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4. 22. 09:53

<남자의 자격>이 배출한 신데렐라 가운데 한 사람이 배다해다. 배다해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닐라 루시가 아닌 <남자의 자격> 속 넬라 판타지아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배다해, 참으로 욕심 많은 사람이다. 일 욕심 말이다. 터닝 포인트가 휙휙 빨라도 상당히 빠르다. 성악을 전공한 아가씨가 대중가요와 만난 것도 모자라, <남자의 자격> 이후 방송에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뮤지컬로 영역까지 넓히기에 말이다.

 

(PMC 프러덕션)

  

그런데 이런 일 욕심은 배다해가 팔방미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그 속에 잠재된 보이지 않는 예술혼을 불태우는 게 아닐까 싶다는 게 인터뷰를 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래의 일문 일답에는 기술하지 않았지만 뮤지컬 연기 역시 배다해 예술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술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자기정체성이 확고했기에 말이다. 지금의 모습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다해를 블루스퀘어에서 만나보았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감성적인 측면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극 중 넬리라는 인물과 실제 배다해를 분리해야 하는데 감성적이다 너무 감정이입에 깊게 빠진 나머지 무대에서 내려와도 넬리라는 캐릭터를 분리하지 못할 것 같다.

 

“이전 작품 <셜록 홈즈>에서 그런 경향이 무척 심했다. 집에서도 계속 울 정도로 캐릭터에 너무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캐릭터의 감정이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선배들, 특히 언니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

 

이번 <셜록 홈즈>가 제가 맡은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전보다는 감정이입에 너무 빠지지 않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맡은 넬리도 캔디 같은 역할이라 아픔도 있고 어려움이 있는 캐릭터인데 긍정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넬리는 제가 감정이입이 되는 게 오히려 캐릭터 이해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긍정적으로 승화된다.”

 

긍정적으로 승화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지금 작품도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작품이라 더 나아지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서 부담감이 크다.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잘 극복하는 스타일이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걸러야 할 부분은 잘 버리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극복하기가 힘든 부분이 없지나마 있었다.

 

많이 좌절하고 무대 위에서도 일부 자신감이 떨어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넬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힘으로 이기려 노력하고 있다. 저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오히려 저에 대한 관심이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넬리처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의외의 답변이다. 초연적인 <셜록 홈즈>에서 부담이 크고 이번엔 덜할 줄로만 알았는데 이번에 부담감이 더 크다니 말이다.

 

“초연 때에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무것도 몰라 당당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초연 때보다 더 배우게 되니까 위축되고 욕심이라는 것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많은 것 같다. 성악을 전공하다 가수의 길로, <남자의 자격>을 통해 예능인으로서의 방송 전파도 타고, 최근에는 뮤지컬 도전이다.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환이 빠른 것 같다.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성취감을 많이 가지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이건 물질적인 면을 떠나서 하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는 걸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 반면에 부담감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완벽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은데, 미처 계획하거나 준비하지 못한 무언가가 항상 다가온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닝 포인트가 다가오니까 밀어내려 해도 밀어내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데에 있어 부담감이 커서 성취감을 많이 즐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한 번의 큰 성취감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조금씩 쌓이는 성취감을 즐기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대학에서 전공한 성악 창법과 가요에서 익힌 대중가요의 창법을 무대 위로 어떻게 접목하고자 노력하는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옥주현 언니에게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옥주현 언니는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너는 너무 편안하게 노래하고 있다. 다해 네가 잘할 수 있는 것만 노래한다. 편하게 노래하면 편한 만큼 관객에게 전달이 잘 안 되고 감동도 줄 수 없다. 더 힘들게 노력해야 하고 지금보다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네가 못하는 부분까지 잘 부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옥주현 언니의 조언을 듣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낼 수 없는 소리. 과도한 창법까지 굳이 불러야 할까?’ 그런데 조세핀과 다투는 부분의 노래를 제 창법으로 부르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생 목소리로 가창을 소화하고 있다.(참고로 배다해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성악을 불렀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심정이 공존한다. 맨 처음은 잘 할 수 있는 창법으로 인정받고 싶은데 초등학생 이후로 쓰지 않는 창법을 끄집어내야 하는가 하는 혼란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에 제가 갖던 창법 외에 다른 하나의 창법을 더 배웠다고 보는 관점이다.

 

대중가요에서 배운 점을 무대에 접목한다면 마디 마디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성적인 측면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성악적인 발성, 그리고 새로이 시도하는 발성 이 세 가지를 무대 위에서 펼치고 싶다.”

 

성악을 전공해서 넘버를 소화하는 면에 있어서는 큰 무리가 없지만 <셜록 홈즈> 당시에 연기는 생초보 아니었나.

 

“처음 뮤지컬 데뷔작인 <셜록 홈즈> 대본을 리딩할 때 배우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였다. 연기를 생전 처음 했으니 말이다. 연기를 잘 하고는 싶은데 안 따라주니 실의에 빠진 적이 있다. 이제는 시작하는 지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법적인 면에서 가슴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가슴에서 먼저 시작해서 방법적인 면으로 스며드는 연기를 찾고자 한다.

 

초연인 <셜록 홈즈> 때 좋은 배우들만 있었다. 연기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배우들을 보며 연기의 좋은 부분은 모두 공부했다.(웃음) 일반 관객이 보기엔 초연 때와 지금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전문가가 당시 제 연기와 지금의 연기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악플에 상처받진 않는가.

 

“부족한 걸 인정하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좀 더 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이 부분 역시 제 욕심인 것 같다. 대중은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감상하러 오시는 것이지, 제 편의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악플도 제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로 승화하고자 노력한다. 밑고 끝도 없는 악플은 잘 넘긴다. 하지만 내가 보아도, 남들이 보아도 문제점이 있는 부분에 관한 지적은 제가 보완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채찍질하는 자극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 자신이다. 제가 만족하면 남들이 채찍질해도 움직이지 않는다.(웃음) 하지만 제 자신에게 관대할 수 없기에 공연이 끝나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저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편이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