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6. 8. 15:41

<정글의 법칙>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연에서 벌어지는 다사다난한 일들을 연예인들이 어떻게 풀어가고 극복하는가를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가 이 프로그램의 책무이자 정체성이라는 말이다.     

 

 

김병만 족장을 필두로 연예인들이 사막과 정글에서 어떻게 먹을 것을 조달하고 대자연 및 야생 동물과 어떻게 대응하고 처신할 것인가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미덕이다.

 

한데 최근 두 주 동안 방영하고 있는 <정글의 법칙>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벵갈호랑이를 화면에 잡기 위해, 혹은 호랑의의 발자국과 흔적을 화면에 담기 위해 두 주 동안 병만족이 호랑이를 뒤쫓는 가운데서 <정글의 법칙>은 시청자로 하여금 벵갈호랑이에 관한 궁금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가다리다가 지쳐가는 중이다.

 

과도한 분량 늘이기 탓이다. 방송이란 건 엄연한 편집의 마술이다. 가령 누가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에 담긴 영상을 PD가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인터뷰이는 친근감을 가질 수도 있고 비호감을 전락하는 경우도 당할 수 있다

 

이번 <정글의 법칙>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과도한 늘리기 편집으로 말미암아 시청자는 호랑이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렸다. 차라리 호랑이가 얼른 나타남으로 호랑이 뒤꽁무니만 쫓는 병만족과 제작진의 늘어진 편집이 종료하기만을 기다리는 시추에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제작진은 <정글의 법칙>이 표방하는 정체성을 자기 스스로 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글의 법칙>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야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앞에 놓여진 병만족이 어떻게 야생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화면에 담기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근 두 주 방영분은 그러한 <정글의 법칙>의 정체성보다는 탐사 다큐멘터리를 병만족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야생의 체험을 병만족이 겪는 것이 아니라 벵갈호랑이라는 야생을 병만족이 찍어야만 하는, 야생을 날것으로 체험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병만족을 도리어 호랑이라는 피사체를 찍어야 하는 카메라맨으로 용도를 변용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김병만을 필두로 하는 병만족은 엄연히 피사체의 주인이 되어야지 피사체를 담는 카메라맨이 되어서는 애초에 제작진이 기획한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온전히 살릴 수 없다. 이런 점에 있어 최근 두 주 동안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두 가지 패착을 저질렀다.

 

하나는 과도한 늘리기 편집으로 시청자의 벵갈호랑이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하기는커녕 시청자의 시청 의욕을 상실시켰다는 점, 다른 하나는 피사체의 주인이 되어야 할 병만족 일행을 호랑이라는 피사체를 찍고 관찰하는 카메라맨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피사체를 찍어대는 김병만을 바라지 않는다. 도리어 피사체의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야생에서 활동하고 적응하는 김병만을 바라고 있다. 제작진의 판단 착오가 병만족을 카메라맨으로 실추하는 아찔한 순간이 <정글의 법칙>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오마이스타 / 사진: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