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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聖 2013. 6. 8. 16:09

첫 회부터 며느리를 남편의 장난감으로 조롱하고 정신병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하는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막장드라마의 끝판왕인줄로만 알았다. 한데 요즘 <백년의 유산> 속 막장을 애교로 만들어버리는 막장드라마의 끝판왕이 등장했다. 일일연속극 <오로라 공주>다.     

 

 

<백년의 유산>이 방영자(박원숙 분)를 묘사함에 있어 패륜 시어머니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두 남녀 민채원(유진 분)과 이세윤(이정진 분)을 졸지에 남매로 만들어버리는 막장 설정은 <오로라 공주>에 비하면 새털 같은 애교에 불과했다.

 

우선 <오로라 공주>는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과 닮은 점이 있다. 박현태(박서준 분)가 아내 정몽희(백진희 분) 외에 다른 여자를 정리하지 못하고 두 집 살림을 차리는 것처럼 <오로라 공주>는 유부남 오금성(손창민 분)과 박주리(신주아 분)가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

 

이 정도면 <오로라 공주>는 시청률을 견인하기 위해 <금 나와라 뚝딱>의 불륜 코드를 바통으로 이어받는 수준의 막장이겠지만 <오로라 공주>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계모 왕여옥(임예진 분)은 오금성과의 불륜을 정리하려 드는 딸에게 산부인과 기록을 조작하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하게끔 종용한다.

 

그도 모자라 박주리의 이복동생 박지영(정주연 분)은 불륜을 저지르는 언니에게 유부남과의 사랑이 ‘영혼을 뒤흔드는 사랑’이라며 불륜을 응원한다. 엄마와 동생이 불륜을 부추기는 드라마가 <오로라 공주>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의 불륜 코드는 <금 나와라 뚝딱>의 불륜과 또 하나를 쏙 빼닮는다. <금 나와라 뚝딱>에서 박현태만 불륜을 저지른 게 아니다. 박현태의 아버지 박순상(한진희 분) 역시 민영애(금보라 분)와 눈이 맞아 두 집 살림을 펼친 전력이 있기에 불륜을 대물림하는 드라마다. <오로라 공주> 역시 <금 나와라 뚝딱>에 질세라 오대산(변희봉 분)의 불륜이 아들 오금성에게 이어지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로라 공주> 속 인생의 대물림은 아들이 아버지의 두 집 살림을 빼닮는 게 다가 아니었다. 황미몽(박해미 분)과 그의 딸 노다지(백옥담 분) 두 모녀는 결혼하지 않고 임신하는 미혼모의 인생을 대물림하고 있었다. 오대산과 오금성 부자가 불륜을 대물림하는 것도 모자라 황미몽과 노다지 모녀의 미혼모 인생마저 임성한 작가는 대물림하고 있었다.    

 

 

<신기생뎐>에서 잦은 귀신 출몰이라는 설정으로 초자연적 현상에 집착을 보였던 임성한 작가는 이번에도 초자연적 현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황마마(오창석 분)의 누나들이 황마마의 침대 주위에 모여 반야심경을 외우는 장면과 철학관에서 애완견에게 사주를 보게 만드는 설정, 심지어는 오대산이 잠자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는 유체이탈이 이에 해당한다.

 

임성한 작가의 역대 드라마 시청률은 20%를 마지노선으로 보장하고 있다. 아무리 못해도 20% 미만으로 시청률이 빠지는 경우가 없기에 방송사에게 있어 임성한 작가는 ‘시청률 보장 작가’나 다름없다.

 

하지만 늘 그의 명성이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이다. 캐릭터에 대해 비현실적이거나 패륜적인 설정, 혹은 초자연적인 설정을 제공함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거부감을 제공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오로라 공주> 역시 불륜과 미혼모의 대물림, 불륜을 조장하는 엄마와 배다른 동생, 초자연적 설정이라는 삼종 콤보를 내세워 연일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로라 공주>가 내세우는 가치관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7시대 가족드라마에 적합한가에 관해서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불륜이 난무하고,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오로라 공주>를 미성년자 가족이 볼 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심히 드는 게 사실이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서글픈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오로라 공주>나 <금 나와라 뚝딱>,<백년의 유산>처럼 자극적인 설정으로 먹고 사는 드라마는 모두 다른 방송사가 아니라 세 드라마 모두 같은 방송사가 방영하고 있다. 막장 설정으로 시청률 좀 나아지셨습니까?

 

(오마이스타 / 사진: MBC)