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6. 2. 16:21

800회 특집을 맞이하여 방영된 무한상사가 다가 아니었다. 지난 1일에 방영된 무한상사 두 번째 이야기는 정준하 과장이 퇴사한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정 과장이 퇴사한 무한상사 사무실에는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정 과장이 없는 탓에 업무에서 사소한 공백이 생기고, 유재석 부장은 사무실 직원과 점심 한 끼 제대로 같이 먹지 못하는 암묵적인 왕따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혹여 유 부장과 사석에 점심을 같이 먹다가 정리해고 통보를 받을 것이 두려워서다.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건, 직장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집단이지 인간관계로 결합된 모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사무실 안에서는 왕처럼 행세하며 코를 후비던 길의 눈물을 쏙 빼도록 호통 치는 유재석이라 하더라도 그와 사석에서 점심식사 하기를 뭇 사원들이 꺼린다는 건 유재석을 인간 유지색어 아닌 부장 유재석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리가 은따를 조장하는 유재석의 아이러니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불러대는 유재석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정준하 과장은 ‘새옹지마’로 압축할 수 있는 인물이다. 정준하는 입사할 때엔 복으로 출발한 인물이다. 6개 국어에 능통하고 무한상사에 입사할 당시 수석으로 입사할 정도로 발군의 재원이었다. 그에 비해 유재석은 상사나 여직원에게 비호감 1순위로 대변되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신입사원이었다. 분위기를 살린답시고 마이크를 잡다가 분위기를 잡기는커녕 분위기를 망치는 유재석의 신입 사원 시절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관계 형성에는 유재석이 재능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준하는 유재석에 비해 대인관계가 출중했다. 정준하는 야유회 자리에서 상사와 여직원에게 호감형 인물 0순위로 자리를 굳힌다. 하지만 정준하의 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상사의 가발을 찾기 위해 나무에 올랐다가 사고로 떨어진 이후 그의 인생은 화로 변하기 시작한다.

 

정준화의 화는 과장직 정리해고에 머무르지만은 않았다. 퇴직금은 주식으로 모두 말아먹고, 생고기 전문점 노라주나를 개업하지만 고기 맛은 형편없어 손님은 씨가 말랐다. 몇 달 사이에 직장과 퇴직금을 몽땅 날리고 만다. 하나도 아니고 동시에 세 가지나 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정준하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오는 법. 연이은 악재로 말미암아 삶의 의욕을 잃고 한강 다리에서 투신하려던 정준하는 배가 고파 자살을 포기한다. 달걀 프라이를 맛나게 먹던 정준하는 자신에게 달걀 프라이를 맛있게 요리하는 재주를 새삼 깨닫고는 달걀 연탄불 프라이 맛집을 개업함으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다. 정준하의 화가 복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현실 가운데서 갑의 횡포를 다양한 경로로 체험하는 한국의 대중은 이러한 정준하의 재기를 보며 대리만족을 얻기에 충분하다. 착하기는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실직과 퇴직금을 모두 날리고 새로 창업한 생고기집이라는 아이템도 불발탄이 되고 만 정준하에게 대중은 언더도그마의 심리로 응원하며 바라보았다.

 

또 다른 경로로 정준하에게 다른 모양의 행운이 다가올 것이라는 언더도그마의 심리 말이다. 달걀 연탄불 프라이로 재기에 성공하는 정준하의 모습을 보며 대중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위안을 삼으며 동시에 대리만족을 얻게 된다.

 

홈쇼핑에서 무한상사 직원과 격돌하는 정준하의 모습을 보며 무한상사 직원보다 정준하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시청자는 백이면 구십 구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는 정준하의 달걀 프라이 매출이 무한상사의 매출보다 홈쇼핑 매출로 앞서게 됨으로 그동안 무한상사에서 받은 설움을 위안 받았으면 하는 대중의 언더도그마로 분석 가능하다.

 

동시에 정준하와 같은 언더도그마 캐릭터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게 되는 대중의 심리 가운데에는 현실 속 갑의 횡포에 정서적으로 등의하지 못하는 반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 CU의 편의점 사장이 본사의 횡포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나,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 관행을 죽음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그만큼 우리 현실 속 갑의 횡포가 극에 달한다는 걸 반증하는 극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현실 속 갑의 횡포를 무한상사가 반영하는 건, 무한상사가 정준하보다 홈쇼핑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한상사의 치킨을 먹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가를 다양한 꼼수로 포장하는 무한상사의 허세로 변형시키고 있었다. 정준하와 무한상사의 홈쇼핑 매출 경쟁 구도 가운데서 대중이 정준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 극 중 정준하를 갑의 불의한 횡포에 맞서는 용감한 을로 바라보는 언더도그마의 심리가 반영되고 있다.

 

(오마이스타/ 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