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3. 6. 2. 15:10

뮤지컬의 백미를 손꼽으라면 가슴 절절하게 관객의 심장을 파고드는 넘버의 아련함이라든가 혹은 여성 관객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연기를 언급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언급한다면 쇼잉을 빼놓을 수 없다. 앙상블 배우의 화려한 춤사위나 몸짓은 관객의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는다. <조로> 이후 쇼잉의 제왕이 돌아왔다. 3년 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42번가>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수미상관 연출을 선보인다. 처음과 마지막을 춤으로 장식하고 있다. 뮤지컬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춤은 화려한 탭댄스다. 탭댄스로 시작해서 탭댄스로 마무리한다.

 

수십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펼치는 화려한 춤사위가 휘황찬란한 조명과 맞물려 <조로> 이후 화려한 쇼잉의 진가가 무엇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현란한 탭댄스를 위해 앙상블은 최소 3개월 이상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 연습실에서 흘린 이들의 땀방울은 커튼콜 때 선보이는 휘황찬란한 탭댄스의 향연을 통해 관객의 탄성으로 바뀌고 있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무비컬이다. 1933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42번가>를 무려 47년이 지난 다음인 1980년에야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1996년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발레가 안무가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디자인되는 것처럼 <브로드웨이 42번가> 역시 두 개의 버전이 있다.

 

하나는 1980년 초연 당시의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2001년도 리바이벌 버전이다.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은 드라마가 강조되고 있으며 리바이벌 버전은 연출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을 갖는다. 올해 선보이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이 두 버전 중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으로 한국 무대에는 2009년 이후부터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이 올라오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시골에서 올라온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여주인공의 대타가 되어 화려하게 데뷔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신데델라 이야기의 변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기 소여의 성공담이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와 마냥 평행선을 달리지만은 않는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구조를 보면 여성의 성공은 신데렐라 개인의 차원에 국한한다. 성공한 여주인공의 주위 사람들에게 파급력을 행사하지 않고 여주인공의 입신양명에 이야기 구조가 치중한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구조를 판박이처럼 답습하지만은 않는다.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한 여성의 입신양명기 이상의 차원으로 바라보고자 한다면 원작 영화 혹은 뮤지컬의 배경이 되는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페기 소여의 성공이 담는 차원이, 은막의 여주인공이 탄생하는 개인의 입신양명에 그치는 차원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영화를 통해 만들어졌다면 원작 영화 <42번가>의 배경은 대공황의 참담한 경제적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알다시피 대공황이라는 시기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실직과 배고픔에 잠식당하던 시절 아니던가. 여주인공 도로시가 다리를 다쳐 무대에 설 수 없고, 도로시를 대체할 언더스터디(대역)가 없는 상황은 줄리안이 기획하는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를 무대에 올리지 못한다는 위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건 바로 <프리티 레이디>에서 공연해야 할 배우들의 밥줄이 달린 문제다. 경기가 좋을 때라면 앙상블을 비롯한 <프리티 레이디>의 배우들이 굳이 <프리티 레이디>에만 목을 맬 필요가 없다. 다른 공연의 오디션에 합격해서 생계를 이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시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암울함은 스텝을 비롯한 몇 백 명의 밥줄이 <프리티 레이디>의 성패에 따라 좌우되는 걸 뜻한다.

 

만일 도로시를 대체할 페기 소여가 없었다면 <프리티 레이디>에 참여하는 많은 배우들과 스텝들은 밥 굶을 각오를 해야만 하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다. 페기 소여가 도로시를 대신하는 언더스터디로 활약하여 대성공을 거둔다는 건 페기 소여 한 명만의 성공이 아니라 <프리티 레이디>에 참여하는 수많은 스텝과 배우들의 생계도 건사한다는 걸 뜻한다. <프리티 레이디>에 참가하는 배우 및 스텝들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고용주 줄리안의 공도 있지만 페기 소여 역시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대공황이라는 역사적 암울함을 뮤지컬에 대입하여 관찰하면 페기 소여라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수백 명의 생계까지 책임지게 되는 집단적 차원의 고용 안정 메커니즘으로까지 확장되는 걸 읽을 수 있는 탭댄스 뮤지컬이다.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운 탭댄스 뒤에는 신데렐라 한 명을 통해 수백 명 집단의 고용이 안정되는 메커니즘이 숨겨져 있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