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4. 25. 11:42

홍경민은 팔방미인이다. 가수의 영역 하나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브라운관과 영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더니 이제는 KBS의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로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뮤지컬 무대에 네 번째로 출사표를 던진다. 보통 사람 같으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표현이 그에게 알맞을 듯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사진: 마루엔터테인먼트)

    

그런데 홍경민은 뮤지컬을 한 사람만의 단독 플레이가 아닌, 모든 배우가 하나 되는 릴레이 같은 종합예술로 이해하고 있었다. 배우들과, 그리고 앙상블과 모두 함께 나아갈 줄 아는 미덕을 가진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라는 걸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들려주고 있었다. 자, 그의 뮤지컬에 출사표를 던지는 심정이 궁금하지 않는가. <남자가 사랑할 때>로 무대에 오르는 홍경민을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나보았다.

 

뮤지컬 데뷔할 때부터 창작뮤지컬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참고로 홍경민은 라이선스 뮤지컬엔 한 번도 출연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창작뮤지컬에만 올인한다)

 

“오랫동안 검증이 된 훌륭한 외국 뮤지컬도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창작뮤지컬 아니었겠는가. 창작뮤지컬을 잘 다듬어서 명품 뮤지컬로 만든다면 그게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음악 스타일에 있어서도 성악 톤이나 오페라 같은 넘버보다는 창작뮤지컬의 가요나 팝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맞아서 창작뮤지컬을 선호한다.”

 

맡은 캐릭터에 어떤 색깔을 덧입히고 싶은가

 

“한 여자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여성 관객이라면 ‘주위에 저런 남자 한 명 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캐릭터다.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주인공의 순수한 면이 잘 전달된다면 좋겠다.”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면

 

“좋아하는 여자를 기다리다가 남자가 거울을 보며 좋아하는 여자에게 뭐라고 말을 걸까 하고 혼잣말로 상상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남자 자신과 상상하는 여자로 나뉘어서 1인 2역으로 노래 부르게 된다.

 

이 때 남자일 때엔 평소대로 남자 목소리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말할 때엔 남자 목소리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이 장면이 순수하게 보이면서도 1인 2역으로 남자와 여자를 왔다 갔다 하는 정면인지라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다.”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인가, 아니면 좋아서 하는 것인가

 

“드라마나 영화는 노래를 잘 할 필요가 없는 분야다. 하지만 뮤지컬은 연기와 노래, 춤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단지 가수가 노래하는 것만 관객이 기대했다면 뮤지컬 무대에 가수가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가수들이 활동하는 영역 자체가 종합예술을 하게끔 만든다. 춤과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와 같은 연기에도 도전해야 한다. 종합예술을 겪으며 가수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뮤지컬에도 출사표를 던지는 게 아닐까 싶다. 단지 노래 하나만을 무기로 삼았다가 갑자기 뮤지컬에 도전했다면 연기 면에 있어 부족한 면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많이 겪은 것을 뮤지컬 무대를 통해 표출하고 싶어서 뮤지컬에 도전한다.”

 

홍경민에게 음악이란

 

“운전사에게 운전하는 차가 모든 것인 것처럼, 주방장에게 있어선 요리 같은 의미 아니겠는가. 떼어놓고 생각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직업이 가수라고 음악만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제 전부라고 표현하면 너무 멋있는 표현인 것 같다. 제 삶에 있어 80%가 노래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것이다/”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20%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아닐까. 가령 그것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고, 야구 동호회 회원들과 야구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영화감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제게 음악만이 전부라면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빼고 작곡에만 몰두하고 음악 감상에만 몰두해야 맞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

 

무대에 같이 서고 싶은 배우가 있는가

 

“꼭 함께 무대에 서고픈 배우는 없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 한 분 한 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을 할 때마다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많이 배운다. 어떤 뮤지컬 작품을 할 때마다 베테랑 배우들이 있기 마련이다. 제가 주도적으로 작품을 이끈다기 보다는 이런 베테랑 배우들과 같이 공연하는 것이 좋다. 이들과 함께 공연하면 심리적으로 많이 의지가 된다.

 

지금 함께 공연하는 김재만 배우만 하더라도 워낙 뛰어난 베테랑이라 도움을 많이 받는다. 제 역량을 발휘함에 있어 100%를 발휘해야 할 때 김재만 배우와 같이 공연하면 70%만 발휘해도 된다. 그만큼만 발휘해도 무대 연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기차게 도와줄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대본으로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장면도 재미있게 구성하는 힘이 있다.”

 

의외의 답변이다. 그간의 내공으로 말미암아 원 톱 커버가 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베테랑 연기자와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이 된다니 말이다

 

“저만이 백을 표현해서 연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 혼자 멋있게 보일 수도 있겠고, ‘홍경민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최종적인 목적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공연을 본 후 ‘이 공연 재미 있었다’는 평을 들어야 저 자신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원톱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운관이나 영화를 찍을 때보다 뮤지컬 무대에 설 때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의 합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도 배우의 합이 중요한 장르지만 NG가 나면 다시 찍으면 된다. 실수를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드라마와 영화와는 달리 NG가 없잖은가. NG 없이 라이브로 무대 위에서 연기해야 하니 자연히 서로간의 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팬들에게 홍경민 하면 어떤 배우로 떠올리게 만들고 싶은가

 

“공연을 관람한 후 느낌이 친근한 배우로 남고 싶다. 배우로서 카리스마를 갖기 보다는 친근하고 정이 가는 배우로 느껴졌음 하는 바람이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