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4. 22. 09:19

만일 가요 팬을 자처하는 이가 이수영의 이름을 모른다면 발라드에 애시당초 관심이 없거나 가요에 초보 입문하는 이라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만큼 이수영은 2000년 도 발라드에 남긴 족적이 지대한 가수다.

 

(CJ E&M)

    

이번 <SNL 코리아> 9회 방영분은 호스트 이수영을 연출하는 방식에 있어 ‘전복’의 방식을 택한다. 발라드 가수가 갖기 쉬운 차분하고 조용한 이수영의 이미지를 뒤집는 방식으로 호스트를 활용하는 연출 말이다. 크루 김슬기에게 오렌지 주스를 뿜거나 어린 남자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수영의 이미지를 연출함으로 말이다.

 

박재범과 이수영이 듀엣으로 노래하는 콩트 ‘퀸 오브 발라드’는 박재범의 피처링을 발라드의 여왕 이수영이 도와주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박재범의 노래가 시작하면 통상적인 피처링은 메인 가수의 노래를 뒷받침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한데 이수영은 피처링 과정에서 결혼 후 아이 낳고 아줌마가 된 이수영의 정체성을 담는다. SNL 코리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유부녀 호스트 이수영의 이미지 전복은 박재범과 김민교를 망가뜨림으로 절정에 달한다. 김민교가 아기 복장을 하고 기저귀를 찬 채 이수영의 무릎 위에 앉은 유아틱한 개그보다 파격적인 설정은 박재범의 망가짐이었다.

 

일찍이 <SNL 코리아> 페이스북 론칭 시 ‘Like(좋아요)’가 일만 번을 돌파하면 비키니를 입겠다는 공약을 몸소 실천한 박재범의 망가짐은, 뽀글이 파마 가발을 뒤집어쓴 채 간장게장을 쪽 빠는 이수영의 전복적인 이미지보다 파격적인 모습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이수영을 참신하게 활용하는 법은 이수영의 이미지를 전복한 콩트 ‘퀸 오브 발라드’가 전부였다. 드라마 <직장의 신>을 패러디한 ‘직딩의 신’ 혹은 ‘한국인과 밥상’은 굳이 이수영이 아니라 다른 크루가 맡더라도 무난했을 수순의 콩트로 이수영의 정체성을 돋보이게는 만들지 못한 콩트였다.

 

이수영의 콩트 가운데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SNL 노스 코리아’ 역시 인민군 간나들의 사랑 이야기 같은 웃음이라는 양념의 몫은 박재범과 같은 크루들의 몫이었지 이수영의 몫은 아니었다. 이수영과 주둥이 박치기를 선사하는 박재범이 겉옷 안에 감춰진 성조기 티셔츠가 드러나지만 않았어도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는 불상사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SNL이 매회 홈런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영자를 정점으로 호스트를 활용하는 방식은 점차 하강 곡선을 그리는 데 반해 크루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정치 풍자는 농익어가고 있으니, 크루와 호스트의 활용하는 데 있어 한 쪽의 비중이 세지면 다른 한 쪽의 비중은 그만큼 약해지는 일강 일약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텔레토비의 콩트 ‘연쇄선거 실패극’은 세련미를 선보이며 최일구 앵커의 날선 비판, 이를테면 민주통합당이 대선 책임을 쇄신하기 위해 당 색깔을 노란색에서 다른 색깔로 교체하는 형국을 두고 된장찌개를 바꿔야지 그릇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직격탄과, MB의 황제테니스를 비꼬아서 4대강 주변에서 테니스를 치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날카로운 코멘트는 SNL의 정치 풍자가 죽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맛깔난 지적임에 틀림없다. 호스트 이수영이 웃음에 기여한 방식보다 박재범과 김민교 혹은 최일구 앵커의 웃음과 풍자의 기여도에 SNL은 빚지고 있었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