두 성취하는 자유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수자가 된다.

 

아직 노예로 남아 있는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총을 잡되, 장고의 먹잇감이 되는 건 노예제의 강자로 남아있는 백인이다. 백인 악당을 향해 노예 출신 흑인 총잡이가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건 블랙스플로이테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약자가 강자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발상의 전환이 먹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약자가 강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발상의 전환은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뿐만 아니라 드라마 가운데서도 찾을 수 있다. 드라마 <직장의 신>이다. 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약자로 자리한다. 정규직은 임의로 해고되지 않는 안전장치가 있는 반면에, 임시직은 정규직 혹은 사내 임원의 눈 밖에 나면 계약 연장, 혹은 계약이 만료되기도 전에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하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약자다.

 

당연히 계약직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거나 혹은 정규직보다 더 많은 업무를 맡더라도 정규직이 받는 수당을 받지 못한다. 경제 원칙이라는 정글 아래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정규직과 계약직을 강자와 약자로 분류도록 만든다.

 

장규직(오지호 분)이 정주리를 향해 "식구처럼 지내자고 했지 누가 진짜 우리 집 식구라고 했어? 내가 왜 계약직들한테 언니라고 부르는지 모르나봐. 식당 이모, 지나가는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랑 똑같아. 난 우리 집에서 허드렛일 하는 뜨내기들한테 이름 부르는 것도 아까워"라고 독설을 날린다는 건 누가 강자고 누가 약자인가를 확연히 구분하도록 만드는 독설임에 분명하다.

 

<직장의 신>은 이러한 정규직 아래 놓인 비정규직의 비애를 한 방에 뒤집는다. 계약직이 정규직 임원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한다든가 한창 업무 중에 칼 퇴근, 혹은 점심식사를 위해 업무 중 자리를 뜬다는 건 현실에선 실현 불가능 제로에 가까운 만용이다.

 

하지만 미스김(김혜수 분)은 이 모든 것을 과감하게 실천하되 상사의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는다. 심지어는 장규직을 향해 “계약직에 기대 기둥서방질을 한다”며 차가운 독설을 날리기까지 한다. 현실의 정규직과 계약직의 관계와는 정반대로 계약직에게 정규직이 당하는 시추에이션을 매 회 방영분마다 볼 수 있다. 계약직이 정규직에게, 흑인이 백인 악당에게 더이상 ‘을’로 남기를 거부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발상의 전환을 하나 더 살펴보자. 영화 <로마 위드 러브> 속 오페라 감독 제리(우디 앨런 분)는 장의사를 직업으로 둔 사돈 지아칼리오(파비오 아르밀리아토 분)에게 기막힌 재능을 발견한다. 그건 바로 지아칼리오의 오페라 실력이다. 샤워하며 부르는 오페라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돈,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실전 오디션에는 쥐약이라는 점이다. 샤워할 때엔 오페라를 기막히게 부르지만 막상 오디션 현장에선 자기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때 제리는 사돈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 그건 바로 사돈을 ‘샤워하는 오페라 가수’로 만드는 것. 오페라 공연장에 즉석 샤워장을 만들고는 그 안에 지아칼리오가 들어가 오페라를 부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눅 들지 않고 오페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 사돈의 오페라를 향한 꿈을 기죽이지 않고 북돋을 절호의 기회 아니겠는가. 사돈 지아칼리오를 향한 제리의 계획은, 오페라 공연장에 임시 샤워장을 설치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돈의 기를 살린다는 ‘사돈의 꿈은 이루어진다’ 프로젝트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직장의 신>, <로마 위드 러브>를 하나로 묶는 공통분모는 발상의 전환이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직장의 신>이 약자와 강자의 지위가 역전되는 발상의 전환이라면 <로마 위드 러브>는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오페라와 샤워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합칠 때 잊혀진 사돈의 꿈을 충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오마이스타)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