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4. 10. 10:42

브래드 피드 주연의 개봉예정작 <월드 워 Z> 혹은 드라마 <세계의 끝>을 패러디한 것일까. 이번 <런닝맨>의 컨셉인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구를 구하라’ 편은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웃음을 잃어가는 세계를 구하기 위한 런닝맨 멤버들의 활약을 그린 미션이다.

 

  

기존의 <런닝맨> 포맷 같았다면 멤버들의 경쟁을 뿌리치거나 경쟁 멤버의 이름표를 떼어가며 최종적으로 백신을 찾는 멤버가 우승하는 방식의 포맷으로 미션이 구성되었을 터. 그런데 <런닝맨>은 기존의 포맷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다. 첩보전과 <유주얼 서스펙트>의 그 유명한 ‘카이저 소제’와 같은 반전 요소를 가미함으로 말이다.

 

이날 <런닝맨> 멤버들은 두 가지 요소 때문에 고심해야 했다. 하니는 멤버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보안요원의 눈을 피해 웃음 백신을 찾아야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멤버들이 차례로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건이다.

 

첫 번째 방해물이야 통상적인 <런닝맨>의 포맷에서 찾을 수 있는 일이라지만, 멤버들을 차례로, 그것도 능력자 김종국조차 몰래 감염시킬 만큼 가공할 경쟁자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일 멤버들이 몰래 분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첩자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백신 바이러스를 찾기는커녕 몰살당할 것을 분명할 터. 멤버들에게 몰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첩자를 찾는 것이 웃음 백신을 찾는 것보다 급선무였다.

 

영화 <킬링 소프틀리>에는 누군가가 도박장에서 거액의 돈을 강탈하는 사건이 터진다. 이 때 도박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키(레이 리오타 분)을 의심한다. 예전에 그가 도박장을 턴 전적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에 강도를 벌인 건 마키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마키를 의심 인물로 만들기 위해 계획한 강도 사건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런낭맨>에서는 김종국과 지석진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맨 처음에 멤버들은 하나같이 유재석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전에 유재석이 유임스 본드가 되어 불꽃같은 화려한 전적을 벌인 적이 있어서다.

 

송지효가 다시는 유재석에게 지난날의 봉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 예전의 유임스 본드가 활약한 동영상을 되돌려 보았다고 하하에게 고백할 정도로 유재석은 의심 백배 받을만한 인물이었다. 하하건 송지효건 개리건 모두 하나같이 유재석을 유임스 본드로 생각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의심대로 유재석은 유임스 본드가 맞았다. 하지만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광수를 한 번 더 확인 사살하는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유임스 본드의 본래 임무는 멤버들을 차례로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되레 분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멤버를 극비리에 색출하여 제거하는 것이 유임스 본드의 임무였다.

 

그렇다면 능력자 김종국의 이름표에 녹색 물감을 쏜 유임스 본드를 사칭하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처음에 유임스 본드 유재석은 하하를 의심했다. 하하가 아웃된 멤버들 모두를 본 멤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재석이 의심하던 하하는 녹색 물감에 아웃되고 말았다. 진범이 아웃될 리는 없는 터, 그렇다면 진범은 과연 누굴까.

 

 

여기서 예전에 <런닝맨>을 시청한 시청자였다면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3월에 황정민과 박성웅이 <런닝맨>에 게스트로 초대받은 적이 있다. 이 때 각 팀에는 첩자가 숨어있었다. 이 때 황정민은 진짜 첩자로 활약하던 송지효를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광수를 의심하고 있었다. 송지효의 연기력이 황정민으로 하여금 의심 받지 않고 첩자 연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황정민의 출연분을 기억하고 있던 시청자라면 하하가 진범이 아니라 개리 혹은 송지효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고 있었을 것이고, 만일 이런 시청자가 있었다면 그의 예감은 50% 적중한 게 맞다. 유임스 본드를 사칭하는 카이저 소제는 바로 송지효였다. 멤버들의 이름표에 몰래 녹색 물감을 쏘지 않으면 제작진으로부터 아웃당할 위기에 처한 송지효는 제작진의 협박에 본의 아니게 카이저 소제가 되었다.

 

다행히 유임스 본드는 개리-송지효가 한 편이 되어 자신을 아웃시킨 전례를 떠올려 송지효의 정체를 간파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송지효의 이름표에 녹색 물감을 뿌려 분노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가 있었다.

 

이번 <런닝맨>의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구를 구하라’ 편은 유재석이 유느님, 유르스 윌리스에 이어 유임스 본드라는 아이콘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방영분이었다. 동시에 송지효가 <무한도전>의 노홍철 마냥 <런닝맨>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런닝맨>의 카이저 소제가 송지효라는 걸, 황정민 방영분에 뒤이어 두 달도 채 안되어 다시 재연했기 때문이다. 하나 더, 앞으로 방영될 <런닝맨>이 능력자 김종국 못잖은 유느님, 혹은 유임스 본드와 <런닝맨>의 ‘카이저 소제’ 송지효의 삼자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걸 암시하는 방영분이기도 하다.

 

(오마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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