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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3. 4. 22. 09:30

최근 주말드라마의 소재라는 측면으로 볼 때 공통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우선 <최고다 이순신>과 <백년의 유산>, <돈의 화신>과 <원더풀 마마> 및 <금 나와라 뚝딱>에는 하나 같이 재력가 집안이 등장한다는 설정이다.

 

   

<돈의 화신>에서 이차돈(강지환 분)의 아버지 이중만(주현 분)은 부동산 재벌이며, 이차돈을 검사로 만든 일등공신 복화술(김수미 분) 역시 돈 굴리는 데엔 타고난 수완을 발휘하는 사채업자다. <최고다 이순신>에서 재력가 집안은 잘 나가는 의사 신동혁(김갑수 분)의 집안이다. 아버지가 의술로 집안의 재력을 축적한 데 이어 아들 신준호(조정석 분) 역시 잘 나가는 연예기획사 대표로 부를 축적한다.

 

<금 나와라 뚝딱>에서 삐거덕대는 결혼생활을 하는 현수(연정훈 분)와 유나(한지혜 분) 또한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보석회사 재벌이다. <백년의 유산>의 방영자(박원숙 분)와 그의 아들 김철규(최원영 분)의 배경은 금룡푸드라는 경제적 배경이다. 새로 선보인 <원더풀 마마> 역시 사채업으로 부를 축적한 윤복희(배종옥 분)와 그의 자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다섯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달라도 소재 면에 있어선 모두 재벌가 혹은 재력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재력가 집안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라도 다섯 드라마 중 몇몇은 공통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선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클리셰 가운데 하나인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다. 출생의 비밀 만큼이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사골 곰국 우려먹듯 자주 애용되는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는 <원더풀 마마> 및 <돈의 화신>에서 나타나는 소재다.

 

  

<원더풀 마마>의 윤복희(배종옥 분)는 자신이 지은 빌딩 준공식에 참석하는 대신 미용실에서 머리를 매만지거나, 일수 도장을 찍은 채무자에게 빚을 갚지 않는다며 협박을 한다. 이는 모두 윤복희가 빌딩 준공 혹은 일수 도장을 찍은 채무자를 기억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윤복희는 첫 방영분부터 기억상실에 시달림으로 말미암아 앞으로의 험난한 행보를 예고한다.

 

기억상실로 험난한 행보를 걷는 이는 비단 <원더풀 마마>의 윤복희 뿐만이 아니다. <돈의 화신> 속 복화술은 알츠하이머에 시달리는 캐릭터다. 이차돈과 한 약속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시내 한복판에서 길을 잃는가 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서 녹음기에 자신의 육성을 수시로 녹음해야만 한다. 언제 기억이 끊길지 몰라 불안해서다. 결국 복화술은 알츠하이머로 병원 신세까지 진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 외에도 <최고다 이순신>, <원더풀 마마>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명을 주인공의 인명으로 사용한다. <최고다 이순신>의 아이유는 임진왜란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원더풀 마마>의 배종옥은 가수 윤복희의 이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실제 인명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현상과 기억상실, 재력가 집안이라는 이 세 가지 공통점은 우연찮게 관찰되는 요즘 주말드라마 소재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말드라마 소재의 세 가지 공통점은 반대로 월화 혹은 수목 드라마에서는 공통분모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연치고는 소재의 쏠림현상이 유독 주말드라마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인명을 주인공의 사용한다는 공통점은 드라마 초반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긴 하지만, 성웅 이순신을 왜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해야 하느냐는 여론의 비난를 감수해야 했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는 이미 닳고 닳은 한국 드라마의 진부한 클리셰일 뿐이다. 경제 불안으로 모두가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재력가 집안이라는 설정은 현실성과 동떨어지게 만드는, 상류층과 중류층, 혹은 상류층과 하류층이라는 신분 격차를 심적으로 두드러지게 만들 뿐이다. 이런 진부한 클리셰 없이 성공한 주말드라마가 <넝굴당> 아니던가. 신분의 격차보다, 기억 상실보다 중요한 건 내실 있는 이야기 전개일 것이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