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6. 2. 15:20

뮤지컬 배우 신의정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극과 극을 오간다. 연기나 넘버를 풀어가는 솜씨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의미의 극과 극이라는 것이 아니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의 성별로 볼 때 극과 극이라는 의미다. 최근작인 <지킬 앤 하이드>를 제외하면 작년 출연작 <콩칠팔 새삼륙>은 여성이 극을 이끌어 가는지라 여초(여자가 많은)현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그의 출연예정작인 <스팸어랏>은 남자가 극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인지라 신의정이 연습하는 연습실은 남자 배우들로 득실거린다. 여배우로 보아달라는 애교 섞인 협박에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그의 하소연이 행복한 비명으로 들렸다. <스팸어랏> 준비로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신의정 배우를 대학로에서 만나보았다.

 

- <스팸어랏> 초연을 보았나, 만일 보지 못했다면 캐릭터는 어떻게 잡으려 하는가.

 

“초연을 못 보았다. 제일 겁이 났던 건 코미디를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 배우만큼 이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도전하고 싶었던 장르가 코미디였다. 코미디에 자신이 없었고, 연기의 끝은 코미디라는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스팸어랏>을 맡았는데 하자마자 후회했다. 노래가 너무나도 어렵다. 노래로 웃겨야 하고, 노래로 갖고 놀아야 하는데 아직 제 연륜으로는 이것을 자유자재로 소화할 능력이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우는 연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웃기는 연기는 어렵다.

 

템포 싸움이고, 이완할 줄 알아야 하다 보니 뮤지컬 경력 십 년 이상 되었을 때 도전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제는 조금씩 웃기는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반대로 도전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 본인의 연기 순발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이 작품을 맡기 전에는 순발력이 어느 정도 있고, 망가질 준비가 되어 있으면 가능하지 않겠나 싶었다.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도 예전에 맡았지만 망가지는 연기를 해 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100% 노래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역할이다. 노래로 관객을 웃겨야만 한다. 노래로 웃길 내공이 부족하면 아무리 순발력이 넘쳐도 뒷감당이 안 되는 역이다.”

 

- 해보지 않은 연기를 이번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닌가.

 

“연기 폭과 정신적인 여유뿐만 아니라 소리에 있어서도 이번에 소화할 코미디 장르 도전은 굉장히 좋은 기회다.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는 소리에도 여러 종류의 소리가 있다. 클래식과 가스펠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해야 하기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귀한 기회다.”

 

- 연기를 전공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 노래와 연기가 좋았지만 연예인이 되는 건 무서웠다. 연예인으로 유명해지는 건 무서웠지만 노래와 연기는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성악 역시 저와는 맞지 않았다. 즐겁게 노래 부르며 연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뮤지컬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밤새서 학교 과제를 준비하다 보면 다음날 오전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출결 상황 때문에 학교를 더 다녀야 할 위기에 처하고야 만다. 엄마에게 혼나기는 싫었고, 뮤지컬 오디션에 붙어서 휴학하면 자동적으로 면죄부(?)가 주어지니 오디션 합격과 휴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 본인을 제외하면 모든 배우들이 죄다 남자들이다.

 

“홍일점인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옷 갈아입다가 끝날 정도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하나 둘이 아니다. 예쁜 옷들이 너무나도 많다. 남자 배우는 많지만 잘생긴 꽃미남이 나오는 뮤지컬이 아니다 보니 여배우의 시각적인 의상이 화려할 수밖에 없다.”     

 

 

- 연기와 노래를 병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뮤지컬 데뷔 후 한동안 연기에 필이 꽂혀 노래를 버린 적이 있다. 노래 외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너무나도 부러워서 공연이 없는 날에는 뮤지컬 실황 및 영화를 수도 없이 보았다. 연기 잘하는 사람의 일상까지 연구할 정도로 연기가 너무나도 잘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내 노래가 이렇게나 망가져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된다. 노래 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노래 연구를 하고자 했는데, 노래 연구를 손 놓은 지가 훌쩍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나는 뮤지컬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라는 반성을 하고는 노래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게 되었다.

 

날 연기, 실생활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두심, 나문희 선생님의 연기를 좋아한다. 워낙에 다양한 팔색조 연기를 펼치는데 이게 과연 실생활 연기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만드는 분들이다.”

 

- 하나의 연기 톤에 감정을 두기보다는 다양한 연기 톤을 구가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센 역할을 많이 맡아서 그런 역을 맡기에 적격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니 생각보다 잘 맞더라. 이런저런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 이번에 같이 공연하는 정준하와 서영주 배우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준하 오빠는 2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자라 편하다. 준하 오빠만이 잘 표현할 수 있는 아더 연기를 맡게 되어서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서영주 선배님은 진지한 스타일이다. 준하 오빠는 코미디를 잘 살리고, 서영주 선배님은 진지함 속에서 의외의 코믹을 표현하는 아더를 연기할 것이다.”

 

- 그간 맡아온 캐릭터 가운데서 인상 깊은 캐릭터가 있다면.

 

“작년에 공연한 <콩칠팔 새삼륙>이다. 연기하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연기한 공연이었다. 남장 연기를 언제 또 해보겠는가. 노래도 너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스팸어랏>을 찾는 관객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가.

 

“배우가 공연장 앞에서 맥주라도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가질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고 공연하고 싶다. 만일 관객이 마음의 문을 닫고 ‘얼마나 웃기나 보자’ 하면 코미디를 잘 받아들이겠는가.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만든 코미디인 만큼 관객이 마음과 귀를 열고 한바탕 웃으며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마이스타 / 사진: 오디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