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4. 22. 10:16
혜성처럼 나타나 주연으로 발탁된 배우가 있다. 9년 차 배우지만 <아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오디션에 지원하지도 않았다. 단지 오디션을 위해 지원자의 상대 배역을 연기하는 리더일 뿐이었다. 어느 날 그가 갑작스럽게 암네리스의 넘버를 부를 일이 생겼다. 그는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고는 암네리스 역을 꿰찼다.

이 인물, 안시하는 알고 보니 준비된 주인공이었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경험이든 허튼 수로 흘리지 않는다. 하잘 것 없는 경험이라도 연기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한정되어 있기에 독서 같은 간접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 안시하
ⓒ 신시컴퍼니

 


암네리스는 애초에 맡으려고 했던 배역이 아니다.
"나만의 역량을 두드러지게 표현하지 못해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암네리스라는 배역을 맡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당시에는 앙상블로 쭉 가느냐, 계속 오디션을 보느냐 고민했다. 그런데 오디션을 보면 최종에서 항상 아쉽게 떨어지고, 앙상블은 항상 붙었다. 암네리스를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뮤지컬로 평생 먹고 살고 싶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비우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게 약이 된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도전하니 긴장을 덜 하고 오디션을 치를 수 있던 것 같다."

암네리스 역을 맡은 다음의 심정이 궁금하다.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었는지, 아니면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좋은 기분은 하루 이틀밖에 가지 않았다. 그다음부터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보통 여배우의 노래보다 어려운 부분이 많다. 암네리스의 넘버에는 긴 호흡의 노래가 많은데 긴 호흡의 노래를 해본 적이 없어서 고충이 많았다."

그간 맡았던 배역에 비해 암네리스의 넘버는 어떻게 느껴지나.
"음역의 폭이 넓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높은 톤의 넘버면 높은 톤의 노래로 한결같이 가고, 낮은 톤의 넘버라면 낮은 톤의 노래로 한결같이 가는 게 정상인데 상당한 고음도, 저음도 있다. 또 진성으로 일정하게 호흡을 늘리며 불러야 하는 노래가 생각보다 많다. 혹시라도 호흡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높음 음을 처리하기가 부담스럽다. 저음도 생각보다 호흡이 길다. 고음이건 저음이건 호흡이 길고 안정되지 않으면 음을 온전히 소화하기 어렵다."

뮤지컬 <아이다>의 한 장면
ⓒ 신시컴퍼니

 


암네리스라는 이집트 공주는 다면적인 인물이다. 가령 '마이 스트롱기스트 슈트(My Strongest Suit)'에서는 공작새같이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다가도, 사랑하는 남자가 노예와 사랑에 빠질 때에는 슬픔을 표출하지 못하고 억눌러야 한다.
"암네리스는 연기의 진폭이 넓어서 좋은 것 같다. 통상적인 작품에서 여주인공은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가벼운 성격이다. 하지만 암네리스는 가볍지 않아서 오히려 연기에 집중하기 편하다. 암네리스라는 여자는 이중성이 강하다. 속으로는 자신만의 생각을 하지만 겉으로는 다르게 표현한다."

분석이 예리하게 느껴진다. 대본만 보고 캐릭터 분석이 완벽하게 되는가.
"대번에 보고 '아, 이 느낌이겠구나'라고 분석되는 건 순탄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차원에만 머물면 캐릭터 분석이 얕아진다. 보다 심층적으로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고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부딪히며 찾아가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맞다."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부딪히며 찾아가는 스타일이라면 간접 체험보다는 직접 체험을 중시하는 것일 텐데.
"어릴 적에는 일부러 헤어져 보기도 하고 일부러 상처 받기도 했다. 어릴 때는 이런 시도가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만 생각했다. 위험한 곳이나 신기한 곳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였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대본의 장면을 보면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뮤지컬 <아이다>의 한 장면
ⓒ 신시컴퍼니

 


뮤지컬 무대에 선 지 9년이다. 내년이면 10년 차 배우가 되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가
"지금보다는 연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무대에서 얻는 느낌과 노하우가 날이 갈수록 달라질 뿐만 아니라 축적되고 있다. 무대 경험이 쌓이면 지금보다 깊이 있는 연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 내 연기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딴판이다. <아이다> 개막 초기의 내 연기를 회상하면 딱딱하고 얼어있고 내 것 하기 바쁘고 넘버 찾느라 정신없었다. 당시에는 '오늘만 무사히 끝마치게 해주세요'하는 마음만 간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무대에서 가장 편안하고자 노력한다."

평생을 뮤지컬 배우로 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9년 전부터 체력 단련을 위해 끊임없이 운동한다. 모든 경험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요가나 드럼을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책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웃음) 소설과 에세이를 선호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저술한 경험담, 여행기도 좋아한다. 책을 읽다 대사체가 나오면 진짜로 따라 읽어본다. 암네리스는 극적인 캐릭터라 무대틱한 대사를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대사가 좋다."

암네리스의 사랑은 비극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그에게 사형 판결을 내려야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
"푹 빠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 첫눈에 '내 남자다'라고 느낀 사랑을 2년 전에 해봤다. 사랑의 스파크가 튀는 정열적인 사랑을 좋아한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